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전자포] 어떤 아이(AI)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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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카 미코토는 힘이 빠진 듯 벤치에 주저 앉았다. 학원 도시에서 난동을 부린지 두어시간 이나 되었지만, 쓸만한 정보는 극히 적었다. 확실한 것 그 첫째, 그 은팔찌 집단은 철저하게 폐쇄적이라서 남에게 알려지고 싶어하지 않는다.
- 이쯤되면 나를 찾아올 때도 되었는데 말이지.
조용히 일처리를 하면서 정보를 모으는 쿠로코와 달리, 미사카는 내심 녀석들이 직접 자신을 좇아오기를 바라며 일부러 화려하게 난동을 부렸다. 하지만 다른 저지먼트에게 방해받을 뻔 했을 뿐 - 그때마다 정당방위라는 식으로 우겼지만 - 다른 녀석들이 미사카를 미행하거나 감시하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애초에 그 팔찌를 찬 녀석들에 대해 아는 사람도 적었다. 정확히 말하면, 정확히 아는 사람은 적었고 그냥 아는 사람은 너무나 많았다. 그 팔찌는 특별히 제작된 물건도 아니고 시중에서 팔리고 있던 물건이었다. 심지어는 미사카가 거리를 지나가던 도중 직접 그 팔찌를 차고 있던 사람도 보았다. 어디서 구했는지를 묻자, 대형상점을 가리키며 그곳의 악세서리점에서 팔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거기엔 같은 은팔찌 수십개가 진열되어 있었다.
- 뭘 잘못 안 거 아냐, SN프루프.
미사카는 끌어오르는 화를 참아내며 중얼거렸다. 분명 집단의 표식으로 사용하고 있다면 자신들끼리도 구분하기 위해서 무언가 다른 방법을 쓰고 있을 터였다. 미사카는 사진을 치마 주머니에서 꺼내어서 다시 한 번 차근차근 살펴보기로 했다. 사진에 찍힌 인물들은 특징없는 둥그런 은팔찌를 차고 있었다. 해상도가 높지 않아 그 팔찌 위에 무언가 특별한 표식이 적혀있는지 어떤지 알 수 없었다. 한 명은 교복을 입은 소녀였고, 핸드폰을 들고 무언가를 확인 하고 있었다. 한 명은 성인 남자로, 우두커니 서서 시계를 보고 있었다.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일까. 마지막 하나는 꼬마아이로, 실내화 가방을 들고 달려가고 있었다. 미사카는 검지로 사진들을 툭툭쳤다. 연령대에도 일관성이 없고, 특히나 스킬아웃과 관련되어 있다면 왜 꼬마아이가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무언가 협박을 당하기라도 한 것일까. 그렇다면 더더욱 녀석들을 빨리 찾아내야했다.
= 미사카 선배.
= 우이하루, 듣고 있어.
MGS가 떨리며 미사카의 청각을 자극했다. 미사카는 귀 위로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머리핀을 고정시켰다.
= 지금부터 제 말에 대답하지 말고, 제가 말하는 대로 따라주세요.
= 뭐?
= 설명은 나중에 할 게요. 일단은 해주세요. 근처에 제일 가까운 역에 가보면 …
미사카는 충분히 우이하루의 말을 들은 뒤, 벤치에서 핸드폰을 열어 가까운 역의 위치를 확인했다. 우이하루의 지도에 따라, 미사카는 벤치에서 일어나 빠르게 발길을 옮겼다. 미사카는 지하철 역 안쪽으로 내려가, 락커를 확인했다. 위에서 네번째, 오른쪽에서 세번째 락커에 비밀번호는 2501. 미사카는 문을 열며 침을 삼켰다.
그 안에는 하얀 상자와, 은팔찌가 있었다.
미사카는 하얀상자를 한 손에 들고 은팔찌를 손에 찼다. 그리고 다시 한 번 핸드폰을 열어, 가야할 곳을 확인했다. 걸어서 십 분이나 걸릴까. 그리 먼 거리는 아니었다. 미사카는 상자를 옆구리에 낀 채 지정하는 장소를 향했다. 횡단보도 앞에서 멈추어서 주변을 둘러보자, 모르는 남자가 미사카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미사카는 그에게 상자를 건냈고, 그는 핸드폰을 조작해 ‘등록’을 마쳤다. 남자는 미사카의 손에 있던 은팔찌를 넘겨받았다.
- 수고해요.
남자는 지는 해가 부셨는지 한 손으로 차양을 만들고는, 한 손으로는 상자를 쥔 채 횡단보도를 향해 걸었다. 은팔찌가 석양에 붉은 빛을 반사해 반짝거리고 있었다.
= 입금, 확인했어요. 번호 추적합니다. 미사카 선배는 물건을 계속 미행해주세요.
= OK.
미사키는 웅크린 채 간판 뒤에서 숨어 반짝이는 은팔찌를 따라갔다. 때로는 UFO캐쳐를 만지작 거리고, 때로는 군중들 속에 끼어, 넘겨받고 넘겨받는 물건의 행로를 추적했다. 은팔찌는 어떠한 상태를 나타내는 일임은 틀림없었지만, 조직을 나타내는 일은 아니었다. 학원도시에 퍼진 새로운 배달부 아르바이트에서 서로를 알아보기 위한 신호였다. 조금 특이하긴 하지만, 학생들끼리의 거래일 뿐이다. 하지만 이 아르바이트를 제일 처음 시작한 - 하얀 상자를 이용한 부류는 우이하루 말에 따르면, 그 거래를 이용한 영악한 부류였다.
= 화물이 골목길로 들어갔어. 계속 추적할게.
= 쿠로코한테도 말해놓을게요.
그 거래에 참여한 사람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전부 범죄의 대리인이 된다. 오고 가면 안될 물건, 각종 보안 시스템에 추적 당하면 안되는 물건이 민간의 손 사이를 지나서 마지막에는 스킬아웃의 손에 다시 들어간다. 처음과 마지막만 보안시스템이 허술한 부분에 루트를 세팅해놓으면 아주 싼 값에 스킬아웃은 ‘배달’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방금도 순진한 여학생이 덩치가 큰 남자에게 상자를 옮겨주는 대신, 막타라고 불리우는 현금을 직접 받는 보상을 얻고 있었다.
= 현금 보상 확인. 골목길로 따라 들어간다.
= 미사카 선배 아직 쿠로코가 …
= 미안, 집중을 해야겠어.
미사카는 MGS의 게코타를 꾹 눌러 꺼버린 뒤, 남자를 좇았다. 남자는 골목길을 요리조리 지나, 그 큰 덩치로 날래게도 빠져나왔다. 넓게 트인 농구장에 도착하자, 남자는 하얀 상자를 열어 내용물을 확인했다. 안에는 ; 조그마한 앰플이 있었다. 미사카는 남자가 자신들이 찾던 사람이라고 확신했다.
- 야, 거기 너!
남자는 눈썹을 찌푸리며 미사카 미코토를 향해 돌아서며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닭벼슬 비스므리한 머리 스타일을 한 남자가 그런 짓을 하니 좀 징그럽단 생각을 하며, 미사카가 고개를 끄덕였다.
- 뭐하는 누군지 모르겠지만, 신경 쓰이게 하지 말고 꺼져라.
- 언니야가 좀 궁금한 게 있거든. 능력자 사냥이라고, 들어 봤어?
남자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 저지먼트인가. 글쎄, 모른다고 한다면?
- 정말로 모르는지 몸에 이야기를 걸어봐야 할 것 같은데.
미사카가 주먹을 꺾으며 폭력행사의 신호를 보냈다. 남자는 앰플을 상자 안에 넣고 닫으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180이 넘는 듯한 장신이 미사카 미코토를 내려다 보았다. 농구장에 켜진 스포트라이트가 두 사람을 비추었다. 남자는 상의를 벗어 던지더니 손가락을 까닥였다.
- 덤벼.
미사카 미코토는 힘이 빠진 듯 벤치에 주저 앉았다. 학원 도시에서 난동을 부린지 두어시간 이나 되었지만, 쓸만한 정보는 극히 적었다. 확실한 것 그 첫째, 그 은팔찌 집단은 철저하게 폐쇄적이라서 남에게 알려지고 싶어하지 않는다.
- 이쯤되면 나를 찾아올 때도 되었는데 말이지.
조용히 일처리를 하면서 정보를 모으는 쿠로코와 달리, 미사카는 내심 녀석들이 직접 자신을 좇아오기를 바라며 일부러 화려하게 난동을 부렸다. 하지만 다른 저지먼트에게 방해받을 뻔 했을 뿐 - 그때마다 정당방위라는 식으로 우겼지만 - 다른 녀석들이 미사카를 미행하거나 감시하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애초에 그 팔찌를 찬 녀석들에 대해 아는 사람도 적었다. 정확히 말하면, 정확히 아는 사람은 적었고 그냥 아는 사람은 너무나 많았다. 그 팔찌는 특별히 제작된 물건도 아니고 시중에서 팔리고 있던 물건이었다. 심지어는 미사카가 거리를 지나가던 도중 직접 그 팔찌를 차고 있던 사람도 보았다. 어디서 구했는지를 묻자, 대형상점을 가리키며 그곳의 악세서리점에서 팔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거기엔 같은 은팔찌 수십개가 진열되어 있었다.
- 뭘 잘못 안 거 아냐, SN프루프.
미사카는 끌어오르는 화를 참아내며 중얼거렸다. 분명 집단의 표식으로 사용하고 있다면 자신들끼리도 구분하기 위해서 무언가 다른 방법을 쓰고 있을 터였다. 미사카는 사진을 치마 주머니에서 꺼내어서 다시 한 번 차근차근 살펴보기로 했다. 사진에 찍힌 인물들은 특징없는 둥그런 은팔찌를 차고 있었다. 해상도가 높지 않아 그 팔찌 위에 무언가 특별한 표식이 적혀있는지 어떤지 알 수 없었다. 한 명은 교복을 입은 소녀였고, 핸드폰을 들고 무언가를 확인 하고 있었다. 한 명은 성인 남자로, 우두커니 서서 시계를 보고 있었다.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일까. 마지막 하나는 꼬마아이로, 실내화 가방을 들고 달려가고 있었다. 미사카는 검지로 사진들을 툭툭쳤다. 연령대에도 일관성이 없고, 특히나 스킬아웃과 관련되어 있다면 왜 꼬마아이가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무언가 협박을 당하기라도 한 것일까. 그렇다면 더더욱 녀석들을 빨리 찾아내야했다.
= 미사카 선배.
= 우이하루, 듣고 있어.
MGS가 떨리며 미사카의 청각을 자극했다. 미사카는 귀 위로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머리핀을 고정시켰다.
= 지금부터 제 말에 대답하지 말고, 제가 말하는 대로 따라주세요.
= 뭐?
= 설명은 나중에 할 게요. 일단은 해주세요. 근처에 제일 가까운 역에 가보면 …
미사카는 충분히 우이하루의 말을 들은 뒤, 벤치에서 핸드폰을 열어 가까운 역의 위치를 확인했다. 우이하루의 지도에 따라, 미사카는 벤치에서 일어나 빠르게 발길을 옮겼다. 미사카는 지하철 역 안쪽으로 내려가, 락커를 확인했다. 위에서 네번째, 오른쪽에서 세번째 락커에 비밀번호는 2501. 미사카는 문을 열며 침을 삼켰다.
그 안에는 하얀 상자와, 은팔찌가 있었다.
미사카는 하얀상자를 한 손에 들고 은팔찌를 손에 찼다. 그리고 다시 한 번 핸드폰을 열어, 가야할 곳을 확인했다. 걸어서 십 분이나 걸릴까. 그리 먼 거리는 아니었다. 미사카는 상자를 옆구리에 낀 채 지정하는 장소를 향했다. 횡단보도 앞에서 멈추어서 주변을 둘러보자, 모르는 남자가 미사카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미사카는 그에게 상자를 건냈고, 그는 핸드폰을 조작해 ‘등록’을 마쳤다. 남자는 미사카의 손에 있던 은팔찌를 넘겨받았다.
- 수고해요.
남자는 지는 해가 부셨는지 한 손으로 차양을 만들고는, 한 손으로는 상자를 쥔 채 횡단보도를 향해 걸었다. 은팔찌가 석양에 붉은 빛을 반사해 반짝거리고 있었다.
= 입금, 확인했어요. 번호 추적합니다. 미사카 선배는 물건을 계속 미행해주세요.
= OK.
미사키는 웅크린 채 간판 뒤에서 숨어 반짝이는 은팔찌를 따라갔다. 때로는 UFO캐쳐를 만지작 거리고, 때로는 군중들 속에 끼어, 넘겨받고 넘겨받는 물건의 행로를 추적했다. 은팔찌는 어떠한 상태를 나타내는 일임은 틀림없었지만, 조직을 나타내는 일은 아니었다. 학원도시에 퍼진 새로운 배달부 아르바이트에서 서로를 알아보기 위한 신호였다. 조금 특이하긴 하지만, 학생들끼리의 거래일 뿐이다. 하지만 이 아르바이트를 제일 처음 시작한 - 하얀 상자를 이용한 부류는 우이하루 말에 따르면, 그 거래를 이용한 영악한 부류였다.
= 화물이 골목길로 들어갔어. 계속 추적할게.
= 쿠로코한테도 말해놓을게요.
그 거래에 참여한 사람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전부 범죄의 대리인이 된다. 오고 가면 안될 물건, 각종 보안 시스템에 추적 당하면 안되는 물건이 민간의 손 사이를 지나서 마지막에는 스킬아웃의 손에 다시 들어간다. 처음과 마지막만 보안시스템이 허술한 부분에 루트를 세팅해놓으면 아주 싼 값에 스킬아웃은 ‘배달’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방금도 순진한 여학생이 덩치가 큰 남자에게 상자를 옮겨주는 대신, 막타라고 불리우는 현금을 직접 받는 보상을 얻고 있었다.
= 현금 보상 확인. 골목길로 따라 들어간다.
= 미사카 선배 아직 쿠로코가 …
= 미안, 집중을 해야겠어.
미사카는 MGS의 게코타를 꾹 눌러 꺼버린 뒤, 남자를 좇았다. 남자는 골목길을 요리조리 지나, 그 큰 덩치로 날래게도 빠져나왔다. 넓게 트인 농구장에 도착하자, 남자는 하얀 상자를 열어 내용물을 확인했다. 안에는 ; 조그마한 앰플이 있었다. 미사카는 남자가 자신들이 찾던 사람이라고 확신했다.
- 야, 거기 너!
남자는 눈썹을 찌푸리며 미사카 미코토를 향해 돌아서며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닭벼슬 비스므리한 머리 스타일을 한 남자가 그런 짓을 하니 좀 징그럽단 생각을 하며, 미사카가 고개를 끄덕였다.
- 뭐하는 누군지 모르겠지만, 신경 쓰이게 하지 말고 꺼져라.
- 언니야가 좀 궁금한 게 있거든. 능력자 사냥이라고, 들어 봤어?
남자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 저지먼트인가. 글쎄, 모른다고 한다면?
- 정말로 모르는지 몸에 이야기를 걸어봐야 할 것 같은데.
미사카가 주먹을 꺾으며 폭력행사의 신호를 보냈다. 남자는 앰플을 상자 안에 넣고 닫으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180이 넘는 듯한 장신이 미사카 미코토를 내려다 보았다. 농구장에 켜진 스포트라이트가 두 사람을 비추었다. 남자는 상의를 벗어 던지더니 손가락을 까닥였다.
- 덤벼.
01
상의를 벗어 던진 남자가 손가락을 까닥였다.
- 덤벼.
남자는 마치 쿼터백처럼 등을 앞으로 구부렸다. 스포트라이트가 남자의 울퉁불퉁한 굴곡을 따라 선명한 그림자를 그렸다. 미사카 미코토는 맨몸으로 자신을 들이받고자 하는 그 모습에 코웃음을 쳤다.
- 마쵸는 취향이 아니거든.
남자가 몸을 날리자, 미사카의 손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며, 남자가 있었던 자리를 향해 번개가 떨어졌다. 미사카 미코토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남자의 어깨가 이미 자신의 명치를 향해 날아들고 있었다. 헉, 하고 숨이 일순 멎었다. 숨이 돌아 왔을 때, 미사카 미코토는 농구장 위를 구르고 있었다. 남자 역시 전류로 피해를 입었는지 가볍게 몸을 떨었다. 입을 가린 미사카의 손에서 피가 묻어나왔다.
- 새침한 아가씨로군.
남자는 손발을 털어내며 다시 자세를 잡았다. 이번에는 갑모를 쓰듯, 두 팔을 붙혀 단단히 가드를 올리고는 머리를 웅크렸다. 불쾌한 기취감에 미사카 미코토는 무심코 손등으로 코를 막았다. 미사카 미코토의 머리에, 하나의 과학적 모델링이 떠올랐다. 미사카 미코토는 레일건을 이용해, 자신의 몸을 위로 쏴올렸다.
소음과 함께 남자의 몸이 뒤로 밀려나며, 용의 숨결처럼 화염이 분사되었다. 미사카 미코토가 있던 자리는 곧 화염에 휩쌓였다. 고무가 타는 냄새와 열기가 미코토를 자극했다. 미코토는 사뿐히 착지하며, 어이 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 무슨 스킬아웃에 이런 괴물이 다 있어?
남자는 일반적인 초능력이라고 부르기엔 인간과는 너무 먼 인간구조를 하고 있었다. 팔꿈치 밑에는 달려있는, 거대한 가스샘이라고도 불러야 할만한 기관 - 남자의 몸은 고온고압의 가스를 발사해 추진력을 얻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 이래뵈도 레벨 4(Level four ; 강능력자)로 판명난 몸이다만.
- 어딜봐도 그냥 로켓엔진 달린 몸이잖아.
- 로켓 오르간(Rocket Organ ; 추진 기관)이다. 말장난은 그만두지.
남자가 다시 몸을 웅크렸다. 남자에게 전격을 날려도 만약 남자의 능력이 발동된 후라면 늦다. 남자의 근육이 전기에 의해 비틀려도, 이미 발사된 레일건이 계속해서 날아가는 것처럼 발사된 남자의 몸이 멈추지는 않는다. 몇 번을 버틸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다섯 손가락 안에서 남자의 몸통박치기에 당해 정신을 잃고 쓰러질 가능성이 높다. 물론 미사카 미코토의 능력이라면 남자의 몸을 태워버릴 수도 있지만, 일단 미사카 미코토의 임무는 남자로부터 능력자 사냥에 대한 정보를 얻어내는 것이지 남자를 죽여버리는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미사카 미코토는 벌써부터 살인자가 되고 싶진 않았다.
- 잠깐 작전타임에 들어가면 안될까? 이런 거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말야.
미사카 미코토의 농담에 남자가 코웃음을 쳤다.
- 무능력자들만이 스킬아웃이 되는 건 아냐.
- 노력하기를 포기한 녀석들이 되는 거겠지.
비아냥거리는 미사카 미코토를 보던 남자는 잠깐, 경직되었다가, 얼굴을 좌우로 천천히 흔들었다. 거기에는 단순히 물리적인 키 차이에서 비롯되는 게 아닌, 어딘지 깔보는 시선이 담겨있었다.
- 토키와다이 아가씨들은 이래서 안된다니까.
- 토키와다이라고 해도, 레벨 1부터 시작한 녀석도 있어. 노력을 하면 ...
타오르는 화염 사이로 남자의 얼굴이 기묘하게 흔들렸다.
- 우리는 노력하기를 포기한 게 아니야. 학원도시가 요구하는 노력을 하지 않을 뿐이지.
남자는 웅크렸던 몸을 일으키고 두 주먹을 단단히 잡았다. 미사카가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자, 남자는 손을 펴고는 두번 가볍게 접었다 폈다. 덤비라는 신호. 미사카 미코토는 스스로 자신의 가장 큰 장기를 포기한 남자의 태도에 함정이 아닐까도 생각했지만, 지금 미사카 미코토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미사카 미코토는 손가락을 튕겼다. 남자가 죽지 않을 정도만, 그러나 행동불능에는 빠질 정도의 전격이 남자를 향해 날아갔다. 남자의 몸이 잠시 떨렸고 - 남자의 몸이 곧바로 달려왔다. 미사카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다리를 움직이지 않고, 전격이 흐르는 팔로 가드를 세웠다. 그러나 그것은 오판이었다. 남자의 로켓 오르간으로 속도를 얻은 빠른 속도의 원투펀치가 미사카의 가드를 분쇄했다. 미사카의 몸이 휘청거릴 때, 남자의 발이 빠르게 발목 위를 후려 갈겼다. 미사카가 신음을 하며 땅바닥에 쓰러졌다. 마치 축구공을 걷어 차듯이 남자가 미사카를 걷어찼다.
- 토키와다이의 아가씨가 이렇게 싸워 보는 건 처음이지? 이런 싸움에 노력을 한 적이나 있나? 능력을 개발하는라 바쁘셔서 그런 노력을 할 시간은 없었겠지?
격렬한 발길질과 빠른 말투와는 달리 남자의 목소리는 착 가라앉아 있었다. 미사카는 이를 악물었다. 어차피 이판사판, 남자를 죽인다고 해도 이 시점에서는 충분히 정당방위로 인정받을 것이다. 미사카 미코토는 다시 한 남자를 향해 사람이 죽을 정도의 번개를 내리꽂았다. 남자는 비틀거리다가 - 다시 일어섰다.
-어, 어째서!
당황한 미사카는 자신도 모르게 크게 소리질렀다.
- 전격계 능력자는 감전 되지 않아. 화염계 능력자는 불타지 않아. 그런 당연한 것도 토키와다이에서는 안 가르쳐주던가?
로켓엔진은 강렬한 고온고압의 가스를 분사하는 추진체이다. 인체는 본래, 그러한 강렬한 고온고압을 견디지 못한다. 하지만 전격계 능력자가 감전되지 않고, 화염계 능력자가 불타지 않듯이 능력이 로켓엔진과 같은 ‘가스샘’에 몸이 녹아서도 안된다. 또, 그런 로켓엔진으로 ‘발사된 몸’이 부숴지지도 않아야 한다. 적어도 지금까지 살아있다면, 마치 로켓엔진과 같은 몸을 갖고 있어야한다는 뜻이다.
- 탄소 ...
탄소는 녹는점과 경도가 높아 로켓의 주된 재료로 사용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탄소그룹엔 전도체, 반도체, 절연체 모두의 성질을 가질 수 있다. 마치 흑연을 가공해 다이아몬드를 만들 수 있는 것처럼. 남자의 탄소로 이뤄진 팔꿈치가 미사카 미코토의 뒷통수를 내리찍었다. 미코토는 가스샘이 정말로 꿈틀거리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착각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 맥동에 자신도 모르게 척수가 얼어붙는 감각을 느꼈다.
- 이것이 너와 나의 노력의 차이다. 나는 이 싸움에 최선을 다했고 너는 하지 않았어.
분함 혹은 두려움. 미사카 미코토는 처분을 기다리며 눈을 감았다. 익숙한 부유감이 내려왔다. 하늘에 붕 뜬 채 미사카는 눈을 깜빡였다. 만약 남자의 공격을 그대로 받았다면 - 살아 있는 게 먼저 의문이지만 - 땅으로 꺼져야 정상일 텐데. 급작스러운 상황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미사카는, 자신이 드디어 천국에 왔다는 결론을 내릴 뻔했다.
- 정말, 물가에 내놓은 어린아이같다니까요. 언니.
미사카는 자신이 쿠로코의 손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분명 쿠로코 역시 이쪽으로 온다고 했고, MGS를 통해 위치정보를 공유하고 있을 테니 헤메지 않고 곧바로 왔을 터였다. 아니, 그 이전에 혼자서 무턱대고 돌파하기 보다 쿠로코를 기다리는 편이 훨씬 안전했으리. 이어질 잔소리에 미사카는 얼버무릴 말을 찾았다.
- 지, 지금 이 주변은 불바다인데?
- 언니이. 농담은 나중에.
쿠로코가 미사카와 함께 사뿐히 지면에 착지하자, 농구장 반대편에서 남자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화마의 손길은 농구장을 끌어 안은 채 하늘을 향해 높이 솟았다. 쿠로코가 남자를 향해 선언했다.
- 저지먼트입니다. 당신을 방화 및 공공기물 파손으로 긴급체포하도록 하겠습니다.
- 할 테면 해봐.
남자는 다시 추진력을 얻기 위한 특유의 포즈를 취했다. 쿠로코가 순간이동을 하려고 하자, 미사카는 쿠로코를 가로막았다.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쿠로코가 미사카를 향해 돌아 보자, 미사카는 남자를 향해 말했다.
- 나보고 아까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고 했지? 그럼 지금 최선을 다해보지.
- 언니!
- 방해하지 마, 쿠로코.
- 호오.
남자는 자세를 풀고는 두 주먹을 맞부딪치며 전의를 보였다.
- 곧 방해꾼이 올 것 같으니 빨리 끝내자고.
- 걱정마, 싱겁게 끝날 테니까.
미사카의 호언장담에 남자가 피식 웃었다. 미사카 미코토는 다시 한 번 자신의 임무를 상기시켰다. 남자가 이 싸움에 무엇을 기대하든, 미사카 미코토는 타겟을 제거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미사카 미코토의 목적은, 남자를 무력화시키고 정보를 얻어내는 것이다. 남자의 몸에 고전압과 고전류를 흘러보내 태워버릴 수도 있지만 그건 미사카 미코토의 승리로 귀결되지 않는다. 만약 남자의 몸이 전기가 ‘아예 안 통하는’ 것이 아니라면. 만약 그렇다면 인간에게는 시도해보지 못한 기술을 남자에게 쓸 수 있는 것 아닐까.
미사카는 눈을 감은채 지휘자처럼 두 손을 올렸다. 남자는 미사카 미코토가 포기했다고 생각했는지, 콧방귀를 치고는 미사카를 향해 달려들었다. 미사카가 오른손을 들어올렸다.
콰당, 하는 소리가 났다. 미사카의 예상대로였다. 갑작스레 넘어진 남자가 이를 악물고 다리를 일으켜 세우려 하자
- 꿇어.
미사카가 올렸던 오른손을 다시 아래로 내리자, 남자의 다리가 꺾였다. 그러나 남자는 넘어지지 않았다. 마치 자신의 의지로 그렇게 꿇어앉은 것처럼. 인간의 근육은 신경계의 ‘전류’에 반응하여 움직인다. 그러나 이런 전류의 양은 매우 미약하고 몸구조가 매우 복잡하여 레벨 5(Level five ; 초능력자)의 전격계 능력자라고 해도 다루기 까다롭다. 하지만 남자의 몸이 일반적인 인간처럼 신경계로 이루어져 있고, 탄소와 같은 ‘전류가 덜 통하는’ 구조라면 … 마치 컴퓨터를 해킹하듯이 인간의 몸을 탈취할 수 있을 것이다.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집는 것처럼 정교한 행위는 힘들겠지만, 단순히 몸을 멈추거나 조정하는 것은 가능하리라. 남자는 굴욕스러운 상황에서도 미사카를 비웃었다.
- 흥, 아가씨학교다운 방식이군.
- 이대로는 졌다는 생각이 안 드는 모양이지?
- 내 목숨이 위험하기 전까지는 졌다고 생각하지 않는 주의라.
- 그러셔?
미사카가 이번에는 왼주먹을 움켜쥐었다. 쿠로코는 무엇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었지만, 남자는 자신의 몸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 수 있었다. 가스 냄새가 주변으로 퍼지고 있었다. 남자의 자랑인 로켓 오르간이, 미사카의 지시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 몸이 불타도 금방 죽진 않겠지. 하지만 …
미사카가 오른손으로 사선을 긋자, 남자의 팔꿈치가 아래를 향했다.
- 나는 이 녀석과 함께 꽤 높은 고도까지 올라갈 수 있거든. 어차피 조작해주지 않아도 그 추진력으로 꽤 높은 곳까지 날아갈 수 있겠지. 그 몸, 대류권을 넘을 수 있을 것 같아? 성층권까진 버틸 수 있을까?
미사카의 협박에 남자는 이를 갈았다. 남자가 이 싸움을 대하는 방식으로든, 미사카가 이 싸움을 대하는 방식으로든, 승부는 나 있었다. 남자는 결국 토해내듯이 말했다.
- 졌다. 네 맘대로 해라.
- 좋아. 그럼 허튼 수작 부릴 생각 말고
= 일단 거기서 빠져나와요!
쿠로코의 MGS에서 우이하루의 비명이 들려왔다. 쿠로코가 팔짱을 낀 채 손가락을 까닥였다. 미사카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농구장의 불길은 성대했고 사이렌 소리는 점점 커져왔다. 아무리 미사카가 정당방위를 주장해도 이 상황에서 잡히면 근신으로 끝나지는 않으리라. 게다가 남자를 여기에 내버려두고 갔다간 정보를 빼내기가 영 수월치 않아진다.
- 쿠, 쿠로코?
- 평소라면 내버려두고 갔겠지만 … 언니, 저한테 빚진 거에요.
- 으, 응.
남자와 미사카의 목덜미를 각각의 손으로 잡은 채, 쿠로코는 순간이동을 시행했다. 쿠로코 함께 계속 도약하며 미사카는 자신도 모르게 두손을 비볐다. 타인의 몸을 기계처럼, 아니 마치 자신의 몸처럼 조작했던 감각이 손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02
우이하루의 지시를 받아, 안티스킬망과 방범장치들을 피해 쿠로코는 두 짐을 이끌고 농구장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며 인적이 드문 곳까지 도착했다. 이미 밤이 다되어 인적이 많은 곳을 찾기가 더 적었지만. 끊이지 않고 능력을 써댄 쿠로코가 지쳤는지 혀를 내밀고 헥헥거렸다.
- 아, 나노머신.
남자가 갑작스레 생각난 듯 고함쳤다. 그러더니 자신의 머리를 움켜쥐고는 끙끙거렸다. 방금 전에 싸움에서 졌다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행동이라, 미사카나 쿠로코는 뜨악해졌다. 미사카가 남자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 너, 지금 네 상황을 알고는 있어?
- 진 일을 되돌릴 수도 없잖아. 이번엔 졌지만, 다음에 또 이기면 되지.
남자의 시원스런 대답에 미사카는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남자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 말했잖아. 우리는 학원도시가 요구하는 노력을 하지 않을 뿐이다. 나는 싸움 외에는 관심 없어. 그러니까 싸움에 노력을 다 할 뿐이야. 노력하는 일에 꺾여서야 아무것도 되지 않지.
- 그래서 현장에 상자를 내다버리고 언니랑 싸워댄 거군요?
- 아.
쿠로코의 지적에 남자는 얼굴을 찌푸리곤 제 이마를 쳤다. 반라에 거구의 남자가 마치 만화 캐릭터처럼 과장된 움직임을 보이니 두 여중생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난감했다. 뻘쭘해서 옆머리를 만지작 거리던 미사카는 자신이 여태까지 MGS를 꺼두었단 사실을 떠올렸다. 게코타를 눌러 MGS를 키자 사텐 루이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미사카 선배!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요?
= 아, 미안미안.
= 그나저나 나노머신이라니, 그럼 두고 온 상자에 담겨있는 게 나노머신이란 말인가요?
우이하루의 지적에 쿠로코가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물었다.
- 스킬아웃이면서 나노머신이라니 … 아니, 그전에 레벨 4의 스킬 아웃이라니. 도대체 당신들은 뭐하는 작자들이죠?
- 글쎄, 말해주기 어렵군.
남자의 말에 미사카가 짜증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기울였다. 곧, 남자의 손이 목을 짚었다. 남자가 자신의 행동에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두리번거리자, 미사카가 남자를 내려다보며 차가운 목소리를 냈다.
- 순순히 말하는 게 좋을 텐데.
- 말하기 싫은 게 아냐, 말하기 어려운 거라고.
- 차분하게 들어줄 테니까, 그쪽 …
- 그쪽이라니, 내 이름은 이누이다. 오오츠카 이누이.
- 무슨 제임스 본드라도 되는 줄 알겠어요.
쿠로코가 불만스러운 듯이 쫑알거렸다. 미사카가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다는 식으로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는 무섭게 남자를 쳐다보았다. 미사카의 의도를 캐치한 남자는 잠시동안 고민하더니 미사카도 쿠로코도 예상치 못한 해답을 내놓았다.
- 내 머리로는 도저히 설명해 줄 수 없으니 능력자 사냥하고 관련 있는 녀석들 아지트에 직접 데려다 주지. 내가 데려온 신입이라고 하면 의심하지 않을 거야. 나노머신 분실에 대해서 얘기도 해야 되고.
- 뭐라구요?
- 이봐 이누이 씨, 당신 의리 같은 건 없어?
- 그 녀석들은 의리같은 거 따지지 않아. 나도 마찬가지고. 전부 계약관계다. 그리고 혹시 알아? 가보면 너희도 마음이 바뀌어서 SF에 들어가게 될 지.
순수한 건지 멍청한 건지, 가능성은 아주 적지만 함정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남자의 말에 미사카 미코토는 머리를 긁었다. 그를 따라간다면 호랑이 소굴을 들어가는 것부터 시작해서, 도대체 SN-프루프는 사감에게 이 사태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까지 깨름직한 것 투성이었다. 그렇다고 그렇게 화려한 난장판 뒤에 그를 방생한다는 선택지도 미사카의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 어떻게 할 거죠?
MGS 너머로 우이하루가 묻는 소리가 들려왔다.
= 너희는. 사텐은 들어가 봐야 하는 거 아냐?
= 이미 한참 늦었어요. 갈 때까지 가 보죠. 죽기야 하겠어요?
미사카가 쿠로코를 바라보자 말하지 알아도 알겠다는 듯,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 좋아. 한 번 가보자고. 나랑 이 녀석이 들어가고, 쿠로코는 밖에서 감시 및 통신을 맡아줘.
- 못 말리겠다니까요.
누구에게 하는 소리인지, 쿠로코가 투덜거렸다.
03
쿠로코가 건물 위를 가로지르며 두 사람을 좇는다. 이누이가 복잡한 길로 그녀들을 인도하지만, Z축의 차이와 우이하루의 서포트가 있기에 쿠로코는 길을 잃지 않았다. 이누이가 도착한 곳은, 여느 스킬아웃의 아지트와 마찬가지로 폐건물이었다. 다만 특이한 것은, 앞에 정원이 있을 정도로 컸으며 일반적인 지붕이 아니라 내부가 보이지 않는 시커먼 돔 형으로 상층부가 둘러쌓여 있단 점이었다. 이누이가 정문을 열어 젖혔다. 본관으로 향하는 길에 일렬로 늘어선 로봇들이 일제히 몸을 움직였다. 그 카메라와 총구가 즉시 미사카와 이누이를 향했다. 로봇들은 청소로봇들을 탈취해 개조했는지, 크기는 미사카의 허리만큼 오는 것들이었지만, 전부 다 머리 위에 우지 기관총으로 무장한 녀석들밖에 없었다.
= 우이하루, 보이나요?
= 보여요. 하지만 어떻게 … 위성사진에는 아무것도 없어요. 폐허라고요.
= 없어야 할 곳에 있는 것, ‘유령’. 이름 참 잘 지었네요. 언니, 저는 여기서 대기하겠어요.
미사카는 머리핀을 두 번 톡톡 두드렸다. 한 번은 부정, 두 번은 긍정, 세 번은 알 수 없음. 이곳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정해둔 신호였다. 미사카의 신호를 알아 들은 쿠로코 입에서 얕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 … 몸 조심 하세요.
감시 카메라가 작동하고 있는지, 아니면 어떤 AI로 자동으로 움직이는지 로봇들은 계속 경계하며 본관 앞에 서자, 문 위에 붙은 작은 스피커에서 음성이 들려왔다.
- 오오츠카 이누이, 확인. 이외 일 인 신원 확인 불가. 설명을 요구합니다.
- 내가 데려온 신입이다. 계약을 하고 싶다는군.
잠깐 동안의 침묵 뒤에 다시 같은 목소리가 들렸다.
- 최상층까지 와주십시오. 바쿠스씨가 직접 확인하고 싶다고 합니다.
삑 하는 비프음과 함께 본관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미사카와 이누이는 그 안으로 발을 내디뎠다. 사방이 커튼으로 둘려쳐져 있었고, 그리 높은 조도는 아니었지만, 건물 안에는 은은한 조명이 내부를 비춰주고 있었다. 그저 폐건물로 치기에는 아까울 정도로 좋은 건물로 관공서를 연상케 했다. 안에는 그 관공서와는 어울리지 않게, 바닥에 아무렇게나 앉은 청춘들이 제 폐를 태우는 풀잎들을 잎에 물고 있었다. 미사카는 켈룩켈룩 거리며 엘리베이터에 탔다. 엘리베이터는 앞 부분이 제대로 막혀 있지 않은, 어딜 봐도 불안한 형태였지만 운용은 되는지 이누이가 버튼을 누르자 상승하기 시작했다. 천천히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통해 보이는 광경에 미사카는 시선을 두었다. 2층에는 두 능력자가 임시로 마련된 링 위에서 싸우고 있었다. 그 주변에는 사람들이 모여 환호를 지르고 있었다.
- 당신이 말한 노력이 이거?
- 그런 셈이지. 여기를 위해 싸우는 녀석들은 여기서 싸울 수 있게 되니까.
3층으로 올라가자, 미사카의 눈이 동그랗게 뜨였다. 회사의 사무실처럼 칸막이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불규칙한 형태나마 전산설비들이 갖춰져 있었다. 비록 그다지 좋은 모델의 컴퓨터는 아니었지만 - 그것은 학원도시치고 좋지 않다는 물건이란 사실을 미사카는 알 수 있었다. 미사카는 얼이 빠진 목소리로 이누이에게 물었다.
- 여기, 고작 스킬아웃의 아지트야?
- 녀석들한테는 어디든지 본부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 두었다고 하던데, 나도 잘은 모르겠군. 그리고,
엘리베이터가 4층에 올라서자 강렬한 빛에 미사카는 눈을 찌푸렸다.
- 보통은 여기서 많이 놀라더군.
환한 녹빛에 질서정연하게 화분 속에 담겨 있는 것은 특이하게 생긴 식물이었다. 그것은 미사카가 본 적 없는 형태의 과실을 맺은 채 싱그럽게 자라고 있었다. 위를 바라보자 돔에는 마치 인공태양마냥 빛나는 광원들이 안을 비추었다.
- 이건 대체 … ?
- 능력을 이용한 빛공급으로 식물을 키우는 거다. GM... 뭐라고 하던데.
- GMO? 유전자 조작 식품을? 능력자가 스킬아웃을 위해 키운다고?
- 그렇다니까. 무슨 구조인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능력자들이 좀만 힘을 빌려주면 된다더군.
미사카는 더 캐물어봐도 이누이가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리란 사실을 알았다. 이누이의 지능도, 관심도, 이 집단에 그것에 따라 올만한 수준은 되지 못했다. 이 집단은 이미 보통 스킬아웃들이 아니었다. 이 집단은 탈취한 것으로부터 전산설비를 갖추고, 군사공급을 얻고 식량보급까지 가능하게 하지만 동시에 그것들이 대부분이 계약에 의해 이루어지는 외주를 통해 이루어지는 전혀 새로운 집단의 형태였다. 생전 처음보는 식물들의 넓은 잎 밑을 지나며 미사카는 이누이에게 물었다.
- 근데 SF는 무슨 뜻이야? 사이언스 픽션은 아닐 테고.
- 글쎄, 그건 나도 잘.
- 소셜 판타집니다, 이누이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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