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의 장례식 chapter 03

챕터 03

  무슨 꽃인지, 잭은 이제는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저, 그 꽃잎이 하얗다.



  하얀 꽃잎의 왈츠 안으로, 잭은 걸어간다. 지면을 덮은 꽃들은 허리만큼 올라오기도 해서, 잭은 꽃들을 헤쳐나가면서 분지의 한 가운데로 걸어 간다. 때때로 호수가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꽃들을 흔들어, 하얀 꽃잎이 흔들흔들 날아 오른다. 꽃잎들은 공간을 메우고 주변은 눈이 내리는 광경이 된다.



  분지의 한 가운데에, 누군가 있다.



  잭은 그 실루엣을 향해 걷고 있었다. 어딘가 먼 곳에서, 파열음이 끊길 듯 끊길 듯 이어지며 울린다. 마치 먼 곳에서 퍼레이드라도 열린 듯. 그러나 어째선지, 잭은 그걸 포성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 음 아래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어있는지를 잭은 확실히 알고 있다.

  흔들흔들, 특히나 크지만 부드러운 바람이 잭의 뺨을 어루만진다. 꽃잎은 한 순간, 그 바람에  날아올라 기묘한 댄스를 추고는, 그 떠올라 있을 코스에 돌아간다. 하얀 꽃잎의 왈츠에서 실루엣으로 눈을 돌리자, 거기엔 본 적 있는 여성이 서있다.



  자신은 이 풍경을 알고 있다.



  「잭, 오랜만이구나」

  그리 말한 그녀는 미소를, 그리움을, 걱정을 담은 눈동자를 깜박였다.

  잭은 그녀의 이름을 부르려 했다. 하지만, 잭은 그녀의 이름이 아무래도 기억나지 않았다. 나는 그녀를 알고 있다. 나는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 그런데, 어째서 그녀의 이름이 나오지 않나. 잭은 물고기처럼 입을 끔벅거리며 그녀의 이름을 허파에서, 심장에서, 배 안에서, 몸 안 그 깊은 곳에서 짜내려 한다. 마치 그러기라도 한다면 시들어버린 기억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그 이름을 부를 수 있다고 하는 듯이.

  그러나 이름은 나오지 않았다.

   「나는 너에게 이름을 가르쳐주지 않았다. 당연한 거야」

  그녀가 말한다.  그래도, 잭은 거의 울 듯이 되어, 계속해서 입을 헛되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럴 리 없어. 나는 당신을 알고 있으니까. 당신의 이름을 부를 수 없다니, 그런 잔혹한 이야기가 어딨나.

 「본명」

  그녀가 뒤돌아서 잭으로부터 멀어진다.

  「나에게도 진짜 이름이 있다. 소로우에게도, 피어에게도. 모두들 본명이 있었다. 그 이름을 버렸을 때, 새로운 이름을 살아갈 숙명을 택했을 때, 다들 그 이름이 정해놓은 숙명을 향해 걷기 시작했지. 죠이(Joy ; 환희). 나는 그렇게 살았다. 환희란 황홀.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 모든 걸 즐겁게 받아들일 것. 잔혹한 신을 그리스도 교도들이 받아들였 듯이. 수도승이 고통에 넘치는 수행에서 신을 찾아내 듯이」
  「나에게 거짓말을 한 것도 - 조국을 위해 죽은 것도, 모두 즐거웠다고, 그런 건가」

  잭은 울부짖었다. 잭은 울고 있었다. 눈물이 볼을 따라 계속해서 흘러내렸다. 그러나 사라져가는 그녀는, 멈추지 않고 말했다.

「병사로서 환희를 살아가는 일이란, 그런 거지, 잭. 나는 그 이름을 살아왔다. 더 죠이의 삶을.」

  그리고는 그녀는 갑자기 멈추어 섰다. 오른손을 위쪽으로 들어 올리자, 꽃잎이 얌전히 그녀의 손바닥에 내려 앉았다. 그녀는 그 꽃잎을 바라보며, 그 옆 얼굴을 잭에게 보여주었다.

「하지만, 너는 병사가 아니다. 나는 알 수 있어. 너는 병사가 아니라 전사다. 병사의 환희를 안고 전장에서 죽을 수 없어」
「나는 병사다. 당신과 함께 걷게, 함께 가게 해 줘」

  잭은 오열했다. 참을 수 없었다. 나는 당신에게 모든 걸 배웠다. 당신처럼 행동하고, 당신처럼 생각히기를 바랬다. 당신과 같은, 좋은 병사가 되기를 열망했다.

  하지만, 이제는, 나는 결국 그리되지 못했다고 당신은 말한다. 나는 병사가 아니라고. 나는 당신이 바랬던 모습은 되지 못했다고, 당신이 말한다. 이건 너무나 잔혹하지 않은가. 오열하는 잭의 입에서는 타액이 흘러 내릴 정도가 되었다.

  전사가 다 뭐냐. 병사와 뭐가 다르지. 당신이 바란다면 나는 병사가 되어 보이겠어. 그러니까 가르쳐 줘. 전사가 무엇인지, 병사는 무엇인지.



  하지만, 그녀의 모습은 이미 없어져서, 답은 사라진 그녀에 대한 추억과 자신 사이의 어딘가에 떠돌아 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꽃들은 급격하게 시들어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꽃들의 변화로부터 잭을 데려온 것은 열기와 습기와 냄새이며, 하늘을 뒤덮은 잎과 가지들의 캐노피이며, 가까워지는 사람의 기척이었다.

「보스-」

  잭은 메인 목으로 중얼거맀지만, 받아온 훈련이 잭의 시냅스를 급격하게 점화했다. 몽롱한 꿈과 현실의 사이가 찰나에 사라져, 이게 꿈의 연속이 아니라고 깨달았을 때, 잭은 이동을 재개했다. 경계라인의 패트롤인가. 아니면 발각된 건가.

  어리석었다. 작전행동중 - 그것도 스니킹 미션 와중에, 수면의 깊게 빠지다니, 평소의 자신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잭은 조금씩 이동해 나가며, 가까워진 발소리 쪽에 신경을 집중한다.

  프랭크의 왕국에 가까워졌다. 잭은 확실히 그걸 느꼈다. 발소리로부터 조심스럽게 멀어져가며 돌아 봤을 때, 수분 전에 잭이 자던 에리아에 AK에 무장한 남자들이 접근하는 게 보인다. 공산주의 녀석들도 아니고, 왕당파의 병사들도 아니다. 외견은 어딜봐도 평범한 농민으로 생각된다. 만, 그런 농민 복장에 어울리지 않는 AK를, 좌우로 흔들리지 않고 똑바로 진행방향을 향해 잡은 채 이동하는 모습은, 명확하게 프로가 내린 전술지도의 성과가 보이고, 복잡하게 우회하며 목표지점에 어프로치하는 그 루트는 - 어딜봐도 FOX의 것이었다.

  그들은, 프랭크 왕국의 병사다, 라고 잭은 확신한다.



  자신은 지금, 적대 영역의 한 가운데에 있다.



  프랭크의 왕국, 이라고 제로는 표현했다.


  라오스의 현지인을 훈련해, 호치민 루투의 공격에 투입한다. 프랭크 예거 - FOX에서의 코드네임은「그레이 폭스」가 라오스에 잠입해, 현지인에게 접촉했단 연락을 받은지 5개월 후, 연락은 갑자기 두절되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아메리카 정부는 지원하고 있는 라오스 왕당파로부터, 믿을 수 없는 정보를 듣게 된다. 현지인을 훈련하고 있을 아메리카 군의 공작원이, 훈련한 마을 사람들과 같이 학살을 벌이고 있다고.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현지에 들어간 CIA는, 확실히 거기서 학살이 있던 근처에서 마을을 찾아냈다. 아이는 비 온 뒤의 진흙탕에 버려졌고, 여자는 어린 소녀까지, 범해진 뒤 살해당했다. 마을의 끝자락에 세워진 남자들은 뒤로 손이 묶인 채, 두개골로부터 바깥쪽으로 솟아난 피부를 꽃잎으로 하는 짙은 꽃이, 옆머리나 이마, 뒷부분이 피어나 있었다.

 그 CIA는 피닉스 작전에 참여하지 않았으니, 인간성이 갖고 있는 유연함, 그 노골적인 가능성을 봐 버린 것은 처음이었다. 이 정도 짓을 벌여도, 인간은 인간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그 CIA의 위장이 뒤틀렸다. 패닉이 된 그는 진흙탕에 머리를 쳐박힌 채 젖은 아이를 향해 토해버려, 아침에 먹은 프렌치 토스트의 노란 토가 부패해 검붉게 변색한 피부를 산뜻하게 칠해놓았다.



  당신들이 보낸 인간이 한 짓입니다, 라고 왕당파의 인간은 혐오를 감추지 않고 이야기 했다. 프랭크 예거는 공산주의 이데올로기에 넘어갔다고.

 「왕당파의 정보에 따르면, 프랭크는 공산주의를 현지인에게 주입하며 훈련을 하고, 그 이외의 교화되지 않는 마을은 이렇게 죽이고, 멸망시키고 있다는 듯 하네. 왕당파도 뭔가 하려고 했지만, 즉석으로 트레이닝이라고 하지만 프랭크,즉 FOX의 기술을 훈련받은 마을사람들 앞에, 어쩔 수 없었다더군」

  그리 말하는 제로의 얼굴에는 작은 미소가 올라와 있다. FOX의 표준작전수순(SOP)의 우수성이, 이런 식으로 증명될 줄은 생각하지 않았으나, 얄궂다는 걸 알면서도, 자신이 쌓아올린 성과물의 평판을 들어서 기뻤던 것이겠지.

「있을 수 없다」

  고 잭은 단언한다.

「나는 프랭크를 알고 있다. 그 정도로 자신을 강하게 세울 수 있는 남자는 없고, 어떤 이데올로기에 물든다 해도-」
「하지만 그는 피닉스 작전을 경험 했다네」

  제로가 잭의 항변을 막았다. 그것이 모든 걸 설명한다 - 아니면, 모든 설명을 무력화한다고 말하려는 듯.

「피닉스 작전에 가장 추악한 부분을 프랭크는 통과했다」



  프랭크는 통과했다 -- 아니 통과시켰다. 이 자신이. 제로는 돌려서 그 말을 혀에 올렸지만, 잭은 알았다. 제로의 눈꺼풀이 닫힌다.자신의 죄악감을 눌러내며, 담담하게 회화를 계속하려고 노력하는 행위다.

「보고를 읽었지만, 거기는 광기의 산사태다. 그런 처형이 매일 있으면 어떤 정신이라도 이상하게 구부러져 버리지. 나라면 발광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 」
「왕당파가 실제로 프랭크와 교전했다, 잭. 프랭크는 현지인을 그들의 편에 교화하기 위해 라오스에 들어갔다고」

  어찌 할 수 없는 증거에 찔려서, 잭은 말을 잃었다. 그러나, 잭에게 현실을 들이대서 반론하는 제로 쪽도, 당연하지만 누가 봐도 괴로워 보인다.

「프랭크는 지금, 어디에-」
「프랭크는 훈련한 원주민을 이끌고, 라오스의 정글에 「왕국」을 쌓고 있네. 그가 훈련시킨 마을사람들은 모두 터프한 병사가 되었겠지.」

  그리 말하며, 제로는 새로운 파일을 잭에게 넘긴다. 안에는 보고서와 함께, 정찰기에서 찍은 사진이 클립되어 있다. 하지만, 그 사진들을 자세히 바라보자, 잭은 어떤 일에 신경이 쓰였다.

「잘도 고도가 낮은 위치에서 촬행했군. AAA(Anti-Aircraft Artillery ; 대공포화)를 피해서 위에서부터 밑을 향해 찍는 겁쟁이 정찰기 사진의 느낌이 아냐」

  제로는 끄덕이며.

「한달 전, DARPA(국방성 선진연구국)의 UAV프로젝트의 시험검증으로, 개조형의 파이어 비가 호치민 루트 주변의 공역에 풀려있네」
「UAV(Unmanned Aerial Vehicle ; 무인기)라-」

  잭은 처음 듣는 컨셉의 병기에 놀랐다.

「파이어비를 이용한 정찰은 이전부터 있었잖나. 별로 새로운 정찰법도 아닐 텐데」

  파이어비는 소형의 무인항공기로, 처음엔 표적기로 사용되어 있었지만, 67년, 개조되어 정찰용 기체가 중국의 하늘로 뿌려진 이후, 이 새빨간 소형기는 정찰 드론으로 베트남이나 라오스의 하늘에도 꽤나 많은 수가 순찰하고 있다. 처음부터 그럴 용도로 개조된 C-130파생형으로부터 공중에서 발사되어, 관성에 따라 비행, 정보 모듈은 헬기로 회수, 라는 패턴이었다.

「이놈은 다르다. 탑재한 소형의 컴퓨터가 복잡한 코스를 비행하지. 물론 프리셋트(Pre-set)다만, 지금까지의 파이어비처럼 날아간 방향 그대로 쭉 직진하는 능력밖에 없는 쪽보다, 더 정밀하고 전략적인 정찰기가 되었다」

  제로는 그리 설명하곤, 개조형 파이어비 정찰기의 개요를 설명한다. 지금까지의 파이어비처럼, 붕하고 탄환처럼 일방향으로 날아가는 관성 비행으로는 제대로 된 성과를 얻을 수 없었다. 그리 되면 희망을 맡길 수 있는 건 컴퓨터에 의한 비행이 된다. 하지만, NASA에 있는 컴퓨터는 집채만큼 큰 데다가, 즉시성이 요구되는 작은 회전에 득이 되는 계산은, 오퍼레이터가 손에 든 주판(*원문 계산척計算尺)을 사용하는 편이 단연  빨랐다. 66년에는 무인탐사기 서베이어가 월면에 도착했지만, 습기가 많고, 덮고, 다루기 어려운 난잡한 동남아시아의 전장에서의 환경에서, 컴퓨터를 소형기에 집어넣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생각되어 왔다. 실제로, 정밀한 유도장치를 탑재했다는 스패로우 3 미사일의 불안정함은, 파일럿들이 입을 모아 무시할 정도였다.

  그러나 전날, 인텔 컴퓨터의 중앙연산처리의 고속화와 소형화가 성공했다. 이른바 마이크로 프로세서라 불리우는 것이 설계단계에 들어갔다. 무인정찰의 정도 낮음에 비명을 울리던 「경리실」놈들은 재빨리 눈을 돌려, 프로토타입의 프로세서를 파이어 비에 짜아넣어, 다시 한번 프로그램한 코스를 비행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로서, 지금, 잭의 눈 앞에 있는 사진이 찍힌 셈이다.

  저공으로 찍었기에, 얼굴의 디테일이 지금까지와의 정찰사진에 비하면 선명하다. 숲의 캐노피가 열린 장소에 선, 무장한 사람들. 복장은 통일되어 있지 않고, 무장도 제각각에, 게릴라처럼 보였다.

  그 중앙에 머리 하나 키가 더 큰 남자가 있었다. 남자는 누가봐도 아시아인은 아니었지만, 그 복장은 스페츠나스의 전술지도자처럼 보였다. 그는 아메리카군의 야전복을 입었지만, US장은 뜯겨져 있었다.

「프랭크 - 」

  그건, 프랭크 예거였다.



  프랭크 예거가 라오스의 정글에서 왕국을 쌓아, 무고한 사람들을 학살하고 순회하는 묵시록의 말이 되었다. 라오스의 왕당파의 의문을, CIA도 NSA도 국가안전보장회의도 신용했다.



「아무래도, 목표 에리어에 가까워졌나 보구만」

라고 시긴트가 통신해 왔다.

「그래, 가시방석이다」

라고 잭은 말한다. 최초의 초병과 인카운트한지 반나절, 그 이후로 초병의 수는 늘어가기만 해서, 잭은 주의 깊게 루트를 설정해 천천히 목표 에리어에 다가가고 있었다. 만, 적의 초계라인의 패턴은, 잭을 너무나 신경 쓰이게 했다. 머리 속으로 여태까지 조우한 초병들의 패턴을 그려보면, 거기서부터 떠오르는 건 소름끼치는 사실이지만 증거는 없다. 거기서, 잭은 시긴트에게 그 의심을 전하기로 한다.

「전부터 봐온 패트롤들의 경계루트를 생각하면 신경 쓰인다만 - 아무래도 나는 프랭크에게 유도 당하는 것 같다」
「뭐」

  시긴트가 이해할 수 없다, 고 말하는 듯해 잭은 설명을 덧붙인다.

「패트롤의 경계가 변해서, FOX의 SOP로 갈 루트를 설정했을 때, 내가 지나갈 만한 길은 여기밖에 없어」
「최선을 선택한다는 거잖나」
「그게 아니야. 나는 여기를 지나가도록 되어 있지 않은가, 라는 의미다. 내가 지금, 이 좌표에 있는 게 역산했다고 볼 때, 그 패트롤의 배치는 틀림없이 정밀히 계산된 거다. 다른 위치를 다른 루트에서 경계했을 때, 나는 여기에 있을 수 없다.」
「-- 프랭크에게 읽히고 있다고」
「아직도 이해를 못했군. 녀석에게 읽히고 있는 게 아냐. 녀석에게 계획당하고 있는 거다. 내가 진행하는 루트는 프랭크가 생각한 대로가 아닌가, 그런 기분이 들어」
「그 말 그대로다, 잭」



  소리가 나무들 사이에서 달려 나온다.

  그것들은 캐노피의 덮개 안에서 메아리 치고, 그 에코 하나하나가 서로를 스치며, 공명해, 마치 예언자가 황야에서 외치는 소리처럼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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