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의 장례식 prologue
팍스의 장례식
by 이토 케이카쿠
-프롤로그
헬멧은 어린 소년의 머리에는 너무나도 컸지만, 소년은 신경쓰지도 않았고 벗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것은 그의 아버지, 길러준 아버지가 예전에 어딘가 먼 나라에 전쟁에서 사용한 헬멧이었다는 듯 하다.
Born to kill`이란 낙서가 헬멧에 적혀있었다. 생즉필살 - 죽이기 위해 태어났다, 란 뜻이다. 그걸 쓴 사람이 아버지인가 아닌가, 소년은 물은 적이 없었다. 아버지의 취미가 아닌 느낌도 들지만, 예전에는 아버지도 이랬다고 이야기해주면 납득해버릴 지도 모른다. 애초에, 아버지는 지금 전사이기도 하고.
「저기, 파파」
라고 소년은 아버지에게 물었다. 이전부터 묻고 싶었던 질문도, 지금이라면 물을 수 있으리라. 내일, 아버지는 또 새로운 전장에 간다. 나를 혼자 집에두고. 곧 자신도 전장에 데려다 주리라고, 아버지는 소년에게 말했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라고도 아버지는 말했다. 곧 2, 3년 뒤에는, 너 또한 나의 세계에 데려다주마, 하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야.
데려가 줘, 소년이 내일의 여행을 떠나기 전에 그렇게 말을 걸면, 아버지는 전에도 그랬듯이 같은 대답을 들려주겠지. 그래버리면 아버지는,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물어봐야만 한다.
「내 이름 말이야」
「맘에 안들더냐」
아버지는 사람마음을 눈꼽만치도 모르는 사람이다. 10년 가까이 같이 지냈는데도, 이제와서 「이름이 맘에 들지 않다」니 말도 안된다. 소년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아니, 새삼스럽게 그런 건 아니구」
그럼 뭐가 말이냐, 하고 아버지가 시가를 천천히 입술에서 빼낸다. 아버지는 언제나 이렇다. 그런 아버지의 눈치 없음에 소년은 미소지었다. 이런 사람이니까, 라며 포기하고 받아들인지 오래인 아버지의 성격 중 하나. 이런 사람은 모두랑 같이 살기 힘들어 - 내가 학교에 가봐야 별 볼 일 없듯이.
「내 이름, 아버지가 붙여준 거지」
「어」
「그치만, 성도 그렇구, 아버지랑 이름이 다르잖아. 아 물론, 아버지 이름은 전부 거짓말에 다른 나라에 가거나 여기서 생활하거나 그러기 위해서란 건 알지만」
「--대체 뭘 말하고 싶은 게냐」
소년은 조금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 뭐가 말하고 싶냐니, 아이에게 말할 대사는 아니잖아요, 아버지. 정말로 이 사람은 답답하다.
「그러니까, 내 이름, 대충 생각한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더라구. 어째서 지었는지, 알려줬으면 좋겠어」
그렇게 말했을 때, 아버지는 먼 곳을 바라 본다 - 나의 얼굴을 바라보지 않고. 뭔가 무거운 것이 아버지의 가슴에 내리앉은 것만은 확실하다. 그래도 그 의식이 가리키는 방향은 내가 아니다. 내 이름을 매개한, 어딘지 모르게 먼 아버지의 기억 속.
무거운 침묵이 언제까지 계속될른지 생각했을 때 즈음 아버지는 입을 열었다.
「그렇지, 이제는 슬슬 네 이름을 알 때도 되었구나」
라며 아버지의 눈은 소년을 지그시 바라보며
「너의 이름, 그건 너를 규정하고, 너를 그러해야 할 길에 데려다 줄 거다. 그 이름은 너를 저주하고, 너는 그 이름 때문에 죽겠지. 그걸 받아들일 각오를 하려면 지금밖에 없는지도 모르겠다. 알아야만 할 때가 온 지도 모르지」
무언가 열리는 소리가, 소년에게 들리는 듯 했다.
갑자기 크게 흘러내리는 아버지의 말의 분출은, 마치 마술에 쓰는 밧줄처럼 소년의 의식을 못박았다.
「꼬맹이, 잘 들어라.
너의 이름은, 내 친우의 이름.
내가 죽인, 내 벗의 이름이다.」
by 이토 케이카쿠
-프롤로그
헬멧은 어린 소년의 머리에는 너무나도 컸지만, 소년은 신경쓰지도 않았고 벗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것은 그의 아버지, 길러준 아버지가 예전에 어딘가 먼 나라에 전쟁에서 사용한 헬멧이었다는 듯 하다.
Born to kill`이란 낙서가 헬멧에 적혀있었다. 생즉필살 - 죽이기 위해 태어났다, 란 뜻이다. 그걸 쓴 사람이 아버지인가 아닌가, 소년은 물은 적이 없었다. 아버지의 취미가 아닌 느낌도 들지만, 예전에는 아버지도 이랬다고 이야기해주면 납득해버릴 지도 모른다. 애초에, 아버지는 지금 전사이기도 하고.
「저기, 파파」
라고 소년은 아버지에게 물었다. 이전부터 묻고 싶었던 질문도, 지금이라면 물을 수 있으리라. 내일, 아버지는 또 새로운 전장에 간다. 나를 혼자 집에두고. 곧 자신도 전장에 데려다 주리라고, 아버지는 소년에게 말했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라고도 아버지는 말했다. 곧 2, 3년 뒤에는, 너 또한 나의 세계에 데려다주마, 하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야.
데려가 줘, 소년이 내일의 여행을 떠나기 전에 그렇게 말을 걸면, 아버지는 전에도 그랬듯이 같은 대답을 들려주겠지. 그래버리면 아버지는,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물어봐야만 한다.
「내 이름 말이야」
「맘에 안들더냐」
아버지는 사람마음을 눈꼽만치도 모르는 사람이다. 10년 가까이 같이 지냈는데도, 이제와서 「이름이 맘에 들지 않다」니 말도 안된다. 소년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아니, 새삼스럽게 그런 건 아니구」
그럼 뭐가 말이냐, 하고 아버지가 시가를 천천히 입술에서 빼낸다. 아버지는 언제나 이렇다. 그런 아버지의 눈치 없음에 소년은 미소지었다. 이런 사람이니까, 라며 포기하고 받아들인지 오래인 아버지의 성격 중 하나. 이런 사람은 모두랑 같이 살기 힘들어 - 내가 학교에 가봐야 별 볼 일 없듯이.
「내 이름, 아버지가 붙여준 거지」
「어」
「그치만, 성도 그렇구, 아버지랑 이름이 다르잖아. 아 물론, 아버지 이름은 전부 거짓말에 다른 나라에 가거나 여기서 생활하거나 그러기 위해서란 건 알지만」
「--대체 뭘 말하고 싶은 게냐」
소년은 조금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 뭐가 말하고 싶냐니, 아이에게 말할 대사는 아니잖아요, 아버지. 정말로 이 사람은 답답하다.
「그러니까, 내 이름, 대충 생각한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더라구. 어째서 지었는지, 알려줬으면 좋겠어」
그렇게 말했을 때, 아버지는 먼 곳을 바라 본다 - 나의 얼굴을 바라보지 않고. 뭔가 무거운 것이 아버지의 가슴에 내리앉은 것만은 확실하다. 그래도 그 의식이 가리키는 방향은 내가 아니다. 내 이름을 매개한, 어딘지 모르게 먼 아버지의 기억 속.
무거운 침묵이 언제까지 계속될른지 생각했을 때 즈음 아버지는 입을 열었다.
「그렇지, 이제는 슬슬 네 이름을 알 때도 되었구나」
라며 아버지의 눈은 소년을 지그시 바라보며
「너의 이름, 그건 너를 규정하고, 너를 그러해야 할 길에 데려다 줄 거다. 그 이름은 너를 저주하고, 너는 그 이름 때문에 죽겠지. 그걸 받아들일 각오를 하려면 지금밖에 없는지도 모르겠다. 알아야만 할 때가 온 지도 모르지」
무언가 열리는 소리가, 소년에게 들리는 듯 했다.
갑자기 크게 흘러내리는 아버지의 말의 분출은, 마치 마술에 쓰는 밧줄처럼 소년의 의식을 못박았다.
「꼬맹이, 잘 들어라.
너의 이름은, 내 친우의 이름.
내가 죽인, 내 벗의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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