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 수용을 통한 오타쿠 세대론 (2)

▶ 하루히의 소비자 ① -- 2003년 시점 = 오타쿠 제 3세대

이러한 80년대 문화에서 키워진 작가에 의해 2003년부터 쓰여진 <하루히>를 초기에 지지한 층이, 오타쿠 제 3세대이다.

제 3세대는 90년대에 사춘기를 보낸, <신세기 에반게리온> 직격 세대이다. (나 또한 이러한 세대의 오타쿠이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1995년 TV 애니메이션으로 방영되어, 97년에 <신세기 에반게리온 극장판 Air ~ 진심을 그대에게>로 완결, 2007년 <에반게리온 신극장판>으로 리메이크가 시작된 애니메이션 작품이다.

제 3세대의 활자 오락으로는 SF나 전기, 어드벤쳐 소설보다도, 아카호리 사토루나 칸자카 하지메의 라이트노벨이나, 쿄코쿠 나츠히코, 모리 히로시, 세이료인 류스이와 같은 신본격 미스테리의 제 2 세대 작가, 혹은 아비코 타케마루가 각본을 맡은 <카마이타치의 밤>이후의 노벨게임을 좋아하고 소비하는 세대이다.

그들이 <하루히>를 지지한 것은 <에바> 이후 <세카이계>로 나아가기까지의 흐름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루히>의 주인공 쿈은, 무언가에 대해 우물우물 말하는 삐뚤어진 캐릭터이지만, 이것은 <에바>의 신지가 소극적인 성격이었던 것에서 파생된 캐릭터 조형이랄 수 있다. 오타쿠 제 3세대의 수요는 <신나는 것> <과잉함> <절실함> 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 오타쿠 제 3세대가 10대에서 20대 전반이었던 때에 지지받았던 것들을 주목해 보자.

소설
ㅇ 라이트노벨 ... 90년대 전반은 후지미 판타지 문고 (아카호리사토루, 칸자카 하지메 <슬레이어즈>), 90년대 후반은 전격문고 (카노도 코헤이 <부기팝은 웃지 않는다>)
ㅇ 신본격 미스테리 제 2세대 ... 쿄코쿠 나츠시코, 모리 히로시, 세이료인 류스이

영상작품
ㅇ<신세기 에반게리온>
ㅇ<건담>이라면 <SD건담><기동전사 V건담><기동무투전 G건담><신기동전기 건담W>

게임
ㅇ 컨슈머 취향의 걸 게임 ... <도키메키 메모리얼>
ㅇ 18금 에로게 ... Leaf, Tactics ~ KEY (마에다 쥰) 작품 *
ㅇ 격투게임 ... <스트리트 파이터 2>, <K.O.F>, <버추얼 파이터>
ㅇ <슈퍼로봇 대전> 시리즈
ㅇ 게임 하드는 유소년기에는 슈퍼 패미콤, 사춘기에는 플레이스테이션이나 세가 새턴
ㅇ 컴퓨터는 윈도우즈 95탑재의 데스크탑

* <걸 게임>과 <에로게>의 구분은, 전연령층의 작품을 <걸 게임>, 19금을 <에로게>라고 나누었다. 걸 게임은 반드시 텍스트를 메인으로 하는 게임이 아니라, 주인공인 남자아이나 히로인을 육성하면서 연애관계를 발전시키는 시뮬레이션 게임도 많다. 여기서 상정한 에로게임은 텍스트를 읽는데 중심인 비쥬얼 노벨 게임이다.


 
 신나는 것
과잉함
절실함
 이카호리 사투로, 칸자카 하지메


격투게임 (K.O.F, 버츄얼 파이터) 
 
 

<부기팝은 웃지 않는다> 
 
 

<신세기 에반게리온> 
 
 
 
신본격 제 2세대 

 
 
<슈퍼 로봇 대전> 시리즈
 
 

도키메키 메모리얼 
 




제 3세대가 좋아한 90년대 문화에서는, 제 2세대가 좋아한 80년대 문화와 비교할 때, 폭력묘사와 같은 <과격함>이라 부를 부분이 줄어들고, <신나는 것>이라 불릴만한 라이트한 오락성, 과격함이라기보다는 <과잉함>이라고 불러야 할 혁신성/실험성과 인용과다한 작품으로 변화했다. <절실함>은 본서에서 논했던 <사무침>에 가깝지만, <사무침>의 조건은 소년만화적인 뜨거운 우정 등도 포함하지만, <절실함>은 캐릭터의 마음을 조여오는 심정의 토로 같은 개인적인 <아픔>으로 한계지어진다.

<즐거움>을 만족시키는 작품에 대해서는 해설이 불필요하겠지만, <과잉함><절실함>을 만족시킨 작품 군에 대한 개설을 해보도록 하겠다.

<과잉함>은 혁신성/실험성과 인용과다한 작품 두 가지로 구성된다.

내향적이었던 <기동전사 건담>의 아무로 이후로, 약하고 집단에 속하지 못하는 이카리 신지나, 자살한 모친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것이 참을 수 없었던 트라우마적 과거를 지닌 소류 아스카 랑그레이와 같은 위험한 마음을 가진 캐릭터들이 주역으로 활동하여, 실험 영화와 같은 영상수법을 적극적으로 취한 <에바>는,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의 혁신을 하고자 한 야심작이었다. 같은 혁신성/실험성으로 넘쳐나는 작품을 쓰자면, 아카호리 사토루나 칸자카 하지메로 대표되는 가벼운 패러디나 러브코미디가 중심이었던 라이트 노벨계에, 비상한 스타일리쉬함으로 사춘기의 자의식을 자극해오는 작품으로 나타난 카노도 코헤이(<부기팝은 웃지 않는다>는 장년세대의 SF팬은 <엄청 낡은 타입의 작품>이라고 불렸지만, 제 3세대의 수용의 순서로부터보면 <새로운> 것이었다.)나, 미스테리에서는 쿄코쿠 나츠시코, 모리 히로시, 세이료인 류스이 같은 작가이며, 에로 게임이면서 섹스 씬은 거의 덤 수준인 첨예한 내용의 이야기를 그린 Leaf나 Tactics`Key (마에다 쥰)이란 메이커의 시나리오 라이터들이었다.

또한 <에바>는 선행하는 다종다양한 SF나 특촬, 애니메이션 작품으로부터 인용을 과잉할 정도로 한 것이 특징인 작품이었다. 칸자카 하지메 <슬레이즈!>나 아카호리 사투라 작품은 RPG, 판타지 작품의 <클리셰>를 화제로 하였고, 세이료인 류스이의 <코즈믹>이나 <죠커>는 선행하는 미스테리의 클리셰를 아무렇지 않게 가볍게 사용해 넘어감녀서 미스테리란 장르를 먹어치우려고 한 희안한 작품이었다. <슈퍼로봇대전>이나 <K.O.F>와 같은 것에서는 다양한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의 캐릭터가 하나의 게임에 집결해 있어서, 이 또한 인용의 직접이다. 물론, <에바>는 제 1세대의 코어 오타쿠 성향의 오마쥬가 많지만 ( 제 3세대는 대개 모른다) 카나카, 아카호리는 제 3세대의 라이트 오타쿠라도 알 수 잇는 패러디가 많았다는 차이가 잇었다. 그러나 어느 것이든지 <뭔가를 하고 있다>만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냄새>, 혁신성 / 실험성이나 인용과다한 작품의 <과잉함>에 제 3세대는 끌렸다. 왜냐하면 자신들이 보는 장르가 발전이나 혁신을 하고 있는 중이며, 매우 짙은 역사가 도달한 끝이 지금 여기라는 고양감을 맛보았기 때문이다.

<절실함>은 비통한 마음의 절규가 그려진 <에바>나, <나키게>의 대표격인 마에다 쥰 작품에서 특히 나타나며, 이러한 요소가 세카이계라 불리우는 작품의 특징 중 하나라고 인식되어 있는 서정성으로 이어진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즐거움> <과잉함> <절실함> 모든 수요를 만족 시켰다.

나 자신의 기억에 따르자면, 중학교 때에 아카호리 사토루의 <세이버 마리오넷트 J>나 칸자카 하지메의 <슬레이어즈!>와 <에바>를 동시에 열광했고, 고등하교 시절에 <부기팝은 웃지 않는다>가 등장해 라이트노벨 업계의 풍경이 한 번에 바뀐듯한 패러다임 시프트를 경험햇다. 개그 중심의 가벼운 것에서, 시리어스하고 시적인 작풍인 것을 라이트노벨의 중핵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슬레이어즈1> 적인 판타지나 아카호리 사토루로 대표되는 가벼운 작품 일체를 누르고, 90년대 라이트노벨 세계에 스타일리쉬한 작풍으로 나타나 카노도 코헤이와 같은 혁신자를 지지한 오타쿠 제 3세대의 일부는, 2003년에 등장한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에 역시 동시대적인 냄새를 느꼈다. (그것이 광범위하게 의식된 것은 TV애니메이션 방영 이후였을지도 모르지만) 2000년대 전반에는 니시오 이신의 헛소리 시리즈나 오츠이치, 우부가타 토우같은 라이트노벨과 SF나 미스테리였던 장르 소설의 엣센스가 융합된 작품이 나타나기 시작했지만, <하루히>도 모에와 SF나 미스테리를 위화감 없이 동거하게 만든 의욕적인 작품이었다.

<하루히>에서 우주인인 나가토 유키, 미래인인 아사히나 미쿠루, 초능력자인 코이즈미 이츠키가 집한한 상황은, 오타쿠 제 3세대의 감상으로는 <슈퍼로봇대전>에서 건담, 마징가 Z, 겟타로봇이라는 여러 애니메이션의 로봇들이 모여 동거하고 있다는 것과, 감상적으로 멀지 않았다.

제 3세대는, 문예부에 머무는 나가토 유키의 모에함에 열광하고 (<즐거움> 조건 달성), 동시에 <하루히>의 복잡한 시간 SF적인 설정이나 미스테리를 패러디한 요소를 허용하고 (<과잉함> 조건 달성), 쿈을 조용히, 뜨겁게 생각하는 <절실함>을 지닌 시리즈 제 4권 <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의 나가토 유키의 모습에 가슴이 떨렸다.

오타쿠 제 3세대에게 있어서, 자신이 사랑하는 장르의 발전이나 혁신을 자신의 성장(자의식의 싹틈에서 자기 확립까지)이 같은 궤도를 달리고 있다고 믿었던 행복한 기간이 있었다. 그건 아마도 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였다. 그러한 운동이 피크 아웃할 지 아닌 지 모르는 와중에 던져진 것이 <하루히>였다. SF나 미스테리의 교양을 가진 오타쿠 제 2 세대의 창작물로, <에바> 이후의 소비 스타일과 태도를 지닌 제 3세대가 소비했다.

그러나, 제 4세대 오타쿠의 소비는 제 3세대와는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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