오시이 마모루 감독, <동경 무국적 소녀> 인터뷰 "총을 쏴도 아무도 죽지 않는 세계에 스트레스가 쌓였다"
7월 25일부터, 영화 <동경 무국적 소녀>가 상영된다. (*한국에선 BIFAN에서 7/17, 7/25 상영되었다) 본 작품은, 애니메이션 <고스트 인 더 쉘 / 공각기동대>나 <기동경찰 패트레이버>로부터, 많은 애니메이션/실사 작품에 손을 대어 세계적으로 지지를 모은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최신작이다.
"하드 보일드 요코하마 액션 무비 컨페티션 2012"에서 심사 위원장을 담당했던 오시이 감독에게 절찬받아, 심사 특별상을 수상한, 야마가시 켄타로 씨의 동명 작품이 원안이다.
이번에 새롭게, 오시이 감독이 단단히 준비하여 손댄 이 작품은, 어떤 여자 고등학교를 무대로, 지금까지 피해왔던 실사에 의한 직접적인 폭력이나 성적 묘사가 그려져 있다.
귀재 / 소노 시온의 작품 <Tokyo Tribe>에서 히로인으로 활약한 세이노 나나 씨가, 첫 주연작품으로 하드한 액션에 도전했던 것으로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편집부에서는 총감독을 맡았던 실사 영화 <TNG 패트레이버 수도결전>의 상영이 끝나자마자 오시이 감독에게 인터뷰를 행했다.
가식 없이 말하기로 유명한 오시이 감독이 이야기하는, 본작품에서 새로운 방법에 도전한 진의나 현대를 감싸는 분위기(*공기감)를 어떻게 적용했는가, 그리고 지금에서 더욱 컬트한 인기를 자랑하는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2 the movie>와 본 작품의 공통점이란?
『패트레이버 2』때보다 사태는 악화하고 있다
──『동경 무국적 소녀』는、2012년에 오시이 감독이 심사위원장을 맡은 컨페티션에서 심사 특별상을 수상한 야마가시 켄타로 씨의 동명 작품을 원안으로, 새롭게 다시 찍은 것이지요. 당시부터 자신의 손으로 리메이크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만, 그건 어째서인가요?
押井 컨셉이 재밌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타이틀이 맘에 들어서. 「무국적」이란 건 좋은 타이틀이네. 현대성도 있고, 나도 평소부터 생각하고 있던 거랑 가깝네요.
──실사판『패트레이버』의 최초 제작 발표 기자회견에서, 「이야기를 갖지 못하는 현대의 인간을 그리는 것으로동시대성이 깃든다」고 이야기했습니다만, 이번엔 거기에 통하는「무국적」성이란 것에 감독 님이 공명했던 겁니까?
押井 그렇네요. 모두들, 자신의 소재, 장소가 무엇 하나 알 수 없는 시대니까요. 스스로가 본래 있어야 할 장소는 여기가 아니다. 거기는 어디고 나는 누구인가 ── 그거야 말로, 특히 젊은이들에게 지금 제일 큰 시대적 테마. 지금이란, 모두들 왠지 모르게 그런 감각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건, 시대를 넘어서 통하는 측면도 있다. 어린이들이란 대개,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시기가 있으니까. 특히나 여자아이는, 자신이 있어야 할 장소는 여기가 아니니까, 언젠가 다른 사람이 마중나오지 않을까, 한 때 반드시 생각하기 마련이지.
──흔히 말하는「신데렐라 컴플렉스」군요.
押井 맞아. 그 위화감을 잊어버리고, 여기가 자신의 장소다, 하고 억지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사람은 어른이 되는 것이지만.
다만, 지금 시대는, 그 테마가 일종의 음산함을 띠어가고 있다. 왜 젊은 애가 ISIS에 가는 걸까. 어째서 문신(*타투)를 넣는 걸까. 왜 패션에 집착하는 걸까── 그 이유는 전부 같다고 생각한다. 결국 그건, 지금의 자신에게 확신을 갖지 못하니까 그렇지요.
젊다면, 그 위화감을 원인으로 돌발적인 행동을 저지르는 인간도 있겠죠. 극단적인 경우, 어느 날 갑자기 무차별 폭행범이 되서 폭탄을 만들거나, 성전환을 하거나, 이슬람에 간다거나.
자아 찾기라던가 그런 정서적인 것이 아니라, 단순히 불안한 거야. 공포라고 불러도 좋다. 그건, 예전에, 모두가 어린애일 무렵 갖고 있던 망상과는 조금 다르다.
자신은 공주로써 백마 탄 왕자님을 기다렸더니, 마중 나온 건 전쟁이었다는 거지. 나 자신은 공주님이 아니라 병사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게 지금 시대의 분위기(공기감)라고 생각해.
──그건, 현대에서, 현실감이 모자란 일상을 타개하기 위해, 어떤「아픔」을 찾게 되버리는 분위기가 있다는 것인가요?
押井 아마.
──그것이 「전쟁」이란 형태로 나타난다, 고. 오시이 감독에게 있어서, 역시「전쟁」은 커다란 테마인가요?
押井 왜냐면, 흥미가 생기는 건 전쟁 외엔 아무것도 없는데. 지금 시대, 모든 건 전쟁에 집약되고 있잖아요. 일본에 있으면 잘 안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제대로 이 세상을 바라보고 있으면 눈치챌 거에요. 전쟁 이외에 테마가 잇는 건가? 하는 기분이 든다.
──그건, 93년에 공개된 극장판 애니메이션『패트레이버 2』에서 이야기했던 것과, 어떤 의미에선 변하지 않은 걸까요?
押井 전혀 변하지 않았어. 변하기는커녕 확실히 악화되고 있다고 생각해.
──보이지 않는 전쟁이 진행되고 있다?단지 전쟁이 아니란 것일 뿐인 소극적이고 공허한 평화는, 언젠가 실체로써 전쟁에 의해 묻혀버리고 만다. 그렇게 생각한 적은 없나? 그 성과만을 착착 받아들이면서, 모니터 너머로 전쟁을 밀어넣고, 여기가 그저 전선의 후방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어버린다. 아니, 잊어버린 척을 반복한다. 그런 기만을 계속하면, 언젠가 커다란 벌이 내려올 거라고.(『기동경찰 패트레이버 2 the Movie』아라카와의 대사에서)
押井 예전보다도, 확실히 전쟁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그건, 「일본-미국 보안을 해소하고 자위대를 존속할 수 있는가」하는 이야기와는 전혀 관계 없다. 왜냐면, 이 전쟁은 정치 이야기가 아닌 레벨에서 일어나고 있으니까.
──그건, 젊은이들에게, 전쟁 쪽이 리얼리티를 띠기 시작했던 이야기인가요?
押井 아마,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본의 현실 쪽이 설득력을 잃고 있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좀 더 설득력을 갖는 걸 무의식적으로 찾고 있을 뿐이야. 이 세상에서 가장 설득력 있는 게 뭔가, 하는 얘기. 더 말하자면, 인간의 긴 역사에서 가장 설득력 있던 건 뭐지?
그러니까,『패트레이버 2』 때에서 인식은 변하기는 커녕, 확신에 깊이를 더하고 있을 뿐. 상황으로 말하면, 더욱 악화하고 있어.
──그게 『동경 무국적 소녀』에서도, 엔딩으로 이어지는 거군요.
총을 마구쏴도 아무도 죽지 않는 세계에 스트레스가 쌓였다.
──요번에, 지금까지 실사에서 그리지 않았던 직접적 폭력이나 성적 묘사를 해금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押井 해금이라고 할 정도로 대단한 건 아니야. 그런, 여자 배우가 처음 벗은 것 같은 게 아니니까 (웃음) 왠지 슬슬 해볼까 생각했을 뿐. 적기구나, 하고 생각해서. 지금 하지 않으면, 더는 할 시간이 없겠구나 싶어서.
(실사판)『패트레이버』가 있었단 이유도 있을까나. 거기에서는, 그만큼 총을 마구 쏴대는데도 아무도 죽지 않잖아 싶은 거지. 이건 별로 비판이 아니라, 그런 세계였던 거에요. 물론, 만드는 쪽도 보는 쪽도, 그건 납득하고 나서 하는 거지만.
그 세계에서는, 어떤 타이트한 상황이라도, 화면 안에서는 누구도 죽지 않아. 하지만 재밌게도, 머릿속으로는 알고면서도, 역시 스트레스란 게 쌓이더라고요(웃음).
그러니까, 더 타이트한 세계를 그리고 싶다고 생각했다. 어떤 감독에게도 (그런 기분이 될 때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의미에선, 전작에서 반동으로, 감독에게 필연적인 타이밍이었다는 거네요.
押井 뭐어, 자기 기분이란 문제도 겹쳐서. 피를 흠뻑 적시게 하고 싶다거나, 여배우의 전라를 보인다던가. 예전엔 그리 대단치는 않지만 좀 부끄러워서 할 수 없었지만.
어느 쪽인가 하면, 신경질적(너버스)인 인간이었으니까. 피가 볼 수 없었다. 지금은 왠만한 건 멀쩡하게 되었다.
── 원래 피 표현이 싫었나요?
押井 싫어해. 지금도 싫어하는 건 변하지 않아. 피를 흘리는 것 자체도, 자기 피라도 싫어. 가능하면 피 따윈 평생 보고 싶지 않아. 피가 보고 싶어 참지 못하는 감독도 있었지만(웃음).
나는 별로 적극적으로 피가 흐르는 영상을 찍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도, 별로 쇼킹한 영상을 만들고 싶었던 건 아니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영화는 성립하지 않았다.
한 번 해보자, 그 결과, 어떤 게 찍혔나, 그걸로 자신의 영화는 어떻게 바뀌었나 거기에 흥미가 있었고. 결과적으로는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았지만. (웃음(
자기 영화는 자기 영화일 뿐이었어. 결국은 같은 것밖에 못하는 거지. 바꿔 말하면, 그러니까 뭐라도 할 수 있어. 여배우를 피범벅이 되게 한다던가 전라로 만든다던가. 하지만, 마지막까지 못할 것 같은 건, 베드 씬이려나? 정사 씬은, 아직 무리네(웃음)
애니메의 전매특허를 어떻게 실사로 실천할까
──제작 때에도 이야기했던,「애니메의 전매특허를 실사에서도 가능하다고 믿고 제작했다」는 게 감독의 말입니다만, 애초에 「애니메의 전매특허」란 게 대체 뭘 가리키는 겁니까?
押井 그런 거 말했던가? (웃음) 기억이 안 나네.
──감독의 말로, 영화 선전에 마구마구 쓰이고 있습니다. (웃음)
押井 쎄게 말하자면, 여자애의 세계를 보여주는 방법(女の子の世界の見せ方) 아니려나.
──여자애의 세계란?
押井 여고생이 AK(칼라시코니프 자동소총)을 들고 활약하는 이상한 세계. 그런 세계는 본래, 애니메니까 할 수 있었잖아. 애니메는 기호의 나열이니까, 전투기를 태우든 거대 로봇에 태우든, 우주공간에서 핵미사일을 쏴대든, 스캔들하게 보이지 않아.
예를 들면『ASSAULT GIRLS』에서도, 어디까지나「게임 안의 이벤트」란 설정이었으니까 여자애가 총격전을 할 수 있던 거지만, 이거(『동경 무국적 소녀』)는 교복을 입은 여고가 무대야.
그러니까,、애니메니까 허용되었던 걸 실사에서 하면 다른 게 보일 거라고 생각했어. 그걸 보고 싶었을 뿐. 단지 총을 쏴댈 뿐만 아니라, 날붙이로 급소를 잘라내면 어떻게 될까. 이건, 액션이 아니라 살육이에요. 그리고 그건, 리얼리티에 있어서, 실사에서는 꽤나 변명이 없으면 성립하지 않는 표현입니다.
──그걸 실사로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 독특한 연출에 의해 허구성을 높인 건가요?
押井 그게 대전제. 리얼한 세계에서 리얼하게 살육을 그려도, 보고 싶지 않은 것만 나와대니까. 나는 별로, 얼굴을 돌리고 싶은 걸 영화로 하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으니까.
스캔들한 것이란, 확실히 영화의 작업 중 하나이다. 다만, 내가 말하자면, 영화의 판단 기준은 하나 밖에 없다. 그건, 심미적으로 아름다운가 어떤가. 아무리 잔혹하더라도 아무리 이상하더라도, 예쁘게 찍는 한 그건 영화로써 허용된다.
정말로 얼굴을 돌리게 하고 싶은 영상을 만든다고 하면, 그건 해야 할 일이 아니다. 더 파고들어 얘기하면, 감독의 작업이란 그것 뿐이란 얘기네요. 예쁜 것밖에 찍고 싶지 않다는 건, 나의 신념 같은 거니까. 누가 일부러 더러운 걸 찍고 싶다고 생각하는가.
──피 튀기는 하드한 액션 씬도, 마치 가부키의 연무 같았어요.
押井 영화란, 본래 그래야 해. 처참한 살인 장면이라도, 동시에, 잘 짜여진 난투 장면의 세계이기도 하다. 바로 카부키처럼,케렌(가식, 속임수)가 먹히지 않으면 영화가 될 수 없어. 철저하게 리얼리즘을 쓰는 방법도 있고, 처음에는 그렇게 하려고 생각했지만, 막판에 그만뒀습니다.
──그건 어째서인가요?
押井 자신이 보고 싶은 게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러니까 소노 쨩(액션 감독을 담당한 소노무라 켄스케 씨)에게 그렇게 부탁했다. 더 처참하게 만들 수도 있지만, 그걸 자기가 보고 싶은 건가, 하는 것. 음침함도 요소로써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철저히 구원이 없는 건 보고 싶지 않으니까요.
마지막도, 액션 씬으로 끝낼 수 있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고, 제대로 자신의 장소를 찾아내길 바랬기 때문에, 그 뒤를 그렸다. 내가 찍는다면 그런 결말밖에 없었다.
왜 마지막에 그런 표정인가? 그건 세이노(주연인 세이노 나나 씨) 자신도 물으러 왔어요.「왜 나는 이 상황에서 이런 표정을 해야만 하는 겁니까?」 하고.
나는 반대로,「저런 상황 속에서, 어떤 표정이 어울린다고 생각해?」하고 되물었고. 어떤 세계에 있어도, 본래 자신이 있어야 할 장소에 있는 인간은, 어딘가 평안함이 있을 거다, 라고.만약 그 감정을 세이노가 이해할 수 없다면, 그 씬은 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고 말했다.
하지만 실은, 본인도 알고 있었으니까요. 카메라가 돌고 잇을 때는,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니까.
주연 / 세이노 나나의 심상치 않은 살기
──세이노 씨의 인상은 어땠습니까?押井 매우 솔직했다. 모르면 뭐든지 물으러 왔다. 하기 쉬웠고, 여배우로써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녀의 연기는 꽤 대단해요.
──세이노 씨를 기용한 결정적인 이유는 뭐였습니까?
押井 액션이 된다는 게 대전제. 그래서, 할 맘이 있는가 어떤가.
──세이노 씨에겐 있었다?
押井 아주 의욕이 넘치던데요(웃음). 몸이 움직인다던가, 발이 올라간다던가, 그런 게 아니고요. 이번엔, 액션이 아니라 살육 신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중요한 게, 살기였다.
여러가지 타입의 표정을 자유롭게 끌어낼 수 있는, 그런 타입의 연기자도 있지만, 그것보다도 중요한 게 있어서. 일상이든 비일상이든, 변하지 않는 존재감. 저 애의 살기는 심상치 않다. 그 눈이 좋다고 생각했다. 이번에, 연기의 심지가 되는 부분은 눈의 표정이었으니까.
저런 여자애가 멋있다고 생각하는 건, 남자뿐만이 아니리라.
──오늘은 고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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