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만들기 by 칼 슈뢰더

http://www.sfcanada.ca/spring99/worldbuild.htm


By Karl Schroeder


이제부터 나올 이야기들은 토론토의 조지 브라운 대학(College)에서 SF와 판타지 글쓰기를 가르치면서 얻은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졌습니다. 저는 많은 작가들이 어떻게 자신들이 쓸 세계를 구상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해왔습니다. 제 아이디어는 저와 다른 사람들이 하거나, 하지 않은 것을 염두해 두고 있습니다.


세계란 무엇인가
가장 먼저 깨달아야 할 점은, 픽션 세계는 종이 위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 세계는 작가에 의해 제공된 가이드 라인과 신호에 의해 독자의 머릿속에 존재합니다. 무엇보다도, 세계에 대해서 당신이 철저하게 종이 위에 묘사한다고 해도, 독자들이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어 자신의 상상을 향해 직접 방문하지 않는 한 "와닿지 않습니다". 하늘의 색을 보는 것도, 새로운 대지의 향을 맡는 것도 궁극적으론 독자입니다. 작가로써 당신이 할 일은 이걸 대신 해주는 게 아니라 (예비용을 제외하면) 그렇게 하기 위한 수단을 독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당신의 세계 경험은 독자의 그것과 같을 수 없습니다. 세계를 방문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고, 당신의 몫은 세계를 가리키는(point) 것입니다. 

새로운 세계를 가리키고 싶다면, 스스로 그곳에 방문해 봐야 합니다. 하지만 내가 아는 대부분의 SF 작가는 독자와 정확히 같은 방식으로 세계를 경험하진 않습니다.


"뒷모습이 없는 처녀"
아서왕 신화 중에, 원탁의 기사 중 하나가 처녀에게 반한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헌데, 그 처녀는 단 한 번도 뒷모습을 그에게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그를 자신의 집에 데려가 좋은 식사를 만들어 주었지요. 하지만 그녀가 불가 앞에 서자, 그는 그녀의 눈 뒤에 있는 불길을 볼 수 있었고, 그녀에겐 "등 따위는 없기 때문에" 그에게 절대로 앞 모습을 보여줄 리 없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녀는 살아 움직이는 여자 조각상이었고, 곧 그는 큰 위험에 빠지게 됩니다.

SF 텍스트는 "뒷모습이 없는 처녀"와 같습니다. 작가로써 그 점을 깨닫지 못하는 게 가장 큰 위험이지요. 페이지에 쓰여진 것 이상의 가상적인 세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세계가 와닿는 이유는 우리가 이 세계를 바탕으로 추론하고 연상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SF 작가가 철저할 정도로 묘사할 필요는 없습니다. SF작가가 할 일은, 글자 그 자체가 나타내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독자들이 상상할 수 있도록 자극하는 이미지의 조합, 메타포, 시나리오를 찾아내는 일입니다. 

그 점을 고려해 보면, 우리는 후크만 쳐놓으면 됩니다. 독자는 우리의 적극적인 협력자입니다. 우리가 올바른 힌트를 준다면, 독자들은 스스로 놀랄만한 디테일을 채운 세계를 만들어 낼 것입니다. 그렇기에, 작가가 독자들로 하여금 경험하고 싶은 모든 것을 상상할 필요는 없습니다. 독자들은 직접 빈 부분을 채워넣을 것입니다. 작가의 책임은 점들을 올바르게 세워놓고, 그럼으로써 독자들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스토리와 부합하지 않는 세계를 상상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기술적 전문성에 대한 문제
많은 신진 SF작가들은 SF를 쓰기 위해 모든 과학에 대해서 깊이 있게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대답은 언제나 다음과 같습니다. "당신의 의무는 당신의 과학에서 모순이 없도록 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이것도 필요하다면 느슨해질 수 있습니다. 테마를 표현하기 위해서 과학을 비틀어야 할 필요가 있다면,  그렇게 하세요. 당신의 스토리가 퀀텀 메카닉(양자 역학)에 근간한다면 물론 당신은 양자 역학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근대 물리학에 근거하는 스토리라면, 최소한 그걸 틀리게 쓰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하지만 당신은 과학자가 아닙니다. 독자에게 과학을 가르치는 것이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차라리 에세이를 쓰세요. 픽션은 궁극적으론 사람들에 관한 것입니다.

저는 항상 이 지점에서 논쟁을 겪곤 합니다. 많은 SF 작가들이 이에 대해 동의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SF 스토리에서 가장 수명이 짧다고 밝혀진 요소는 뭐죠? 뭐가 가장 많이 바뀌죠? 소위 말하는 과학 이론의 "영원한 진리"입니다. 초기 스토리가 이용한 에테르 존재, N-선, 방송력(*broadcast power) 따위는 당시에는 굳건히 보이는 이론들이었습니다. 우리는 그런 것들이 바뀌었음에도 여전히 그런 스토리들을 재밌게 읽고 (예를 들면 <우주전쟁>같은 것들이요), 그런 과학이 잘못되었다고 증명되었다고 여전히 재밌게 읽습니다. 이건 그들이 스토리로써 작업했기 때문입니다. 그건,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이지요.

당신이 묘사하는 리얼리티는 궁극적으로는 스토리에 봉사해야 합니다. 정 반대의 전제가 제가 여태까지 보아온 세계 만들기 단계에서 실패한 스토리의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신인작가들의 경향
제가 두 번째 소설을 준비할 때, 저는 많은 양의 메모를 해두었습니다. 나중에는 소설보다도 메모의 페이지 양이 더 많아졌습니다. 저는 주로 환경에 관련한 작업을 해왔습니다. 경제나, 기후나 역사 같은 것들이요. 스토리에는 그런 것들이 제대로 담기지 않았는데, 저는 나중에서야 스토리 텔링이 아니라 세계 구축에만 신경 썼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많은 작가들이 자신들의 스토리를 위한 우주를 몇 년 동안 구축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이 게임은 굉장히 재밌긴 합니다. 이런 작가들은 상상의 세계에 대한 백과사전을 써내고, 수많은 스토리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는 공간을 생각합니다. 이건 좋습니다. 하지만 너무나 자주, 작가들은 자신이 정말로 스토리나 소설을 쓰기 위해서 디테일을 손상시켜야 한다는 점을 알게 됩니다. 공간에 대한 사실은 이미 결정되어 있으니, 작가들이 만들어내는 모든 것은 그에 따라야 합니다. 스토리에 반쯤 오면, 작가들은 어떤 결정적인 사건이 그 세계의 역사나, 물리적 구조나 사회적 흐름을 해치기 때문에 일어날 수 없다는 점을 깨닫습니다.

이건 소설에서도 일어나고, 작가들은 종종 자기자신만의 만족을 채우려고 모든 걸 설명하기 해버리기 때문에, 대단히 난해하고 (또한 별로 즐겁지 않은) 플롯 구조를 만들어버리곤 합니다.

당신 자신을 만족시키는 것들이 있습니다. 또한 독자들을 만족시키는 것도 있습니다. 독자를 만족시키는 유일한 길은 당신 스토리의 내부 연속성을 확실히 하는 겁니다. 당신의 세계 계획에 맞추어 스토리를 제공함으로써, 외부 연속성의 제한 위에서 이를 다룰 수 있게 될 겁니다. 이런 건 역사적 시간과 함께하는, 현실적인 소설 세트에 적절한데, 왜냐하면 독자들이 친숙한 외부 연속성 (역사적 사실)을 위반하면 독자들은 내부 연속성이 위반되었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SF는 그 내부 논리의 수단으로 스스로를 지지합니다. 독자들이 잘 알고 있으리라고 보장된 SF 패러다임은 매우 적습니다 (초광속Hyperdive 정도가 그 예입니다).

독자는 당신 세계의 모든 배경을 알지 못하고, 스토리의 힘으로 그의 정서에 호소하기 전까지 별로 신경쓰지도 않습니다. 반지의 제왕은 복잡하고 디테일한 배경을 갖고 있습니다만, 스토리 그 자체가 단단하기 때문에 배경이 재밌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작업할 때에는 스토리 아이디어에 영감을 주는 세계부터 상상하기 시작합니다. 집필할 때가 되면, 스토리의 요구에 맞게 바꾸기를 요구합니다. 세계를 상상하는데 얼마나 투자했건 간에, 플롯이나 캐릭터, 테마에 부응하지 못하면 모두 버려져야 합니다.

만약 당신이 더 공부하고 싶다면, 두가지 예시를 들 수 있습니다. 하나는 래리 니븐의 <알려진 세계Known Space> 시리즈이고, 다른 하나는 존 발리의 침입<invasion> 이야기의 세계입니다. 니븐은 그의 과거 작업과 각 스토리가 연관있기를 요구했습니다. 그 결과로 이 세계에서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어지고 말았죠. 반대로, 밸리의 소설 <강철 해안Steel Beach>은 부분적으로 그의 다른 스토리의 우주에 속해 있고, 내적 연속성의 요구에 따라 조금씩 달라집니다. 

이 두 가지 전략 중, 저라면 발리의 전략을 선호합니다.


극적인 환경 만들기
우리에게 가장 좋은 상상의 세계는, 기초부터 아주 드라마틱한 곳입니다. 드라마틱한 상황을 만들어 내기 위해 세계가 만들어져 있다면, 몇 년은 더 거기서 발굴할 것들이 있어요.

스타 트렉이 바로 그런 극적인 원리에 의해 만들어진 환경의 예입니다. 예를 들면 트랜스포터는 캐릭터들이 날아다니는데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 필요하죠. 트랜스포터는 씬 전환을 아주 부드럽게 해줘요. 홀덱은 함선의 정상 환경 바깥을 여행할 수 있게 해줍니다. 탐험선을 무대로 한다는 시리즈의 설정은, 스토리를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합니다.

모든 재밌는 아이디어가 극적인 건 아니고, 모든 상상의 세계가 갈등을 자연스럽게 만들지는 않습니다. 테슬라의 과학이 작동하는 평행 세계의 지구를 생각해본 적 있습니다. 이 세계에는 방송력(broadcast power)이 존재하고, 원격 조종에 의해 전쟁이 이뤄집니다. 안타깝게도 재미있는 아이디어임에도 어떠한 갈등을 제공하지 못했습니다. 이 세계를 바탕으로 스토리를 준비했지만, 테슬라 과학과는 전혀 다른 동력원이 (만약 내가 지금 그걸 쓰고 있다면) 스토리를 이끌었습니다. 굳이 그럼 그걸 포함시킬 이유가 어디있고, 그냥 메인 스트림을 배치하지 않을 이유는 어딨죠? 스토리와 아이디어가 조응하지 못한다면, 결국 버려지게 됩니다.

나는 제약을 상상함으로써 가장 좋게 작업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외계인이 우리 별에 찾아오고서는, 은하계의 다른 종들과는 달리 우리가 잡식동물인 걸 알고 공포에 빠지는 걸 상상해보세요. 그리고 그들은 태양계를 격리시킵다. 이번에는, 그 다음 순간을 상상한다면 많은 가능한 이야기들이 떠오릅니다. 우생학자 그룹은 사람을 초식동물로 유전자 조작하려고 하고, 그에 반대하는 행동이 일어납니다. 인류의 숫자를 1조 이상 늘려서 태양계를 자원화하려고 하는 시도도 있을 수 있죠. 태양계 경계에서 외계인과 조우할 수도 있고, 격리를 부수고, 바깥이나 내부에서 저항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게 바로 자연스러운 극적 세계입니다.



스토리가 세계를 만든다
완벽한 설정으로 된 세계를 만드는 건 즐거운 일입니다만, 작가에게 꼭 필요한 활동은 아닙니다. 저는 제가 써놓은 세계를 디테일하게 상상합니다만, 보통 스토리를 시작한 이후부터 그렇게 하고 또 스토리는 세계의 가능성을 담고 있습니다. 작가로서, 나는 스토리 그 자체가 지시할 때 가장 창의적인 힘이 솟는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충분할 만큼만 이야기만 한다면 독자들은 제가 직접 말해주는 것보다 더 잘 이해하고, 더 정교한 세계를 만들어낼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국엔, 독자의 상상력 속에서만 당신의 활자 세계는 더 잘 자라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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