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의 장례식 Chapter 05
챕터 05
참례자는 적었다. 처자식도 없고, 지기(知己)라고 해봐야 몇 명의 전우 - 아직 살아있는 자들 - 들이 있을 뿐, 펜타곤의 관료도, 미군의 특수부대 관계자도 누구 하나 장례식장에 오지 않았다. 전우는 전부 퇴역한 SAS던가 SBS, 또는 전 패러점퍼의 노인들로, 장례에 참가한 양키는 잭 혼자였다.
국교회의 신부 -- 소령을 알고 있던 남자라는 -- 가 소령에 기도를 바치는 동안, 몸 어딘가에 깊은 상처를 하나 이상 지닌 노인들과, 잭은 눈을 마주친 일이 없었다. 그들은 좋은 병사들이었다. 어떤 이는 노르망디에서, 어떤 이는 아프리카의 롬멜 전선에서, 그 일생 낫지 못할 전투의 각인이 새겨졌다.
그리고, 잭은 더 이상 병사가 아니었다. 노인들은 병사로서 살아온 긴 세월 동안 얻어온 것으로부터, 잭이란 인간을 파악했는지도 모른다. 만, 그 「냄새」의 차이는 이 고령자들이 알아차렸더래도, 포토맥 호숫가에 사는 스파이들이나, 펜타곤의 관료놈들은 알 수 없다. 그러니 잭은 문제 없으리라 판단했다.
빅보스의 칭호를 가진남자.
그는 이제는, 병사가 아니었다.
잭이 귀환할 때까지, 장례식을 늦춰주게. 그리 제로는 말을 남기고 떠나가 버렸다. 잭이 귀환하기 이틀 전에, 소령은 숨을 거두었다. 어째서냐, 그 대답을 보고할 수도 없게 된 채, 유체는 방부처리 뒤, 신대륙으로부터 브리튼 섬으로 돌려보내졌다.
서섹스의 시골이었다. 여름인데도, 영국 다운 구름 낀 하늘의 사이로, 때때로 야곱의 제자, 비스듬히 들어오는 하늘의 빛이 내리쬐고 있었다. 장례가 끝난 뒤에, 노인들은 영국인들답게 펍에 가 맥주를 마신다. 서섹스 특유의 술로, 허클 버프라 불리운다.
노인들은 의례적으로, 잭에게도 허클 버프를 따라주었지만, 그 눈동자 안에서는 절대로 지워지지 않는 경계가 숨어있단 사실을 잭은 알아차렸다. 그것은 이 병사가 -- 그들에게는 아마도 데이비드 오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친구의 부하였다는 남자가 -- 역사가 짧은 아메리카로부터 온, 아무것도 모르는 양키였다란 이유가 아니란 사실도 알고 있었다.
노인들은 본능적으로, 이 남자가 병사가 아니란 사실을 눈치 챘다. 아니, 확실히 이 남자는 병사일지도 모른다. 국가로부터 명령 받은 임무를 수행하는 군사적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남자는 절대로 그것을 위해 죽지 않으리라고, 분명 노인들은 알고 있었다. 제로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하는 때, 그들은 그가 얼마나 대영제국의 충실한 병사였는지, 존 6세의 충신이었는지를 이야기했다. 마치 잭이, 그러한 「충성을 바치는」존재가 아니란 사실을 알고 있듯이. 제로와 동기였던 SAS노인은 말했다. 아메리카에서는 피플(People ; 국민)인지 뭔지라고 떠들어대지. 시빌(Civil ; 시민)이다, 라고 잭은 대답하자 노인은 이어나간다. 그래, 허나 영국에서는, 이 그레이트 브리튼에서는, 국민을 서브젝트라고 부른다. 서브젝트(Subject ; 제목, 대상, 부수물). 우리들은 국왕폐하의 서브젝트(Subject ; 신민)이다.
펍을 나선 잭은, 혼자서 묘지에 돌아갔다. 매장된 지 얼마 안 된 지면이, 조금 솟아올라와 있다.
「이봐, 소령. 당신에게 묻고 싶은 게 있다」
잭은 소령의 묘석앞에 누워, 거기서 잠든 시체에, 차세대의 전쟁을 파악해 군사조직을 쌓아올리려고 한 파이오니어에게, 데브리핑을 시작한다.
「나도 당신도 한 번도, 무엇을 위해 싸우는가를 묻지 않았다. 생각하면 이상한 이야기지. 당신 정도로「차세대 전쟁」을 준비하고, 그것을 골똘히 생각한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그 정열이 어디에서 오는지, 들려준 일이 결국 한 번도 없이 이렇게 끝나고 말았다」
잭은 주머니에서 시가를 꺼내어서, 성냥으로 불을 붙였다. 영국의 공기는 잔뜩 찌푸려, 습하다 싶을 정도로, 시가에 불을 붙이는데도 조금 어렵단 생각이 든다. 훅 하고 연기를 내뱉자, 그것은 습기차고 바람없는 공기 속으로, 단자처럼 내려앉은 뒤, 옅게 되어서 사라져갔다.
나는 이 광경을 알고 있다.
알링턴에 뉘여지지 못햇던, 진정한 애국자도 또한, 서섹스처럼 시골의 묘지에, 외롭게 묻혀졌다. 그 때, 묘지기와 알고 지내던 사람은 잭 혼자뿐이었다. 그 묘석, 이름이 없습니다만, 하고 묘지기가 와서, 잭은 당황했던 일을 떠올린다. 더 보스, 더 조이. 자신은 그 이름 외에는 그 여성의 이름을 알지 못했다.
처음부터, 그 여성은 그러한 평범한 이름을 갖고 있었던 때가, 한 순간이라도 있었을까. 태어났을 때, 아직 아기였던 이 여성에게 이름을 전해준 부모는 있었을까. 그녀는 자신의 인생을 한 번도 잭에게 이야기해 준 적이 없었다. 아니 잭에게 이야기 할 인생 그 자체가, 자신이 얼마나 롬멜에서 싸웠는지, 독일군의 전선 후방에 강하했을 때 레지스탕스를 조직해 훈련했는지, 그것에 관련된 용맹한, 어떨 때는 겁쟁이인 병사들을 이야기했다. 거기에 그녀의 인생의 장면은 없고, 그녀는 마치 전쟁이라는 야수에 빌붙어사는 기생충처럼, 전쟁을 매개하는 존재였다.
프랭크는 거기서부터 벗어나려 했다. 전장으로부터 벗어난 삶의 가능성을, 처음으로 찾아냈다. 공산주의를 선언하는 시골의 교사를 끌어내서, 반복하고 반복하고 반복해서 무언가를 중얼거릴 때까지 고문해서, 그 육체가 너덜너덜하게 되었을 무렵, 평안함을 칭해서 오른쪽 귀 위에 금속을 때려넣었다. 그것을 임무라는 말로 믿을 수 있을까. 그럴 리 없다. 종교라도 좋고, 이데올로기라도 좋다, 무언가, 사람이 살아가는데 그저 그 정도의, 심플한 일에 전혀 관계없는, 그러한 추상개념을 숭배할 수 있다면, 그러한 무거운 짐에 버틸 수 있다. 프랭크는 처형인의 확신을, 눈의 번뜩임을 마음 속 깊숙이 싫어했다. 그 번뜩임은, 타자를 죽이고 그것을 정의라고 내뱉는, 그런 수치심의 결여로부터 온 것이라고 한다면, 프랭크는 이런저런 종류의 신도가 될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찾아냈습니다, 빅 보스. 여기서, 이 정글에서 자신이 믿고 희생할 수 있는 존재를」
아시아의 진흙 위에 누워서, 프랭크는 말했다. 그것은 진부한 한마디였지만, 그 감정을 표현하는 말을, 인류는 아직 그것 외에는 발명하지 못했다. 사랑, 이라는 말을, 프랭크는 하늘에서 비추어오는 것처럼 말했다. 그것외에는 자신의 몸을 일으킬 모든 근원을 표현할 말이 없었고, 또 그 말만으로 충분했다.
「무슨 일이 있었지」
프랭크가 괴롭게 팔을 올려서, 어느 방향을 가리키자, 거기에는 선주민의 남자가 한 명, 아이를 안고 서있었다. 안개비에 얼굴을 맞지 않아서 더욱, 그 아이는 얌전히 잠들어 있었다. 남자는 아이를 잭에게 넘겨 주었다. 잭은 자신의 손이 프랭크의 피로 물든 사실을 잊은 채, 아이를 넘겨받았다.
「이건-」
「나는, 그들을 군사적으로 훈련해, 이데올로기에 물들이기 위해 이 땅 위에 왔다. 그것이 임우였으니까. 그것을 국가 명했으니까. 하지만, 여기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발견했던 약속의 땅이기도 했다. 여기에 들어온 뒤 2개월 뒤, 나는 여기에 사는 여성과 사랑에 빠졌다」
「이 아이는 그녀의-」
라고 하며, 잭은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잭은 별로 아이를 본 적이 없었다. 자신은 물론이요, 다른 누구의 아이를 안아봤을 정도로, 행복한 가정을 쌓은 인간과 친해진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이 아이의 얼글을 보자, 그래, 아이구나, 하는 감상밖에 나오지 않았다. 프랭크의 얼굴이 남아있는지 어떤지, 잭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래」
「그녀는 어디에 - 」
「2개월 전에 죽었다. 왕당파의 습격 때문에. 왕당파가 아메리카로부터 들여온 학살이란 걸, 왕당파의 일부 광신자들이 해버렸다고. 공산주의자의 거점이라고 멋대로 정해서, 묻지도 않고 마을을 습격했다. 그녀는 그 희생의 일부다」
그리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이야기하는 프랭크의 표정은, 어디까지나 평안했다. 그것은 곧 그녀 곁으로 갈 수 있다는, 그것을 아는 평안함이 찾아왔기 때문이었다.
「복수냐」
「그렇지 않아」
하고 프랭크는 차분히 말하며,
「우리들은, 그저 지내고 싶을 뿐. 그렇게 그녀가 말하고, 숨을 거두었다. 그녀의 손바닥을 잡고, 꽉 잡고서 거기서 따뜻함이 없어져 갈 때, 나는 계속 생각했다. 어떤 정치도, 어떤 권력도 관계없이 사는 힘을 마을사람들에게 나눠줄 것을. 그들을 무장시키고, 그들에게 싸울 훈련을 하고, 어떠한 종류의 정치로부터 지켜내겠다고. 그녀가 죽어갈 때, 나는 그녀에게 맹세했다. 그렇게 하겠어, 천국이라고 까진 말하지 못해도, 할 수 있을 만큼 여기를, 이 장소를 좋게 만들어 보이겠어, 라고. 그녀는 그것을 들으며 빙긋이 미소지었다. 그래, 천국이라곤 못해도, 천국의 언저리에라도 가고 싶어, 라고. 그것이 그녀의 최후의 말이었다.」
「아우터 헤븐(Outer heaven ; 천국의 언저리) - 」
잭은 그리 중얼거리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모든 마을 사람들이 총을 든 이상한 풍경을. 여기 엤는 누구도, 서로를 한 순간에 죽일 수 있는 도구를 들고, 가랑비에 젖고 있었다.
모든 사람을 무장시킨 풍경.
「이게 천국의 주변이었군, 너에게 있어서」
「모든 약한자에게 힘을 나누어 준다. 그것이 내가 바란 풍경이었다. 그녀에게 맹세했던 천국의 풍경이다」
「사람들이 싸우지않도록, 경찰이 있고, 군대가 있다. 사람들의 최대이익을 지키기 위해」
「최대이익따위, 좆까라고 해」
라며 프랭크는 웃었다. 얄궂음으로부터 나온 웃음이었지만, 대단히 멋지게 웃었다고 잭은 느꼈다.
「국가가 조직적인 폭력을 - 즉 군대를 독점하기 시작한 건 최근일이야. 기껏해야 1,2세기정도다. 그때까지는 민간이었던 거대한 폭력을, 국가가 소유하기 시작했다. 애당초, 「국가」란 것 자체가, 최근에 생겨난 사고관에 지나지 않아. 스페인의 무적함대의 대부분은 민간의 함선이었다고, 잭. 민간의 함선이 이익을 찾아, 대포를 단 배를 소유해 전쟁에 참가했을 뿐이야. 긴 세월동안, 몸 하나밖에 자본을 갖지 못한 인간에게 가장 잘 팔리는 건 군사력이었다. 스위스를 봐, 잭. 독립과 중립을 얻어내기 위해, 스위스의 인간은 자발적을 - 시민들이, 말야 - 군대를 조직해서 싸우는 법을 배운다.
민간은, 사람들은 군사력을 갖어야 하고, 사람은 독립을 손에 얻어야만 해」
「모든 사람들을 무장시킨다. 모든 사람들을 독립시킨다. 그것이 네 꿈인가, 프랭크」
「국가가 이렇게 사람을 죽여나간다면, 말야. 나는 오래동안 그 측근을 담당해왔다. 처음으로 사람을 사랑해, 그것을 잃은 뒤, 자신이 해온 기만을 알아차렸다. 그래, 너무 늦었어, 잭. 너무나 늦었다고. 그녀의 손이 차갑게 된 뒤에는, 늦은 거라고」
「하지만, 그건 판도라의 상자다」
라고 잭은 말했지만, 이미 프랭크가 꿈꾼 풍경의 앞에서, 그 말은 힘을 잃었다. 자신은 이 풍경에 들뜨고 있다. 자신은 이 풍경을 바라고 있다.
「모든 사람들을 무장시켰을 때, 거기에서 출현하는 건 천국이 아닐지도 몰라. 사람들이 영원히 서로를 죽이고 죽이는, 시체의 황야일지도 몰라」
「시체의 황야라면, 주변을 둘러봐, 잭. 스탈린을 봐. 히틀러를 봐. 피닉스 작전에서 나는 그 황야를 경작했어, 잭. FOX를 위해, 베트남을 위해, 민주주의를 위해, 아메리카를 위해.
그따위 게, 그녀의 혼 하나의 값이 될 순 없어, 잭. 내가 바란 건, 그저 그녀와 지내는 것이었다. 내가 바란 건, 그저 그녀와 입술을 겹치는 것이었다. 모두 헛소리야, 잭. 그녀와 함께 했던 평안함과 비교하면. 나라가, 시대가 그걸 빼앗으려 든다면, 맨발로 뛰쳐나가 행복한 초야권을 행사할 때, 흉악하게 고함친다면, 나는 전력으로 저항하겠어. 저항한 뒤 죽겠다, 그렇게 정했다」
「그렇다면, 어째서 찔린 거냐 -- 어째서 나에게 저항하지 않은 거냐, 프랭크」
그렇게 물었지만, 잭 자신은, 이미 그 대답을 알고 있다. 그것을 인정하기 두려웠을 뿐이다.
「넌 이미 병사가 아니야. FOX에서 재회했을 때 금방 알아차렸어. 너도 사랑하는 것을 빼앗겼다. 너도 자신을 위해 싸우고 있어. 국가에 봉사하고 있는 이유는, 그걸 이정하기 두려울 뿐이다. 나라로부터 군사력을 빼앗은 풍경을, 당신은 이미 바라고 있어. 전사들이, 그 힘을 약한 백성에게 나누어 줄 풍경을」
그리 말하며, 프랭크는 눈을 감는다. 목소리가, 호흡이, 최후의 에너지를 방출한 것처럼.
「너는 전사야, 잭. 이 아이를 부탁한다」
그리고, 프랭크는 숨을 거두었다.
묘지에 보고가 끝나자, 잭은 곧바로 히슬로 공항에서 떠났다. 브리튼의 섬이 멀어져, 콜럼버스가 넘었던 공간을 넘어서, 잭은 아메리카 합중국에 돌아갔다. 그러나, 그는 이미 어딘가의 국민이 아니었다.
1970년 9월 12일, 통합참모본부에서 특수부대 FOX의 해산이 결정되었다
참례자는 적었다. 처자식도 없고, 지기(知己)라고 해봐야 몇 명의 전우 - 아직 살아있는 자들 - 들이 있을 뿐, 펜타곤의 관료도, 미군의 특수부대 관계자도 누구 하나 장례식장에 오지 않았다. 전우는 전부 퇴역한 SAS던가 SBS, 또는 전 패러점퍼의 노인들로, 장례에 참가한 양키는 잭 혼자였다.
국교회의 신부 -- 소령을 알고 있던 남자라는 -- 가 소령에 기도를 바치는 동안, 몸 어딘가에 깊은 상처를 하나 이상 지닌 노인들과, 잭은 눈을 마주친 일이 없었다. 그들은 좋은 병사들이었다. 어떤 이는 노르망디에서, 어떤 이는 아프리카의 롬멜 전선에서, 그 일생 낫지 못할 전투의 각인이 새겨졌다.
그리고, 잭은 더 이상 병사가 아니었다. 노인들은 병사로서 살아온 긴 세월 동안 얻어온 것으로부터, 잭이란 인간을 파악했는지도 모른다. 만, 그 「냄새」의 차이는 이 고령자들이 알아차렸더래도, 포토맥 호숫가에 사는 스파이들이나, 펜타곤의 관료놈들은 알 수 없다. 그러니 잭은 문제 없으리라 판단했다.
빅보스의 칭호를 가진남자.
그는 이제는, 병사가 아니었다.
잭이 귀환할 때까지, 장례식을 늦춰주게. 그리 제로는 말을 남기고 떠나가 버렸다. 잭이 귀환하기 이틀 전에, 소령은 숨을 거두었다. 어째서냐, 그 대답을 보고할 수도 없게 된 채, 유체는 방부처리 뒤, 신대륙으로부터 브리튼 섬으로 돌려보내졌다.
서섹스의 시골이었다. 여름인데도, 영국 다운 구름 낀 하늘의 사이로, 때때로 야곱의 제자, 비스듬히 들어오는 하늘의 빛이 내리쬐고 있었다. 장례가 끝난 뒤에, 노인들은 영국인들답게 펍에 가 맥주를 마신다. 서섹스 특유의 술로, 허클 버프라 불리운다.
노인들은 의례적으로, 잭에게도 허클 버프를 따라주었지만, 그 눈동자 안에서는 절대로 지워지지 않는 경계가 숨어있단 사실을 잭은 알아차렸다. 그것은 이 병사가 -- 그들에게는 아마도 데이비드 오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친구의 부하였다는 남자가 -- 역사가 짧은 아메리카로부터 온, 아무것도 모르는 양키였다란 이유가 아니란 사실도 알고 있었다.
노인들은 본능적으로, 이 남자가 병사가 아니란 사실을 눈치 챘다. 아니, 확실히 이 남자는 병사일지도 모른다. 국가로부터 명령 받은 임무를 수행하는 군사적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남자는 절대로 그것을 위해 죽지 않으리라고, 분명 노인들은 알고 있었다. 제로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하는 때, 그들은 그가 얼마나 대영제국의 충실한 병사였는지, 존 6세의 충신이었는지를 이야기했다. 마치 잭이, 그러한 「충성을 바치는」존재가 아니란 사실을 알고 있듯이. 제로와 동기였던 SAS노인은 말했다. 아메리카에서는 피플(People ; 국민)인지 뭔지라고 떠들어대지. 시빌(Civil ; 시민)이다, 라고 잭은 대답하자 노인은 이어나간다. 그래, 허나 영국에서는, 이 그레이트 브리튼에서는, 국민을 서브젝트라고 부른다. 서브젝트(Subject ; 제목, 대상, 부수물). 우리들은 국왕폐하의 서브젝트(Subject ; 신민)이다.
펍을 나선 잭은, 혼자서 묘지에 돌아갔다. 매장된 지 얼마 안 된 지면이, 조금 솟아올라와 있다.
「이봐, 소령. 당신에게 묻고 싶은 게 있다」
잭은 소령의 묘석앞에 누워, 거기서 잠든 시체에, 차세대의 전쟁을 파악해 군사조직을 쌓아올리려고 한 파이오니어에게, 데브리핑을 시작한다.
「나도 당신도 한 번도, 무엇을 위해 싸우는가를 묻지 않았다. 생각하면 이상한 이야기지. 당신 정도로「차세대 전쟁」을 준비하고, 그것을 골똘히 생각한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그 정열이 어디에서 오는지, 들려준 일이 결국 한 번도 없이 이렇게 끝나고 말았다」
잭은 주머니에서 시가를 꺼내어서, 성냥으로 불을 붙였다. 영국의 공기는 잔뜩 찌푸려, 습하다 싶을 정도로, 시가에 불을 붙이는데도 조금 어렵단 생각이 든다. 훅 하고 연기를 내뱉자, 그것은 습기차고 바람없는 공기 속으로, 단자처럼 내려앉은 뒤, 옅게 되어서 사라져갔다.
나는 이 광경을 알고 있다.
알링턴에 뉘여지지 못햇던, 진정한 애국자도 또한, 서섹스처럼 시골의 묘지에, 외롭게 묻혀졌다. 그 때, 묘지기와 알고 지내던 사람은 잭 혼자뿐이었다. 그 묘석, 이름이 없습니다만, 하고 묘지기가 와서, 잭은 당황했던 일을 떠올린다. 더 보스, 더 조이. 자신은 그 이름 외에는 그 여성의 이름을 알지 못했다.
처음부터, 그 여성은 그러한 평범한 이름을 갖고 있었던 때가, 한 순간이라도 있었을까. 태어났을 때, 아직 아기였던 이 여성에게 이름을 전해준 부모는 있었을까. 그녀는 자신의 인생을 한 번도 잭에게 이야기해 준 적이 없었다. 아니 잭에게 이야기 할 인생 그 자체가, 자신이 얼마나 롬멜에서 싸웠는지, 독일군의 전선 후방에 강하했을 때 레지스탕스를 조직해 훈련했는지, 그것에 관련된 용맹한, 어떨 때는 겁쟁이인 병사들을 이야기했다. 거기에 그녀의 인생의 장면은 없고, 그녀는 마치 전쟁이라는 야수에 빌붙어사는 기생충처럼, 전쟁을 매개하는 존재였다.
프랭크는 거기서부터 벗어나려 했다. 전장으로부터 벗어난 삶의 가능성을, 처음으로 찾아냈다. 공산주의를 선언하는 시골의 교사를 끌어내서, 반복하고 반복하고 반복해서 무언가를 중얼거릴 때까지 고문해서, 그 육체가 너덜너덜하게 되었을 무렵, 평안함을 칭해서 오른쪽 귀 위에 금속을 때려넣었다. 그것을 임무라는 말로 믿을 수 있을까. 그럴 리 없다. 종교라도 좋고, 이데올로기라도 좋다, 무언가, 사람이 살아가는데 그저 그 정도의, 심플한 일에 전혀 관계없는, 그러한 추상개념을 숭배할 수 있다면, 그러한 무거운 짐에 버틸 수 있다. 프랭크는 처형인의 확신을, 눈의 번뜩임을 마음 속 깊숙이 싫어했다. 그 번뜩임은, 타자를 죽이고 그것을 정의라고 내뱉는, 그런 수치심의 결여로부터 온 것이라고 한다면, 프랭크는 이런저런 종류의 신도가 될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찾아냈습니다, 빅 보스. 여기서, 이 정글에서 자신이 믿고 희생할 수 있는 존재를」
아시아의 진흙 위에 누워서, 프랭크는 말했다. 그것은 진부한 한마디였지만, 그 감정을 표현하는 말을, 인류는 아직 그것 외에는 발명하지 못했다. 사랑, 이라는 말을, 프랭크는 하늘에서 비추어오는 것처럼 말했다. 그것외에는 자신의 몸을 일으킬 모든 근원을 표현할 말이 없었고, 또 그 말만으로 충분했다.
「무슨 일이 있었지」
프랭크가 괴롭게 팔을 올려서, 어느 방향을 가리키자, 거기에는 선주민의 남자가 한 명, 아이를 안고 서있었다. 안개비에 얼굴을 맞지 않아서 더욱, 그 아이는 얌전히 잠들어 있었다. 남자는 아이를 잭에게 넘겨 주었다. 잭은 자신의 손이 프랭크의 피로 물든 사실을 잊은 채, 아이를 넘겨받았다.
「이건-」
「나는, 그들을 군사적으로 훈련해, 이데올로기에 물들이기 위해 이 땅 위에 왔다. 그것이 임우였으니까. 그것을 국가 명했으니까. 하지만, 여기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발견했던 약속의 땅이기도 했다. 여기에 들어온 뒤 2개월 뒤, 나는 여기에 사는 여성과 사랑에 빠졌다」
「이 아이는 그녀의-」
라고 하며, 잭은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잭은 별로 아이를 본 적이 없었다. 자신은 물론이요, 다른 누구의 아이를 안아봤을 정도로, 행복한 가정을 쌓은 인간과 친해진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이 아이의 얼글을 보자, 그래, 아이구나, 하는 감상밖에 나오지 않았다. 프랭크의 얼굴이 남아있는지 어떤지, 잭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래」
「그녀는 어디에 - 」
「2개월 전에 죽었다. 왕당파의 습격 때문에. 왕당파가 아메리카로부터 들여온 학살이란 걸, 왕당파의 일부 광신자들이 해버렸다고. 공산주의자의 거점이라고 멋대로 정해서, 묻지도 않고 마을을 습격했다. 그녀는 그 희생의 일부다」
그리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이야기하는 프랭크의 표정은, 어디까지나 평안했다. 그것은 곧 그녀 곁으로 갈 수 있다는, 그것을 아는 평안함이 찾아왔기 때문이었다.
「복수냐」
「그렇지 않아」
하고 프랭크는 차분히 말하며,
「우리들은, 그저 지내고 싶을 뿐. 그렇게 그녀가 말하고, 숨을 거두었다. 그녀의 손바닥을 잡고, 꽉 잡고서 거기서 따뜻함이 없어져 갈 때, 나는 계속 생각했다. 어떤 정치도, 어떤 권력도 관계없이 사는 힘을 마을사람들에게 나눠줄 것을. 그들을 무장시키고, 그들에게 싸울 훈련을 하고, 어떠한 종류의 정치로부터 지켜내겠다고. 그녀가 죽어갈 때, 나는 그녀에게 맹세했다. 그렇게 하겠어, 천국이라고 까진 말하지 못해도, 할 수 있을 만큼 여기를, 이 장소를 좋게 만들어 보이겠어, 라고. 그녀는 그것을 들으며 빙긋이 미소지었다. 그래, 천국이라곤 못해도, 천국의 언저리에라도 가고 싶어, 라고. 그것이 그녀의 최후의 말이었다.」
「아우터 헤븐(Outer heaven ; 천국의 언저리) - 」
잭은 그리 중얼거리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모든 마을 사람들이 총을 든 이상한 풍경을. 여기 엤는 누구도, 서로를 한 순간에 죽일 수 있는 도구를 들고, 가랑비에 젖고 있었다.
모든 사람을 무장시킨 풍경.
「이게 천국의 주변이었군, 너에게 있어서」
「모든 약한자에게 힘을 나누어 준다. 그것이 내가 바란 풍경이었다. 그녀에게 맹세했던 천국의 풍경이다」
「사람들이 싸우지않도록, 경찰이 있고, 군대가 있다. 사람들의 최대이익을 지키기 위해」
「최대이익따위, 좆까라고 해」
라며 프랭크는 웃었다. 얄궂음으로부터 나온 웃음이었지만, 대단히 멋지게 웃었다고 잭은 느꼈다.
「국가가 조직적인 폭력을 - 즉 군대를 독점하기 시작한 건 최근일이야. 기껏해야 1,2세기정도다. 그때까지는 민간이었던 거대한 폭력을, 국가가 소유하기 시작했다. 애당초, 「국가」란 것 자체가, 최근에 생겨난 사고관에 지나지 않아. 스페인의 무적함대의 대부분은 민간의 함선이었다고, 잭. 민간의 함선이 이익을 찾아, 대포를 단 배를 소유해 전쟁에 참가했을 뿐이야. 긴 세월동안, 몸 하나밖에 자본을 갖지 못한 인간에게 가장 잘 팔리는 건 군사력이었다. 스위스를 봐, 잭. 독립과 중립을 얻어내기 위해, 스위스의 인간은 자발적을 - 시민들이, 말야 - 군대를 조직해서 싸우는 법을 배운다.
민간은, 사람들은 군사력을 갖어야 하고, 사람은 독립을 손에 얻어야만 해」
「모든 사람들을 무장시킨다. 모든 사람들을 독립시킨다. 그것이 네 꿈인가, 프랭크」
「국가가 이렇게 사람을 죽여나간다면, 말야. 나는 오래동안 그 측근을 담당해왔다. 처음으로 사람을 사랑해, 그것을 잃은 뒤, 자신이 해온 기만을 알아차렸다. 그래, 너무 늦었어, 잭. 너무나 늦었다고. 그녀의 손이 차갑게 된 뒤에는, 늦은 거라고」
「하지만, 그건 판도라의 상자다」
라고 잭은 말했지만, 이미 프랭크가 꿈꾼 풍경의 앞에서, 그 말은 힘을 잃었다. 자신은 이 풍경에 들뜨고 있다. 자신은 이 풍경을 바라고 있다.
「모든 사람들을 무장시켰을 때, 거기에서 출현하는 건 천국이 아닐지도 몰라. 사람들이 영원히 서로를 죽이고 죽이는, 시체의 황야일지도 몰라」
「시체의 황야라면, 주변을 둘러봐, 잭. 스탈린을 봐. 히틀러를 봐. 피닉스 작전에서 나는 그 황야를 경작했어, 잭. FOX를 위해, 베트남을 위해, 민주주의를 위해, 아메리카를 위해.
그따위 게, 그녀의 혼 하나의 값이 될 순 없어, 잭. 내가 바란 건, 그저 그녀와 지내는 것이었다. 내가 바란 건, 그저 그녀와 입술을 겹치는 것이었다. 모두 헛소리야, 잭. 그녀와 함께 했던 평안함과 비교하면. 나라가, 시대가 그걸 빼앗으려 든다면, 맨발로 뛰쳐나가 행복한 초야권을 행사할 때, 흉악하게 고함친다면, 나는 전력으로 저항하겠어. 저항한 뒤 죽겠다, 그렇게 정했다」
「그렇다면, 어째서 찔린 거냐 -- 어째서 나에게 저항하지 않은 거냐, 프랭크」
그렇게 물었지만, 잭 자신은, 이미 그 대답을 알고 있다. 그것을 인정하기 두려웠을 뿐이다.
「넌 이미 병사가 아니야. FOX에서 재회했을 때 금방 알아차렸어. 너도 사랑하는 것을 빼앗겼다. 너도 자신을 위해 싸우고 있어. 국가에 봉사하고 있는 이유는, 그걸 이정하기 두려울 뿐이다. 나라로부터 군사력을 빼앗은 풍경을, 당신은 이미 바라고 있어. 전사들이, 그 힘을 약한 백성에게 나누어 줄 풍경을」
그리 말하며, 프랭크는 눈을 감는다. 목소리가, 호흡이, 최후의 에너지를 방출한 것처럼.
「너는 전사야, 잭. 이 아이를 부탁한다」
그리고, 프랭크는 숨을 거두었다.
묘지에 보고가 끝나자, 잭은 곧바로 히슬로 공항에서 떠났다. 브리튼의 섬이 멀어져, 콜럼버스가 넘었던 공간을 넘어서, 잭은 아메리카 합중국에 돌아갔다. 그러나, 그는 이미 어딘가의 국민이 아니었다.
1970년 9월 12일, 통합참모본부에서 특수부대 FOX의 해산이 결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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