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e SS] 바젯트만의 이야기 : 외계령(外界靈)의 세례 ① (written by 깜악귀)


[Fate SS] 바젯트만의 이야기 : 외계령(外界靈)의 세례 ①
1.


바젯트는 코토미네를 보면 화가 났다. 그가 한 마디 할 때마다 화나 나고 짜증이 났다. 가끔은 자신을 일부러 화나게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만약 같은 조직에 있었다면 그를 향해 명백히 분노를 드러냈을 것이다.

그러나 코토미네는 바젯트와 다른 조직에 속해 있었다. 때로는 경쟁적이었고 때로는 적대적이다. 서로를 배제해야 할 일이 아직까지 닥쳐오지 않았다는 것은 우연일 뿐이다. 실제로 그런 명령이 내려질 수도 있었다. “교회, 매장기관의 대행자(Executer) - 코토미네 키레를 제거하라”라는 명령이. 적대적인 두 기관의 부서, 그것도 서로 충돌할 일이 잦은 부서라면 이상할 것이 없다. 아직까지 그런 일이 없었다는 것은 운이 나쁜 바젯트로서는 그런대로 괜찮게 작용한 운인지도 모른다.

이 시기, 바제트에게 필요한 것은 동지였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 편리하게는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이 여자의 불운이었다. 이런 비틀어진 형태로 밖에는 굶주림을 채울 수가 없는 숙명의 별자리에서 태어났다.

이 이야기는 바젯트와 코토미네가 한 사건에 얽혀서 힘을 합쳤던 몇 안 되는 사례 중 하나이다. 한 쪽이 배신당하고, 또한 죽음이 그 어느 쪽에게든 찾아오기 전의 일이다.

* * *


똑.똑.

- 들어오십시오.

바젯트는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갔다. 말 없이 담배를 꺼내 물었다. 상관의 앞에서 임무를 맡을 때 반드시 담배를 꺼내 무는 것이 바젯트의 습관이었다. 자신은 의식하지 못하지만 이것이야 말로 소리 없는 반항임이 틀림없었다. 상관은 그런 것을 눈치채는 종류의 사람이었으나 또한 그런 것을 굳이 지적하지 않는 타입이기도 했다.

그래서 바젯트는 결국 담배에 불을 붙이고 말았다.

- 지난번 임무는 괜찮았습니까? 미스 마크레밋.

상관은 문서에서 눈을 들지 않고 말한다.

- 괜찮았습니다.
- 이번 일은 약간 번거롭습니다….

상관은 여전히 문서만을 보며 말을 이어간다. 상관이라지만 꼬박꼬박 존대를 한다. 가문을 대표하는 마술사에 대한 예의를 지키고 있는 셈이다.

- 마르티네라는 마술사인데, 그의 마술공방은 웨일즈의 성에 있습니다. 마술사이면서 동시에 그 지방 전통의 영주 가문이기도 합니다. 바로 그 성 주변에 이상현상이 발생했다고 하고 있습니다.

- … 이상현상이란, 마을 사람들이 지속적인 실종과 신비가 관련된 괴기현상의 돌출입니다. 녹색의 불꽃이 출현한다거나, 커다란 비명소리가 들린다거나, 인간이 아닌 것이 성 주변에 출현한다거나 하는 것들이지요.

바젯트는 묵묵히 이야기를 듣는다. 그 상관도 개의치 않고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다.

- 지금까지 그를 잡으러 들어간 봉인지정 마술사들이 모두 행방불명되었습니다. 솔직히 말해 이번에 실패하면 다른 방식을 실행할 예정입니다.
- … 다른 방식이란 ‘그것’을 말하는 겁니까.
- 그래요. ‘그것’을 말하는 겁니다.

‘그것’이란 광역 마술 소이탄 ‘소돔의 빛’. 쉽게 말하면 소규모의 핵무기처럼 관련된 지역의 모든 것을 소거시킨다. 핵무기와 다른 점은 상황에 따라 술사가 작동반경을 명확하게 조작할 수가 있으며 방사능 같은 잔여물이 남지 않는다는 점일 것이다. 결국 주변을 모두 소각할 각오가 있다는 뜻이다. 이례적이다. 마법사 한 명의 폐해를 막기 위해서 이 정도까지 할 이유가 있는 건가.

- 그 주변으로 소문이 퍼질 수 있습니다. 정보통제에도 한계가 있고요.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신비의 은닉을 위해서라면 몇 명이 죽던 상관없다는 것이 협회의 기본 방침이니까. 깨끗하게 이해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계속 의문을 품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의심에 집착한다고 답이 나오는 것도 아니며, 위에서 무엇을 숨기고 있던 간에 자신은 업무를 거부할 수 없는 것이다.

바젯트는 효율적인 것이 좋았다.

- 제가 돌입한 후 실패했다는 것이 인식될 때까지는 어느 정도나 여유가 있습니까.
- 이틀입니다.
- … 알겠습니다.

상관은 조금 생각하다가 말했다.

- 이번 일에 성공하면 협회 내에서의 입지도 조금은 달라질 거라고 생각하십시오.

그렇게 생각하라는 말이지, 그렇게 될 거라는 말은 아니지 않습니까. 물론 그런 생각을 입 밖에 내지는 않았다.

- 언제나 그렇듯이 자세한 부분은 서류함에 있을 겁니다. 읽고 나서 파기하십시오. 그리고 이번 일에는 교회의 매장기관 측에서도 대행자를 파견할 거라 생각됩니다. 관할지역에 교회가 있기 때문에… 그곳의 신부가 사망했습니다.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문제를 인식했을 가능성이 높군요.

이 말을 하며 상관은 바젯트를 빤히 쳐다보았다. 바젯트는 초조해진다. 왜 교회 측 대행자 이야기를 하며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가. 당신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가. 대행자가 파견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나의 머리 속을 스쳐지나간 사람에 대해서인가 -

- 담배.
- 네?
- 그 담배, 피우지 않을 건가요?

시선을 따라 내려다보니 처음 한 모금만 들이마신 담배가 이제 손가락 끝까지 타들어가 있다. 앗- 하며 재떨이에 비벼 껐다. 이번에는 무표정한 바젯트도 살짝 얼굴이 붉어졌다.

* * *


바젯트의 상관은 문을 닫고 나가는 10대 후반의 여자를 지켜보았다. 잿빛 양복을 입었다. 무표정하다. 자신의 쓸모 있는 부하이다. 그리고 협회의 편리한 소모품이다. 마크레밋 가문의 장녀 - 마술사 사회에서의 입지는 전혀 없고 가진 것은 명예 뿐이라는 허울 좋은 명문가의 자손이다. 그런 가문의 입지를 개선하기 위해 5년 전, 아일랜드에서 런던으로 왔다.

그녀가 런던에 막 도착했을 때 마술협회, 그러니까 ‘시계탑’에서는 대대적인 환영행사를 벌였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형식일 뿐, 이후 2년 동안 아무도 찾아주지 않았다. 아는 사람이라고는 하나 없는 런던에 2년 간 소외되어 있었던 것이다. 아무도 방문하지 않고 아무도 초대해주지 않았다. ‘여기에 당신에게 내어줄 자리는 없다. 체면은 차려 주었으니 돌아가라’라는 무언의 메시지였던 셈이다.

바젯트는 나약한 여자는 아닌 모양으로, 어느날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었는지, 시계탑 고위 관리자를 방문, “어떤 일이라도 좋으니 자리를 달라”고 요청했던 모양이다. 상부로서는 난감했을 것이다. 권력에 관련된 요직을 내어줄 수는 없고, 그렇다고 마술명문의 자손을 보잘 것 없는 자리에 줄 수도 없다.

그 끝에 바젯트는 이쪽 봉인지정 관리부에 파견되었다. 봉인지정 마술사 헌터로. 시계탑 최고의 무투파 마술사들이 배치되는, 달리 말하면 실전 위주의 부서이다. 언제나 생명을 위협당하는 곳으로, 몇 년 이상 근무한 자들이 드물다. 모두 죽거나 그만두었다. 협회에서는 “이렇게 중요한 지위를 내려주었으니 감사할 줄 아시오”라는식으로 말한 것 같지만, 실상은 되도록 험하게 다루고 있을 뿐이다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노고의 보상을 줄 때가 되기 전에 망가지면 좋겠다는 식으로.

- 기술을 가진 자는 기술적으로 소모되는 것이죠. 미스 마크레밋.
- 그러면, 중간관리직은 관리되며 소모될 뿐인 건가. 그레고리.

여성의 목소리가 허공에서 들려왔다. 곧이어 그레고리의 눈 앞에 인간의 형체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공기가 아지랑이처럼 흔들리는 듯 하더니 작은 여자가 모습을 드러낸다. 하얀 단발의 머리칼이 흩날린다.

- 여기에 형체를 보이는 건 좋지 않아, 에이미.
- 어때? 어차피 본체는 당신들의 봉인지정에 묶여 있다. 이런 잔재주 외에는 마력을 쓸 수도 없잖은가.

에이미는 어깨를 으쓱한다. 몸집이 작은,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여자다. 10대 초반으로 보이는가 하면 40대 중반으로도 보인다. 눈가는 어리고 입가는 성숙하다.

- 저 불쌍한 아가씨를 위해 무엇인가 해 줄 생각인가, 그레고리.

그레고리는 고개를 저었다.

- 그럴 리가. 나 스스로를 위해서도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는 걸.
- 그렇겠지.

에이미가 쿠쿡 웃었다.

- 그리고 난 너를 위해서도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잖나.
- 자책할 건 없어.

에이미는 그레고리에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 모든 마술은 저주에서 기원한 거지. 그러니까, 마술사는 자신부터 저주하기 시작하는 거야.
- 하지만 모든 저주는 신에 대한 기원에서 나온 것이네.

둘은 조소했다. 그것이 그들의 유일한 취미였던 것이다.

* * *


마르티네는 웨일즈 지방의 3, 4개 마술사 집안 중 하나에 속한 마술사일 뿐이었다. 프랑스 계 혈통이 섞인 마술사 가계라는 특이성 외에는 특별한 업적도 성취도 눈에 뜨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특별히 은둔형 마술사였던 것도 아니다.

보고서에 의하면 마을에서 이상현상이 발생한 것은 한 달 전. 밤마다 성에서 비명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공포에 떨게 된 주민들이 야간 수색에 나서자 며칠 잠잠했다. 그러나 며칠 후부터는 주민들이 하나 둘 행방불명되기 시작했다. 이 행방불명 이후로 이상현상은 대단히 노골적이었고 감추려는 시도조차 없었던 듯 하다.

- 괴물을 보았다.

라는 보고내용이 마지막으로 포함되어 있다. 3번째로 들어간 봉인지정 헌터의 보고내용이다. 그리고 이것이 서류의 전부였다. 마지막 메시지를 남긴 헌터는 돌아오지 않았다. 바젯트가 4번째인 것이다.

봉인지정 헌터라면 마술사 중에서 가장 실전 대처 능력이 뛰어난 자들로 구성된다. 자청해서 봉인지정 헌터가 될 마술사는 없어서, 모두가 마술협회에 빚을 갚아야 하거나 피치 못할 사정이 있는 경우라지만, 실력은 의심할 나위가 없다. 그렇지 않고서는 업무 수행이 불가능하다. ‘마술’의 경지를 넘어 ‘마법’의 차원으로 도약한 ‘마법사’들을 구속하는 것이 그들의 일이니까.

봉인지정 헌터는 매장기관의 대항자와 동급의 실전능력을 가졌다. 이들보다 위대한 마술사, 마법사는 얼마든지 있지만 전투능력으로 보았을 때 이들을 능가하는 자들은 찾기 힘들다. 흡혈종의 대표인 ‘사도 27조’를 만난다 해도 이기지는 못한다고 해도 적절한 대응은 가능한 수준이다.

이 시골은 그런 봉인지정 헌터를 3명이나 삼켜버린 것이다.

바득.

마을에 도착한 바젯트는 이를 깨물었다. 마을의 동쪽 산에 크지도 작지도 않은 전통적인 성이 보인다. 대부분 벽돌로 지어진 시골의 집들이 작은 규모로 몰려 있다. 촌락의 규모다. 그리고 이곳에 누구라도 알 수 있을 정도의 피비린내가 가득했다.

바젯트는 품 안에서 미리 준비한 옷자락을 꺼냈다. 옷자락은 3번째로 사라진 봉인지정 헌터의 생전의 물품이었다. 이것으로 행방을 추적한다는 것이 바젯트가 세운 계획이었다. 켈트족으로부터 내려온 룬 문자를 매개로 한 마술이 바젯트의 전문이었지만 이번에는 정상적인 영창 주문을 사용해 보기로 했다. 바젯트는 왼쪽 엄지와 중지 손가락을 튀겨 신호를 보내면서 왼손으로 옷자락을 잡고 마력을 주입했다.

들어라. 너의 자취.
이곳에서는 감추어지는 것이 없으니 -
가장 짙은 피로도 지울 수 없는 수레바퀴 자국이 보인다.
그것은 안개 속으로 이어지고 -

옷자락으로부터 피로 이루어진 안개와 같은 자취가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이것은 옷자락의 주인이 살아 있다는 뜻이다. 바젯트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서로 간에 동지애 같은 것도 없고 얼굴을 본 적도 없지만 살아 있다면 당연히 구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붉은 안개는 구불구불한 곡선으로 성이 있는 동쪽 산으로 향하다가 부채 모양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공기 중에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확산되는 붉은 색이 녹색에 물드는 것이 눈에 보였다. 녹색은 붉은 선을 계속 잠식하면서 도화선이 타들어가듯 옷자락 쪽을 향해 밀려왔다.

바젯트가 옷자락을 잡은 손을 놓자, 금새 녹색의 불꽃으로 타오르는 것이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선명했다.

첫째, 옷자락의 주인은 성으로 향하는 방향에 있다. 그리고 적어도 ‘살아’ 있다.
둘째, 돌이킬 수 없는 불길한 일이 옷자락의 주인에게 닥쳤을 것이다.
셋째, 성을 지배하는 자는 매우 강대하다.

* * *


바젯트는 마을 주민이 사는 집의 문을 열어보았다. 끼이익 - 하는 소리가 을씨년스럽다. 역시 집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적막하기 짝이 없었다. 마을 주민이 살아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바램이긴 하지만 사실은 아닐 터이다.

무엇보다, 다른 무엇으로 ‘변질’되지는 않았다면 좋으련만, 불길한 예감은 머리에서 떠나지를 않는다. 생각보다 커다란 사건이다. 광역 마술 소이탄을 운운할 정도면 상부에서는 이미 사건의 규모를 알고 있었을 것이다. 자신을 투입한 것은 버려도 좋은 카드 정도의 의미였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죽기를 바라고 투입했는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돌아가면 항의라도 해야 할까? - 단순히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것을 마크레밋 가문을 대하는 협회 측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협회가 이곳의 상황을 보고서 이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을 증명할 방법도 없다. 무엇보다 이런 일에 불만을 말한다면 자신이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어필이 되는 것이 아닐까. 바젯트는 그것이 두려웠다.

두려움이 자신의 권리를 찾지 못하게 한다.

바젯트가 자학적인 생각에 잠겨 있는데, 무엇인가가 등 뒤의 문으로 인기척을 죽이며 다가왔다. 바젯트는 반사적으로 몸을 돌리며 장갑을 낀 주먹으로 대상을 타격 -

- 누나?

하기 전에 멈출 수 있었다. 소년이었다. 겁 먹은 얼굴에 굶주린 눈을 한 10대 초반의 소년이었던 것이다. 소년은 눈 앞의 허공에 가까스로 정지한 바젯트의 주먹을 멍하니 보다가 몸을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것을 바젯트가 잡았다.

- 잠깐 기다려. 공격하려던 것이 아니야.

마술예장으로 무장하고 있는 바젯트의 근력은 소년을 훨씬 상회한다. 소년은 있는 힘껏 애를 쓰지만 뿌리치고 달아나지 못하고 있었다.

- 너희들을 돕기 위해서 온 사람이야. 나머지 다른 사람들은 어디 있니? 어른들은?

소년은 그제서야 좀 진정하는 눈치였다.

- 나머지 사람들은 네빌 네 집에 모여 있어요. 사람들은 다 거기 모여 있어요.
- 너는 여기에서 뭐하지?

바젯트는 소년의 얼굴과 몸 구석구석을 주의깊게 살펴보았다. 옷은 이리저리 찢어지고 피가 튀어 있었다.

- 잃어버린 것이 있어서 놓고 왔어요.

소년이 뒷주머니에서 무엇인가를 꺼내 내밀었다. 축구 선수의 카드였다. 바젯트는 허무한 웃음을 지었다.

- 그럼, 사람들이 모여 있는 그 집으로 가자. 안내해줄래?

소년을 앞장서게 하며 바젯트는 비통함에 젖었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소년의 옷에는 며칠 간 고생의 흔적이 너무나도 또렷하게 드러나 있었다. 슬프게도 네빌의 집은 아주 가까웠다.

- 여기에요.
- 있잖니, 얘야?
- 네?
- 이름은 묻지 않을게. 미안하다.
- 네?

바젯트의 목소리가 떨려 나왔다. 그러나 목을 꺽는 손은 떨지 않았다. 바젯트는 이제 불가능한 각도로 돌아간 소년의 얼굴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처음 보았던 대로 겁 먹은 얼굴에 굶주린 눈이었다. 굶주린…

무엇에 굶주린?

바젯트는 이름 모를 소년의 몸을 바닥에 내려놓고 네빌 네 집의 문을 열었다. 어두워서 안쪽이 보이지 않는다. 바젯트는 어둠 속에 발을 들여놓으며 왼손 손가락을 튀겨 허공에 떠다니는 발광구를 만들어내었다.

''- '윌 오 위스프(Will-o-the-Wisp)'

희미한 불빛 속에 거실이 떠올랐다. 거실에는 마을 사람들이 모여 있다. 역시 모두 겁먹은 얼굴에, 피에 굶주린 눈동자를 하고 있었다. 바젯트의 등 뒤로 문이 닫혔다. .

* * *


바젯트의 주먹이 허공을 가로질렀다. 철근이 박히듯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성의 얼굴을 부수었다. 바젯트가 착용한 장갑에는 강화의 룬(Rune)이 주각되어 있다. 이것이 인간 이상의 파괴력을 가능하게 했다. 대리석의 석벽에 주먹의 흔적을 남길 정도의 위력이다. 주먹의 장갑 뿐 아니라 바젯트가 입고 있는 양복의 안감에는 피로를 줄여주는 등, 육체의 항상성을 높이기 위한 다종의 마술처치가 이루어져 있었다.

바젯트의 마술은 거의 자신의 신체능력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육체를 기반으로 마술을 활용, 속도와 방어, 공격을 강화하는 것이다. 바젯트는 자신의 실전적 마술에 있어서는 절대적인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적어도 몸을 매개로 한 일 대 일의 대결에서는 최강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진다고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상대에 대한 정보와 전략이 수반된다면 누구에게라도 승기를 잡을 수 있는 정도의 실력이라고 자평하고 있기도 했다. 이것은 스스로 실전마술의 대가라거나 거장이라고 생각하는 그런 종류의 자부심은 아니다. 단순히 자신은 업무가 요구하는 실무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전문직종으로서 직업의식에 가까웠다.

- 맡은 일은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이 바젯트의 직업윤리이고 나아가서 세계관이기도 하다. 순식간에 주변의 세 체 정도가 연수, 심장, 미간, 척추 등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고 무너진다. 그 움직임은 극한까지 숙련된 킥복싱 선수의 그것이었다.

그 중 한 체가 척추를 부러진 채로 부들부들 떨며 일어섰다. 바젯트는 순간 당황했지만 이런 변칙적인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양 손을 엇갈리게 사용하는 관절기로 척추가 부러진 남자의 목을 마저 부러뜨렸다.

이 주민들이 식시귀(구울, Ghoul)가 된 것이라면 상대의 체액이 이 쪽의 몸 안으로 들어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무래도 조금 더 신중해야 할 듯 했다. 바젯트는 들어왔던 문을 부수며 바깥으로 뛰쳐 나왔다. 좁은 공간에서 다수를 상대하는 것은 특정할 수 없는 요소가 많다.

밖이라면 포위 당하더라도 통제할 수 있는 요소가 많아진다.

입구로 나오는 ‘그것’들을 하나하나 상대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그 후에는 100미터 정도 거리에 있는 숲으로 들어가서 성과 주변의 상황을 모색하면 된다.

나쁘지 않은 작전이었다. 옆구리에서 가해진 강력한 충격에 울타리를 들이받으며 나가떨어지기 전에는.

* * *


문에서 나오는 순간 측면에서 기습한다는 것은 예상하지 못한 공격은 아니었다. 그러나 속력과 위력이 예상을 훨씬 상회하고 있었다.

본래 인간이었던 듯 옷조각이 몸에 매달려 있지만, 형체는 이미 인간이 아니다. 온 몸의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팽창해 있었고 혈관과 각종 체액이 흐르는 분비선이 피부 밖으로 볼성사납게 불거져 있었다. 부끄러운 부분조차 가리지 않은 몸으로 그것은 성큼성큼 다가섰다.

- 이것이 바로 ‘괴물’인가. 마치 ‘지킬 박사와 하이드’로군.

방금의 타격은 생각보다 치명적이지 않다. 하지만 잠시 동안 하체의 움직임이 되돌아오지 않는다. 바젯트는 무엇보다 상대의 체액이 자신의 체액과 섞이는 것을 경계하고 있었다. 타격을 당하는 것이라면 모르되 물리거나 할퀴어지는 것은 좋지 않다. 이러한 자각이 움직임을 심하게 제약하고 있었다.

순간, 괴물이 압도적인 힘을 자랑하며 두번째 돌격을 감행했다. 돌진하며 바젯트의 복부를 아래로부터 위로 쳐올린 것이다. 왼손으로 가드를 올리지 않았다면 순간 죽었을지도 모른다. 바젯트는 수면에 가로던져진 돌조각처럼 지면에 몇 번이나 바운드했다. 쿨럭 하고 피를 토했다. 지면에 충돌하며 확인한 바로는 숲까지 60미터 정도가 남아 있었다.

''바깥으로 나온 것이 잘못이었는지도. 저런 괴물을 상대로 이런 평지에서는 오히려 자신이 불리하다. 만전의 상태였다면 큰 문제가 없는 상대이지만 지금 궁지에 몰리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아무리 저급하다 하더라도 '한 방'을 가진 상대에게 연달아 타격을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바젯트의 눈 앞에 ‘하이드’씨가 버티고 있었다. 얼굴보다 큰 입을 벌리고 날카로운 이를 들이대고 있었다.

* * *


남자는 입술을 일그러뜨렸다. 자주 오해를 사곤 하지만 이 표정은 웃음이었다. 이렇게 밖에는 웃는 법을 모르는 것이다. 어릿광대가 우는 표정을 한다고 해도 입 모양은 웃는 모양 그대로인 것과 같다. 남자는 어릿광대와 반대일 뿐이었다.

남자의 옆에는 수정으로 만들어진 거미의 상이 놓여져 있다. 크기가 송아지만한 그것은 치명적일 정도로 정교한 조각물이다. 수정으로 된 동체에 남자의 영지에 침입한 봉인지정 사냥꾼의 상념이 비치고 있었다. 붉은가 하면 푸르고 푸른가 하면 자주빛으로 변해가는 색채가 수시로 형상을 바꾸어간다. 수정으로 조각된 거미는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남자는 점쟁이가 타로카드를 읽듯이 그것을 읽어낼 수 있었다.

그 상념이 남자를 즐겁게 했다.

- 두려움 자체보다 두려움을 토로할 수 없는 것이 상황이 두려운가. 아가씨. 몸은 다 자랐지만 정신은 상자에 갇혀 있어. 그렇지 않나?

마지막 질문은 수정의 괴물에게 한 것이었지만, 그것은 역시 말이 없다. 움직이지도 않는다. 마르티네는 어깨를 으쓱한다. 대답하리라고 기대한 것은 아니다. 다시 눈을 감고 마력을 수정의 거미를 통해 성의 바깥으로 뻗어 보았다.

''''잿빛 양복을 입은 여자의 사투가 보인다. 점점 더 잘 보인다. 이 한달 간 이 기술은 점점 선명도가 올라가고 있었다. 풍경 뿐 아니라 마음까지. '지배자의 눈'이라고 이름 붙인 이 마술은 사실 마술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 단순히 거미의 수정을 매개로 의식을 밖으로 뻗는 것이 다였다. 단지 그것만으로도 가히 '지배력'이라고 일컬을 만한 것이 발동하고 있었다.

아마도 이 마술은 거미의 평상시야에 불과한 시야를 잠시 빌리는 것에 불과할 것이다. 거미는 언제나 이런 시각으로 세계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괴물이다. 그 힘을 빌려다 쓰는 자신도 이제 정상은 아니다.

남자는 다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여자를 보았다. 18, 19세 정도로 보인다. 자신에게도 여자 형제가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엉뚱한 생각을 하다가, 그는 여자의 정신과 육체, 양측의 내부를 들여다보았다. 수정에 손을 대고 있는 동안에는 열려 있는 방문의 안쪽을 들여다보듯 그런 것이 가능했다. 남자는 아물어들은 상처와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로 가히 만신창이라고 할 수 있는 여자의 내부에 깊은 흥미를 가졌다.

- ‘성공작’을 몇 개 더 보내볼까 했지만… 지금 그랬다가는 정말 죽을 염려가 있으니까.

남자는 이 여자가 자신의 성까지 들어오기를 바랬다. 먹혀버리면 쓸모없다. 아가씨. 망가지지 말고 여기까지는 와야지.

* * *


''바젯트는 왼손에 착용한 장갑을 하이드씨의 입에 던져 넣었다. 괴물은 반사적으로 입을 닫았다. 이것이 전환점이었다. 바젯트가 왼손의 손가락을 튀기며 '붕괴'를 의미하는 룬 문자의 이름을 입에 올렸다.

- ‘하갈라즈(hagalaz)’.

괴물의 입에서 폭음이 들리더니 그 입이 ‘붕괴’하며 갈라지기 시작했다. 날카로운 치아가 혀의 조각과 함께 흘러내린다. 괴물의 무릎이 풀리는 것을 확인하자 바젯트가 반응한다. 온 몸을 스프링처럼 반동하며 오른손 스트레이트로 목에 타격을 날린 것이다.

오른손의 장갑에 새겨 놓은 룬이 타격의 순간 불타오르며 효과를 창출해 냈다. 빛을 동반한 열이 주먹과 함께 작렬하며 괴물의 몸을 뚫었다. 고열로 붉게 달아오른 철근이 복부에 박힌 격이다. 괴물은 고대신의 우상이 무릎을 꿇듯이 쓰러졌다.

잠시 숨을 돌리는 사이, 옆구리에 화끈 - 하는 통증이 밀려 왔다. 격심한 통증에 바젯트는 비명을 지르지도 못하고 입을 벌렸다. 끼릭! 하는 소리가 갈비뼈 사이에서 들렸다. 무엇인가가 갈비뼈 사이에 걸린 손톱을 비튼 것이다. 뼈가 긁히는 소리. 바젯트는 보지도 않고 팔꿈치를 이용해서 옆구리에 매달려 있는 식시귀의 두개골을 부수었다. 으지직 - 하는 소리와 함께 진한 체액이 튀었다. 바젯트는 그것이 입에 들어가지 않도록 고개를 돌렸다. 그 눈에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는 10구 정도 되는 마을 주민이 보였다. 하나 같이 굶주린 표정들이었다.

* * *


코토미네 키레는 흑건(성당 등에서 사용하는 의식용 검)을 날렸다. 바젯트 주변의 식시귀 중 몇이 검에 꿰뚫려 불에 타올랐다. 코토미네는 잠깐 망연하던 바젯트가 다시 전투능력을 회복하여 주변의 식시귀를 처리하는 것을 보았다. 굳이 움직이지 않아도 자신이 처리해주었을 텐데, 상처입은 몸을 억지로 움직여 나머지 몇 체를 처리하는 것이 바젯트 다웠다.

독립심을 강하게 보이려고 한다는 것 자체가 의존적이라는 증명이었다.

코토미네는 바젯트가 과연 도움이 될지 알 수 없었다. 능력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확실하지만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면이 있다. 무엇보다 식시귀에 상처를 입었다. 전염성이라는 것이 확실하지 않다고 해도 불안요소가 될 터였다. 그러나 이번 일에 있어서는 전투력 그 자체가 중요한 요건이 되리라는 것을 코토미네는 직감하고 있었다. 저 성에는 분명 만만치 않은 물건이 있다. 그리고 이 여자는 분명 쓸모가 있을 것이다.

코토미네는 손을 뻗어 바젯트를 부축하려 했다. 그러나 철썩 하고 손을 얻어맞았다.

- 치우십시오.

그 때서야 코토미네는 바젯트의 얼굴이 붉어진 것을 보았다.

- 열이 나는 건가?
- 아닙니다!

버럭 화를 내고서 움찔하고 다시 필사적으로 감정을 제어한다. 코토미네는 바젯트의 감정 변화를 무심하게 응시했다.

- 일단 이곳에 있는 것은 좋지 않네. 상대의 눈 아래에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야.
- ‘패밀리어’입니까?

바젯트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부엉이나 까마귀 같은 마술사의 ‘사역마’가 날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 그런 것 같지는 않지만, 어떤 방법이든 감시당하고 있는 것은 확실해.

코토미네는 오른쪽 소매를 들어 옥으로 만들어진 커프트 단추를 보여주었다. 절반 정도 흑색으로 변질되어 있었다. ‘감시’라는 상황 속에서 변하도록 주각이 새겨진 마술용품인 모양이었다.

- 일단 숲으로 들어가지. 한숨 돌려야 할 테니까.

바젯트는 묵묵히 그 말을 따랐다.

숲으로 들어가서 옆구리의 상처를 치료하려는 코토미네의 손을 바젯트는 또 한번 물리쳤다.

- 치료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제 옷에는 지혈과 치료 작용을 하는 주문이 새겨져 있어요.
- 구울에게 찔린 것은?
- 모르겠습니다. 저들이 식시귀인지 아닌지도 확실치 않지 않습니까. 제 마술각인은 육체의 기능이 정상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마술각인이란 마술사가 대대로 전해주는 마술회로의 집산을 말한다. 마술사는 마력이 통하는 마술회로가 있기에 비로소 일반인과 다른 '마술사'가 된다. 세계의 근원이 되는 에너지를 이 마술회로에 통과시킴으로서 갖가지 신비를 조정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마술각인'이란 마술사 가문에 대대로 전해내려오는 마술회로의 축적물이다. 윗 세대가 자신의 성과를 마술각인에 더해 아랫 세대에게 물려주면서 마술 각인은 양적 질적으로 성장한다. 즉 마술각인에는 한 세대로는 이루어낼 수 없는 한 가문 레벨의 성취가 들어 있다. 이름 뿐이라고는 하지만 바젯트의 마술각인은 명문의 것이다. 소유자의 몸에 치명적인 이물이 침투했다면 반드시 경고를 알렸을 것이다.

- … 좋네.

코토미네는 나무 아래에 몸을 편하게 하고 바젯트를 관찰했다. 한 시간 정도 휴식을 취하면 평소 전투능력의 80% 정도는 발휘할 수 있을 듯 했다. 그 정도면 이 쪽의 임무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방해가 된다면 그 때가서 버리면 된다. 바젯트가 식시귀로 변한다고 해도 자신은 그 순간에 처리할 자신이 있었다.

작전을 구상하고 있는데, 바젯트가 양손에 장갑을 새로 착용하며 이쪽을 응시하고 있다. 무엇인지 말해보라는 눈짓을 하자 험한 눈빛을 한다.

- 언제부터 저를 보고 있었습니까?

코토미네는 사실대로 말하기로 한다.

- 자네가 차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 처음부터로군요.
- 그런가.

- … 왜 아까는 도왔습니까.

바젯트가 화를 내는 것도 이해는 된다. 협력관계가 될 거였다면 바젯트가 마을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했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상대가 어떻게 되든 놔두었어야 할 일이다. 그것이 원칙인 것은 옳다. 하지만 이제부터 일을 같이 해야 할 상대에게 이런 식으로 따지고 들다니,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리고 그것은 약점의 노출로 이어진다. 코토미네는 바젯트의 불안한 정신을 가만히 응시했다. 거짓말을 하기로 했다.

- 자네가 마을에 도착한 때부터 지켜보고 있는 마술사가 있었어.
- 네?

코토미네는 아까도 보여주었던 소매의 커프스 단추를 들여보였다.

- 지금까지 자네의 움직임은 모두 노출되고 있었을 것이 틀림없네. 결계가 작동하는 이곳이라면 그쪽의 눈에는 보이지 않겠지만, 여전히 위치 정도는 파악하고 있을 것이고. 내가 나갔다면 이쪽의 전력을 모두 드러내 보이게 되었겠지.

- …….

엄밀하게는 거짓말이 아니다. 실제로 지켜보고 있는 마술사가 있다. 그러나 코토미네가 바젯트를 구하지 않은 것은 그 때만 해도 혼자서 이 일을 처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젯트를 공격하는 ‘하이드’를 보고 이 일이 상당히 난항을 겪을 거라는 것을 알았다. 마을의 입구에서 저런 것이 나타났다는 것은 저런 것이 몇 체는 더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것 때문에 마지막 순간에 바젯트를 도왔다. 그러나 그렇게 말할 수는 없다.

- 상관 없잖은가? 너라면 내가 돕지 않았다 해도 결과에 변함이 없었을 것이다.

바젯트의 얼굴에 붉은 기운이 돌아왔다. 코토미네는 바젯트의 마음에 다시 그림자를 드리우는데 성공했다는 것을 알았다. 자신을 부끄러워하는 여자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어한다. 바젯트는 절실히 바라는 것이 있는 여자이기도 했다. 더구나 이쪽에 의존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어려울 것이 없었다. 이런 여자는 쉽다.

쉬운 것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 자주 사용하게 될 뿐이다. 이번 일을 이 여자의 희생으로 끝낼 수 있다면 그것도 괜찮은 댓가일 것이다.

- 그럼, 이제 작전을 논의해 볼까.

코토미네는 차갑게 웃었다. 바젯트는 이 미소를 좋아했다. 어쨌든 자신을 단순히 한명의 인간으로서 대해주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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