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마 솔라리스"학살기관" 저자 인터뷰

http://www.sf-fantasy.com/magazine/interview/071101.shtml

雀部> 이번 달 저자 인터뷰는, 2007년 6월에 하야카와 SF 시리즈 J 콜렉션에 <학살기관>을 발표한 이토 케이카쿠 씨입니다.
  이토씨, 처음 뵙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伊藤> 잘 부탁드립니다. <아니마 솔라리스>는 SF팬으로 당연히 순회 리스트에 들어가는 사이트인지라, 아주 두근두근 거립니다.
雀部> 감사합니다. 격려가 되는 군요~
 SF매거진'07/8호에, <학살기관>의 소개가 게재되어 있습니다만, 지금까지의 하야카와 SF 시리즈 J 컬렉션으로 발행되는 책의 패턴이라면, 이건 저자 인터뷰가 되지 않을까요?
伊藤> 발행시기가 정해져서, 곧 다음 달, 이라고 되었을 즈음에 입원했기 때문에 그런 걸 못했죠. 대신이라기엔 뭣합니다만, 야마기씨가 소개문을 써주셔서 다행이었습니다. 실은 <학살>의 최종 체크가 되었을 때, 가슴을 절개하는 수술 나흘 뒤라는 엄청난 스케쥴이었습니다만, 시오자와씨 말에 따르면 그 정도 진행은 아무렇지 않은 편에 들어간다는 것 같습니다. 이 세상에는 더더욱 형용할 수 없는 우주적 공포적 진행이 있다고 말이죠 (웃음)
雀部> 역시 그런 사정이 있었군요. 큰일이었겠습니다.
 그렇다는 건, 프린트 아웃된 걸 병실에서 체크했던 겁니까?
  의사나 간호사 뭐라고 하진 않던가요? (웃음)
伊藤> 으음, 유키카제를 읽고 있던 여성 간호사분 한 명 말고는 딱히 없었어요. 친구가 해적 팬이라던가. 칸바야시 파워, 무섭습니다.
 어떤 책을 쓰고 있습니까, 라는 질문해도 난감할 따름이죠. 여성에게 "아, 그러니까 말이죠, 죄가 없는 사람들이 죄다 살해당하는 근미래가 무대이고 주인공은 살인청부업자고요" 이렇게 설명에서는, 뭐 그저 놀랄뿐이잖아요. 대화가 얼어붙죠. 간호사 분은 젊고 아름다운 여성 분이 많아서, 긴 병원생활, 즐겁게 지내기 위해서 눈에 뜨이는 일은 피하고 싶다, 뭐 그런 얕은 속셈도 있었고요.
 최근에는 수술 2, 3일 후에 다소 무리해서라도 걷게 하는 게 주류입니다만,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장 같은 걸 수술해도 곧 움직일 수 있게 된다던가. 그 쪽이 재활에도 좋다고 해서, 그( 재활)에 비하면 시오자와씨의 붉은 줄이 쳐진 원고를 체크하는 것은 큰 일은 아니었습니다.
雀部> 그래도, 수술 후에 바로 걷는 것은 고통스럽죠.
 좀 다른 얘깁니다만, "이토 케이카쿠伊藤計劃"란 이름(펜네임)의 유래를 들려주세요. J콜렉션의 저자명은 "Project Itoh"라 쓰여있기에 "이토 계획伊藤計画"이란 건 상상이 갑니다만.
伊藤> 하테나 다이어리 블로그에 글을 쓰기 전부터 web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만, 그 때 지었던 닉네임입니다. 자기 자신을 계획하는, 혹은, 젊었기에 뭔가 해보자는 야망의 반영이었을 겁니다. 획「劃」의 글자가 옛방식으로 쓰인 건, 홍콩 영화같은 데서 써있는 게 인상적이어서요. 성룡의『A계획(A計劃 ; 프로젝트 A)』라든가
雀部> 아 정말 그렇네요 (;;;) >『A計劃』
 <학살기관>의 띠지에 “니마츠 사쿄 상 최종 후보작"이라고 쓰여있는 건 원래는 니마츠 사쿄상에 응모작이었다고 생각합니다만, J콜렉션에서 출판된 경위는 어떻게 되나요?
伊藤> 최종선고에서 떨어졌을 때, 엔죠 토우씨가 mixi에서 저를 발견해서는, 마이믹시되어 있었습니다. (*일본의 트위터 같은 서비스에서 팔로우되어 있었다는 뜻) 떨어진 일은 뭐, 아쉽지만, 어찌되었든 최초로 쓴 오리지널 장편 소설이니까 스스로는 별로 고통스러운 기색 없이 "최초의 작품으로 최종후보까지 가다니 오히려 행복하구나"라고 기운을 차리고 "다음에는 판타지 노벨 대상에 내볼까"하고 다음 응모작을 써보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엔죠씨가 "나는 하야카와 씨(*하야카와 출판을 의미)에 원고를 보내봤습니다만, 이토 씨도 한 번 어떤가요"라 하더군요. 아, 그런가, 그런 방법도(투고) 있었나 했습니다. 뭔가 눈이 확 뜨인 느낌이었습니다. 그것과는 별개로, 떨어진 작품이었나 아쉬워 해주신 친구나 지인, 마이믹시 분들에게 보여주려고, 제 1부만을 몰래 서버에 올려두었더니, 그 쪽 URL을  오오모리 노조미씨가 시오자와 편집장에게 메일을 해주셔서, 뭐 이런 저런 일이 있어 시오자와씨가 결단을 내려주셨다, 그렇게 흘러갔습니다. 그러니까, 엔죠씨와 오오무라씨가 제 은인입니다.
雀部> 오오무라 노조미씨, 대 활약이군요.
  SF에 흥미를 갖게 된 건 어느 때쯤 인가요?
伊藤> SF라 의식하지 않고 읽은 건 츠츠이 야스타카씨(*시간을 달리는 소녀 작가), 코마츠 사쿄우(*일본침몰 작가)씨네요. 코마츠 씨는 "수도 소실"이란 영화 CM에서 "신주쿠! 신주쿠교엔!" 하는 그걸로 흥미가 생겨서, 도쿠마 문고를 사서 읽었습니다. 중학교 1학년 때일까요. 츠츠이씨는 교실 뒤편에, 선생님이라던가 보호자의 고서를 모아놓은 '학급문고'라는 책장이 도서실에 따로 있어서, 친구가 '끝내주게 야해'라며 <나에 관한 소문>을 추천해주었기에 읽기 시작했습니다. 중학생이니까 '야해' '하고 싶다' 뭐 그런 스케일밖에 없었기에, 거기에 딱 「ダバダバ杉」에 빠져 버린 거죠.
 다만, 츠츠이씨도 코마츠씨도 SF라곤 생각하지 않았고, '아 이게 SF구나'하고 의식해 읽은 건 <뉴로맨서>가 처음이었습니다. 중2 무렵이었을 겁니다.
雀部> 중학생에, 사이버 펑크 첫체험이라.
 코마츠 선생님, 츠츠이 선생님과<뉴로맨서>라면, 꽤나 다르다고 생각합니다만, 처음으로 읽었을 때의 감상은 어땠습니까?
伊藤> 아, 무지무지 멋있어서 중학생인 저에게는 '……'라던지, 다이겐도메(体言止め;체언으로 끝내기)라던지, 요미가나라던지 하나도 빠짐없이 멋있고 또 멋있었어요. 어째서 난 이런 멋진 것으로부터 소외되었는지, 그저 문자의 연속인데도 이렇게 멋있으니 어쩔 수 없네, 뭐 이런 식으로. 그때까지 소설이란 그리 '멋있는' 매체가 아니었다고 생각했지만, 어쨌든 읽기 쉽고 멋있었어요.  형태부터 파고든다까지는 아닐지라도, 소설의 대단함이란 걸 문체로부터 느꼈던 거죠. 내용이 아니라.
 그렇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깁슨이라기 보다 쿠로마 히사시씨의 멋있음이었던지도 모릅니다. 그것도, 지터를 읽어도 워맥을 읽어도 똑같이 멋있었으니까. 뭣보다 <흑룡과 차를> 읽어도 멋있으니 (웃음) 그것도 나름 꽤 문제가 많았구나 싶어요.
雀部> SF팬이 읽어도 <흑룡과 차를>은 확실히 멋있죠. 오오모리 노조미씨도 그렇게 말했고(웃음)
伊藤> 그러니까 쿠로마 씨가 번역한 책은(아직 인터넷이 없는)고교 시절 고서점을 돌면서 가능한 모았어요. 그야말로 '다이 하드'의 원작같은 것 까지요. 그렇기에 <학살>도 물음표는 일절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그녀'도 적극적으로 사용하지 않았고요. 쿠로마씨의 방식 때문에 생리적으로 할 수 없게 되어버렸어요.
雀部> 그렇군요, 문체는 쿠로마씨의 영향이 컸구요.
 달리 영향을 받은 작가나 작품은 있습니까?
伊藤> 소설가는 아닙니다만, 게임 디자이너인 코지마 히데오씨의 작품은 꽤 영향을 받았습니다. 특히 "스내쳐"란 게임을 중학생 때 PC-88로 체험했던 게 큰 계기였다고 생각합니다. 사실은 "학살~"의 원형은  3,4년전에 쓰려고 생각했던 몇 페이지 정도에 좌절한 "스내쳐"의 팬픽션입니다. 테크놀러지와 사회의 상호관계란 게 있구나, 하는 사실을 중학생의 자신에게 가르쳐 준 작품이 "스내쳐"입니다.
 그런 시점을 갖고 나서 스털링에 빠져 버렸습니다. 테크놀러지가 사회와 개인에게 어떠한 작용을 미치는가, 그리고 사회는 테크놀러지를 어떻게 형성하는가, 같은 동역학이 지닌 재미를 스털링이 가르쳐주었습니다. <넷 속의 섬들>에는 어느 정도 임팩트를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스키조 매트릭스>도 <둥지>도 아니고요. 흔히 말하는 레테르화한 사이버 펑크적 <퇴폐적인 근미래>가 아니라, 우리들의 사회와 극단적으로 다른 먼 미래도 아니고, 지금의 우리들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조금 더 미래"를 그려서, 그게 아주 신선했습니다. <학살기관>은 기본적으로 그러한 <조금 더 미래>의 수법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예를 들면, 뇌에 직접 잭 인하는 듯한 기술은 실제로 개발돼 있습니다만, 선행하는 사이버 펑크의 작품군이나 <공각기동대>의 이미지 때문에, 아주 미래적인 것으로 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과거에 사이버 펑크가 그렸던 테크놀러지 중 몇 가지는 벌써, 로봇공학에 있어서 철완 아톰이나 건담, 아메리카로 가면 <스타 트렉>이 과학자나 기술자의 동심에 트라우마를 남겼습니다.(웃음) 그걸 목표로 해서 현실에 의해 뒤쳐진 픽션이란 건, 이렇게 말해도 좋다면 R&D의 신화적 존재가 되고 만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신화적, 이콘적인 미래성은 주의 깊게 배제했습니다. 스털링의 <넷 속의 섬들>도 당시에 있어서는 미묘한 포지션을 그리고 있었던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로, 스털링은 저에게 있어 가장 - 깁슨보다도 - 중요한 작가입니다. 저의 올 - 타임 - 베스트는 <디퍼런스 엔진>입니다.
雀部> <넷 속의 섬들>이 근미래라면, <디퍼런스 엔진>은 근과거이니까 그런 의미에서는 일관적입니다.
  그럼, 다른 좋아하는 소설이라면?
伊藤> <뉴로맨서>로 입문했으니, 역시 사이버펑크소년이었습니다. 그렇긴 해도, 소설처럼 아웃-로(*out law ; 무법자)는 아니었고 인기 없는 평범한 소년이었습니다. 깁슨과 스털링, 러커는 좋아했습니다. 특히 스털링이요. 정치와 테크놀러지의 관계, 란  것에 흥미를 품기 시작한 건 <넷 속의 섬들>부터입니다. 또, <뉴로맨서>의 야마기시씨의 후기에 실린 이름은 전부 순회해, 거기서부터 발라드나 발리에도 빠졌습니다. 요번에 쓸 때에 일인칭 소설 몇 가지를 의식했습니다만, <스틸 비치>도 그 중 하나로, 매우 좋아하는 소설입니다.
雀部> 사이버 펑크와 발리라. 그러고보니 <스틸 비치>는, 엔죠우 씨도 아주 좋아한다죠. 발리의 <블루 샴페인>(동명의 책에 실림)는 저도 아주 좋아하는 단편입니다만(Love affair을 그려낸SF로서는 최고걸작), 그것과 깁슨의 <겨울 마켓>(<20세기 SF5 1980년대 겨울의 마켓>에 실림)는 요약하자면 같은 테마와 비슷한 결말이지만, 분위기라던가 읽은 후의 감상이 아주 대조적이죠. 저는, 발리의 단편 쪽이 좋습니다만, 이토씨는 어떤가요?
伊藤> 깁슨 팬인 제가 말하기엔 뭐하지만, 저에게 <겨울의 마켓>은 인상에 적게 남았습니다. 불쌍할 정도로 인상이 안 남아요. 그것도, 읽은 단편집<크롬 습격>은, 표제작은 물론, <기억기술자 죠니>, <뉴 로즈 호털> <건즈백 연속체>, 그리고 스털링과 합작한 <붉은 별, 겨울의 궤적>, 개인적으로는 깁슨의 단편 최고 걸작이라 생각하는 <근경> 등,  굉장히 멋진 단편들이 많아서, 안타깝게도 희미해져 버렸습니다. 단편집이란 단독의 작품 평가는 실은 어렵습니다. 예를 들면,  잡지에서 읽은 것과 문고판으로 다른 단편과 함께 읽는 건 전혀 인상이 다릅니다. 다른 수록 작품과 겹쳐서, 실은 그만치 나쁜 작품도 별로다 싶은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거기까지 그려낸 불사성이란 화두도, 이미 <뉴로맨서>의 ROM인격구조물에서 체험한 일인지라, '그렇구나'정도의 느낌이었어요. 오히려 <근경>의 쿨함과 장대함이 동거하는 느낌이 끌렸습니다.
 반대로 <블루 샴페인>이라 하면, 이것도 아주 잘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책에서는 <탱고 찰리와 폭스트롯 로미오> 다음으로 좋아하는 작품이에요. 사이버펑크가 '끝내준다, 멋있다(カッコいい)'면, 발리는 '세련된(おしゃれ)' 인상이 있어요. 쿨하다기보다는 팝하고 큐트한 걸리쉬한 느낌. 물론 그 저변에는 어쩔 수 없는 씁슬함과 서글픔이 있습니다. 다만, <스틸 비치>는 그 씁쓸함과 서글픔이 엷고, 보다 팝하고 프리키(freaky)한, 불편함을 꿰뚫은 장편이었습니다.
雀部> 아, <근경>은 몸이 떨릴 정도로 좋습니다. 인간에게 미지의 것에 대한 어쩔 수 없는 동경과 공포가 근원적인 부분이 교차하고 있어서요. 좀 코드웨이나 스미스를 생각나게 하는 부분도 있고 말이죠.
伊藤> SF외에는, 전에 적은 에릭슨, 그리고 핑춍, 파워즈, 보르헤스 등입니다. 최근에는 제발드의 <토성의 고리>가 좋았습니다. 또, 예전에는 탐 클랜시나 JC폴록 등 군사모험소설, 르 카레나 프리만틀, 그레엄 그린의 스파이 소설도 읽었습니다.
雀部> 독서경험도, 확실히 <학살기관>에 활약하고 있습니다.(웃음)
 블로그를 보았더니, 상당한 영화통이신 것 같습니다만, 편애하는 감독이나 영화작품을 알려주십시오.
伊藤> 해외에서는, 리들리 스콧, 데비드 핀쳐같은, 소위 말하는 '영상파'라고 불리는 사람들을 좋아합니다. 그 부르는 방법이 영화 원리주의적인 멸칭인 경우도 있습니다만, 저는 뭐, 교양 없는 놈(ミーハー)이라서 별로 신경쓰지 않습니다. 최근엔 토니 스콧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영화감독이라면 쿠로사와 키요시 씨, 오시이 마모루씨입니다. 모두들 말씀하시는 것 처럼 <학살>은 쿠로사와씨의 <Cure>로부터 영향을 받아서, 아니 영향을 받았다기보다 애초에 "단위가 개인이 아니라 국가, 민족레벨의 <Cure>"라는 게 발상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오시이 씨의 <뷰티풀 드리머>는, 일본에는 따로 음성해설이 붙어있지 않아서, 리젼 1의 해외판(화질은 안좋지만)도 샀습니다. 음성해설을 아주 좋아합니다.
 또, 라이트한 007오타쿠이기도 합니다. 매거진에 올린 「The Indifference Engine」의 전에는「57번째 프란츠 카프가」와 007을 합체한 이야기를 만들려고 했습니다만, 시오자와씨의 어드바이스도 있어서 그만두었습니다.

(*후일 이것은 From the nothing, with love라는 단편으로 완성된다)
雀部> 락커와 본드가 합체한다니 흥미만만입니다. (웃음)
 무사시노 미술 대학 출신이십니다만, 전공은 어떤 분야셨나요?
伊藤> 영상입니다. 애니메이션이나 실사, 다큐멘터리나 텔레비젼 프로그램 제작, 그리고 당시의 유행하던 메디어 아트같은 걸 취급하는 학과였습니다.
雀部> 그렇군요, 영화에 밝은 것도 당연합니다.
 <학살기관>을 쓸 때에 받은 영화의 영향은 있으십니까?
伊藤> 먼저도 쓴 것처럼, <큐어>는 발상의 근간이 되는 영화입니다. 또한, 영화의 직접 영향을 받지는 않았지만 제임스 카메론의 영화 "어비스"를 카드가 소설화한 물건을 가독성이란 점에서 꽤 영향 받았습니다. 미나미야마씨의 번역이 좋은 탓일까요. 이 소설과 시몬즈의 <바이페리온>시리즈의 酒井씨에 의한 번역은, 독자로 하여금 생각하게 만들 때 가장 고려된 작품입니다.어째서 일본 작가에 의한 직접 일본어로 쓰여진 작품이 없는가 하면, 저로서도 모르겠습니다만, 쓰여진 내용(장르 소설이다, 라는 것도 포함해서)에 비해서 이상하게도 읽기 쉽다, 라는 점을 생각했을 때 나는 제일 처음 이 두 소설을 떠올립니다.
 그 외에는, 음, 좋아하기 때문에 몬티 파이슨 네타도 넣었습니다. 심각해 지는 장면에서 갑자기 웃음을 넣는 버릇이 있어서 아마 뻔한 걸 동경해서 그 국면에 이르면 밝게 해버리는, 자의식의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雀部> 카드 씨의 <어비스>는 SF팬 사이에서는 고평가입니다 사카이 아키노부씨의 번역은, 확실히 가독성이 높아요, 가끔 엄청 어려운 단어가 나오긴 해도(웃음)
 몬티파이슨 네타는, 어떤 어떤 곳인지 눈치 챘습니다. (웃음) 그러고보면 엔죠우씨도 몬티파이슨 네타를 넣고 있죠.
  <학살기관>의 경우, 메인 아이디어와 주인공의 캐릭터 설정은 동시에 생각하셨습니까?
伊藤> 주인공의 캐릭터 조형은 처음부터 정해놓았습니다. 그러나, '문법'의 아이디어는 도중에 떠올랐습니다. 떠오르지 않았으면 어쩌자고 그랬는지, 하고 생각 생각하면 심장이 쿵쾅쿵쾅합니다. 정말 아슬아슬 막차를 탔네요.  세계설정을 선행하기에 다음에는 잘 될런지 싶어요. 이런 큰 네타(SF답달지, 이렇게 말하자면 바보네타)를 매번 써나갈 수 있을까 해서요.
 그렇기에, 핑커의 저서나 데닛의 <자유는 진화한다>는 이미 읽었습니다만,  이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데 진화심리학과 관련한 책을 급하게 읽었습니다. 마이클 가자니가의 <뇌 안의 윤리>는 꽤 자극을 받았습니다.
雀部> 그러고보니 중반부에서, 셰퍼드 대위가 교통사고에 식물인간 상태가 된 어머니에게 의식이 있는가 주치의에게 묻는 건, <뇌 안의 윤리>에서도 "의식의 종언은 언제인가"로 포착되고 있지요.
 제가, 진화심리학이라던가 인지사고학을 최초로 알게 된건,미슨의 저서인 <마음의 선사시대>입니다만, 여기서 나오는 "뇌의 모듈군" 생각방식도, "문법"의 아이디어에 가까운 면이 있습니다.
伊藤> 그렇습니다. 어떤 부분은, 로마시대의 인간에게는 우리란 의미단위의 의식이 존재하지 않았다, 라는 극론도 있어서 이건 확실히 폭소했습니다만, '나'의 근거를 과학이 해체해간다는 과정이란, 얼마 전 이건이 했던 일이지만 스릴 있는 일입니다. 다만, 그건 윤리의 근거를 붕괴한다는 과정도 있기에, 실은 '나'라는 존재의 근거라는 건, 어떤 종류의 가이드라인, 혹은 인간에게 남겨진 최후의 윤리였던 건 아닐까,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였다, 라니 왠지 과거형입니다만.
 그게 붕괴되면 무엇이 일어나는가. <만물이론>에서 의외로 낙천적인 곳에 착지합니다만, 어떻게해도 그쪽 방향으로는 흘러가지 못했다, 라는 게 스털링이나 이건과 다른, 저 자신의 방향성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살기관>은 새로운 윤리를 찾아내며, 거기에 좌절하는 과정을 연연히 그려내는 이야기다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글쎄, <홀리 파이어>같은 걸 읽으면, 스털링은 역시 어디까지나 낙관주의자구나 싶어요. 엄청 활력이 넘쳐요. 이건도 저는 어떤 면에선 낙관주의자라고 생각해요.  제 경우에는, 발라드의 마음으로 스털링처럼 쓰자, 입니다.(웃음)
雀部> "발라드의 마음으로 스털링처럼 쓰자"라니, 대단하네요. "(C)伊藤計劃"로 보존해둡시다.
 '문법'이란, SF팬이라면 제일 처음 <바벨-17>이 생각납니다만, <학살기관>은 어느쪽인가 하면 소우여의 <네안데르탈르 패럴렉스>의 설정에 가까운 듯합니다. 분위기는 전혀 다릅니다만,  소우여씨도 진화심리학이나 인지사고학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느낌이 드네요. 뭣보다 미슨의 <노래하는 네안데르타르>에 따르면, 네안데르탈르인과의 사고의 소통은 꽤나 힘들어 보입니다만(웃음)
伊藤> 그렇지요. 다만 툴은 같습니다만, 소우여는 네안데르탈르인 평행세계나, 캘리포니아의 주법에 새겨진 에일리언과 같이 인류의 "외부"를 SF적인 자기 (인류) 참조의 툴로 사용했던 것에 반해, 나는 그러한 외부를 지향하지 않고, 어쩌면 지향할 수 없는 그러한 것을 상정할 재능이 없다는 점이 큰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외부를 상정할 수 없는 게 본질일지도 모릅니다. 어찌되어도 인간의 내측 - 시스템이나 구조, 테크놀러지나 경제, 역사와 자아란 방향으로 자기참조의 근거를 찾게 되니까요.
雀部> 자기참조="Self-Reference ENGINE"(웃음)
 툴이 같다면, SF팬에게는 똑같아 보인다구요(폭언)
 존 폴이란 이름과 <네안데르탈르 패럴랙스>의 주요등장인물인 메어리 번이란 이름 붙이는 방식. 마루엽의  활동을 억제하면 "성스러운 체험"이 생긴다는 아이디어. 무신론적 결말. 더 있을 것 같은데 말이죠.
 셰퍼드 대위가 무신론자인 건, 그리스교도인 종말관 - 아포칼립소(세계의 끝)의 후에 낙원이 온다 - 에 대해, 아포칼립소 뒤에는 또 지옥이 계속된다는 라스트 이미지와 호응한다고 느꼈습니다.
伊藤> 그렇습니다. 냉전시대의 "종말"이라는 존재방식은, 핵전쟁으로 인류멸망, 혹은 문명 완전 멸망, 이었습니다만 그건 지금 우리의 "종말"과는 다르리라 생각합니다. "끝나지 않는 일상"이란 것이 학원물로 대표되는 모라토리엄물, 혹은 세카이계에서 빈번하게 다루어지던 시대가 있었습니다만, 지금의 저 개인의 실감으로서는, 끝나지 않는 건 일상쪽이 아니라 종말이라고. 끝나지 않는 종말. 하루하루가 제각각 세계의 종말과 같은 일상, 이란 감각이 있다고. 거기에는 멸망하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모순된 말일지도 모르지만, 끊이지 않고, 영원히 망해간다. 그런 말하자면 "우리들의 종말"을 그리고자, 하는 기분이 있었습니다. 냉전 시대의 종말 상이 아니라.
雀部> 주인공인 셰퍼드 대위는, 암살도 임무에 들어가는 특수기관 소속이라는 설정입니다만, 꽤나 내성적인 부분이 스토리 전개에서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해서, 이 캐릭터 설정은 람보나 코브라같은 사람을 죽이는 일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주인공이 많은 할리우드 영화에 대한 이토 씨의 제안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암살자가 내성적이면 안되는가, 아니 암살에는 세심한 관찰력이나 주의가 필요하니 이러한 성격의 부원도 있으리라고 생각했습니다.
伊藤> "일인칭으로 전쟁을 그린다, 주인공은 성숙하지 않는다, 성숙을 불가능케 하는 테크놀러지가 있기 때문이다"하는 건 처음부터 정해두었습니다. 어떤 종류의 테크놀러지에 의해 전장이라는, 그야말로 압도적인 현실의 한 가운데에 있어도 성숙이 봉인당하며, 그것을 나이브한 일인칭으로 그리자, 라는 컨셉이었습니다.
 이건은 아닙니만, 테크놀러지에 의해 몇가지 신체정보로부터 절단된 결과 출현하는, (우리에게는) 유니크할 인격이란 게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최신의 테크놀러지의 성과가 투입되는 군사영역에 있어 가장 처음으로 일어날 것이라고. 그러한 전제를 세워 쓰기 시작했습니다. 설정이 일반인이면 이런 종류의 뇌 조작이 행해질 때, 새로운 인격이 이미 자명해져있고 확립되어 있기에, 그것에 위화감을 느끼는 감정을 문장화할 수 없으므로, 어디까지나 최신기술이 최초로 투입된, 그것이 세간 일반과 엇갈려서 주인공이 위화감을 느끼는 직업으로 군인을 설정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현재의 군인을 주인공으로 하면, 이러한 서술법은 채용하지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좀 더 리얼한 군인으로 했을 걸요. 그렇지만, 그러한 서술법을 정당화하기 위해 각종 설정을 세우는 면도 있어서, 어느쪽이 먼저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어디까지나, 가정한 테크놀러지와 그것이 가져올 결과에 의한 서술법입니다.
 단, 이라크 귀환병의 자살율을 생각해보면, 나이브한 인간은 군인에서도 많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전 군인이나 용병이 쓴 체험기에는 그런 종류의 나약함이나 무름, 나이브함이 하나도 없습니다만, 그들은 어디까지나 은퇴 후에도 살아남은, 게다가 책까지 써낸 인격이다, 라는 부분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암살자에 한하지 않고, 직업에 따른 의식의 패턴화, 이렇게 말해도 좋다면 "캐릭터 화"는 나에게 별반 설득력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雀部> 역시 그런 의도가 있었군요.
 그 성숙을 불가능게 하는 테크놀러지란 것이, 작중에 나오는 예방처치로써 카운셀링이나 약제에 의한 전투감정조정을 말하는 겁니까?
伊藤> 그렇습니다. 그것과, 사회 전체가 비참함에 대해 '무관심'해지고 그것을 가능케 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포함합니다. 사회 현상이 첨예해진 그 끝에 감정 조정같은 테크놀러지가 표상으로 출현한단거죠. 사회 그 자체가, 테크놀러지를 경유해, 개체에게 투영된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학살>을 세카이계라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지만, 잠깐 기다려, 틀리다, 유입경로가 역방향이다! 라고 (하고 싶습니다.) (웃음)
 개체가 세카이에 직결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세카이가 개체에 직결되어 있는 역세카이계입니다.
雀部> 그렇군요. 그 "역 세카이계"라는 건 SF 매거진('07/11月호)에 연재한 「The Indifference Engine」에 여실히 나타난다는 느낌입니다. 주인공이 소년병인 것만으로『학살기관』보다 생생하고 충격적입니다. 이 제목은 올-타임-베스트라고 말씀하신 "디퍼런스 엔진"에 대한 오마쥬인가요?
伊藤> 그렇습니다. 가벼운 기분으로 그렇게 해버려서 지금은 후회하고 있습니다. SRE(* 엔죠토우의 <셀프 리퍼런스 엔진>)을 의식했습니다만, 의식했다기보다 이런저런 말을 들었습니다만, 정말로, 정말로 큰 의미는 없습니다. 공평, 이라던가 차이의 소멸, 같은 단어를 제목으로 하고 싶은데 라는 생각에 indifference를 생각해냈을 때, 어차피 difference로부터 나온 단어라면 engine으로 해버리자, 정도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The Indifference Organ」으로 하는 편이 좋았을지도.
雀部> 어라, 그랬습니까(웃음)
 처음에 읽었을 때는, 이 책(*학살기관)의 라스트는 기자니카가 말한 "도덕기관 = 인류 공통의 윤리"가 "학살기관"에 이겼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메리카를 세계의 무대로부터 끌어내리는 것으로.
 셰퍼드 대위는, "문법"의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존 폴은 "문법"에 영향받지 않는 대항수단을 개발해서, 예의 사이트에 남겨둔 것일까. 아니 틀리겠지. 만약 그렇다면 작자는 분명 언급했을 거야. 그렇다면...?
 라스트에서 세퍼드 대위가 "문법"을 아메리카에 대항 처방해, 아메리카는 세계에 대하여 영향력을 상실하고 맙니다. 당연히, 아메리카와 수출입으로 경제를 지탱하던 나라들에게 있어서는, 엄청난 빚의 영향이 있습니다 - "문법"의 영어권에의 영향을 포함해서요. 그렇다면, 초대국 아메리카가 내전상태에 돌입했을 때, 전세계가 혼란상태에 이르러,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이 죽는 일이 됩니다. 그야말로 "팽창한 개체수의 조정을 위한 학살기관"의 전명발동상태이지요. 셰퍼드 대위는, 올바른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문법"의 영향 하에 있었다는...
伊藤> 그걸 언급할 때에는, 존 폴 자신이 자기자신이 발견한 것에 영향을 받지 않았나, 하는 걸 검증해야만 합니다. 애시당초에 그걸 논하지 않으면 안 된달까. 그렇다면 "문법"을 영어로 검증했던 일은 당연할 겁니다.
 "해독제"에 대해서는 이건 확실히 말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만, 없습니다. 없다고 해야할까, 애시당초 진화의 끝에 도그마 화한 "이타정신"에 대한 조정자로 진화의 과정에서 생겨난 것, 이라는 설정이니까요. '문법'에 대한 대항 수단, 이라는 생각이 아니라, 문법 그 자체가 어떤 종류의 존속에 과잉한 이성에 대한 대항 수단으로 태어났다는 거죠. 그러니까, 이타정신과 '문법'은 수레의 양바퀴입니다. 이성은 감정을 누르려고 하고, 감정은 '문법'으로 이성을 누르려고 한다. 처음부터 해독제가 어쩌고 할 이야기가 아닙니다. 문법자체가 어떠한 상황의 해독제로써 있으니까요. 이성이란 것은 절대적인 무언가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진화의 과정에서 태어났다, 그보다도 생존을 위한 툴의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라고 생각할 때, 그것을 조정하는 것도 있으리라고. 그러니까, 그 세계도 차분해질 때 즈음 차분해지겠지요. 몇 년 뒤인가, 몇십 년 뒤인가, 몇 백 년 뒤인가 알 수 없지만, 어쨌거나 많은 사람들의 목숨이 없어진 뒤에.
 그러니까 "해독제"가 만들어진다면 그것은 "문법"에 대한 해독제라기보다는 완전평화상태, 완전이성상태를 인류에게 주는 것이나, 어떤 의미로 "문법"의 거울상이며 그것은 그것대로 상상하면 무서운 별세계를 만들어낼 툴이겠지요.
雀部> 아, 그거 읽고 싶네요. 그게 무서운 별세계가 될지 어떨지는 쓰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습니다.
伊藤> 해서, 존 폴은 자신이 만들어 낸 것에 영향을 받았는가, 거기에 대해서는 그다지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것저것 생각해주시는 독자 쪽도 있어 보이니, 그다지 즐거움을 빼앗고 싶지 않다는 느낌이 듭니다. 미국 외의 세계가 어찌되었는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사람에 따라서 해석이 있고, 나는 그것을 읽는 게 즐겁고 그것들로부터 시사받는 경우도 많아서, 자기 자신의 즐거움을 빼앗고 싶지 않아, 무엇보다도 다음 작품의 네타가 그러한 것들로부터 만들어질 지도 모른다 (아니 정말로) 고 생각하고 있기에 단언하기에는 저항이 있습니다. 제멋대로라 죄송합니다. 자기 자신의 대답은 물론 있습니다만, 그것을 말하면 아주 재미없어져 버린다고 생각해서. 이러한 "해석의 여지"를 너무 남기는 것도 뭐하다고 생각하지만 이 정도는 허락해주세요.
 다만, 화자가 어떤 것에 대해서 거짓말을 하고 있지도 모르는 가능성은, 문장 속에서 감추어져 잇기에, 라스트의 화자의 특정 부분은 죄다 뻥일지도 모릅니다.
雀部> 확실히, 수수께끼는 남아있는 편이 좋죠. 그래서, 거짓말설은 3000점 (웃음)
 해서, 조금 인터뷰가 시작했을 때, mixi에 <이토케이카쿠 커뮤니티>가 새겼습니다.
 개설자인 제라 이즈미 씨는, <학살기관>의 어떤 면이 재밌었습니까. 혹은 가장 매력을 느낀 건 어느 부분이었습니까?
ゼラ泉> 군사 SF, 라고 처음 들었을 때 상상한 이미지를 좋은 의미로 배반당했습니다. 주인공의 조형도 좀 달랐고, 무엇보다 테크놀러지나 정치, 언어에 대한 여러가지 시선이 짜여져 있어서 자극적이었습니다. 현재의 사회와 연속하는 근미래를 무대로한 건, 정말로 서솔 그 자체가 현재의 사회상황에 하나의 비평, 혹은 문명론마저도 될 정도라고 느꼈습니다. SF란 이런것도 할 수있다,고 순수히 놀랐습니다.
伊藤> 감사합니다.
  그렇지만, 뉴웨이브나 사이버펑크부터 SF에 들어와, 스털링의 판인 저로서는 그거야 말로 SF란 사회와 테크놀러지의 다이나믹스를 다루는 유일한 소설 쟝르라고 강하게 인식하고 있었기에 이게 저에게는 SF의 '중핵'입니다. '작은, 작은 쟈칼'이 SF인가라고 물어보면 '스털링이 썼으니까 SF잖아'라고(웃음)
 다만 반대로 말하면, 하드한 우주물이나 원미래같은 건 약점이랄까, 저의 SF편력으로부터는 빠져있습니다. 저는 아마, 앞으로도 지상이나 '지금 여기'에 묶여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저에게는 아마 우주물이나 싱귤러리티같은 걸 쓸 능력도 상상력도 없습니다. 일부러 지금 현재의 인간밖에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래서는 안되겠구만 하고 생각은 합니다만, 어떻게 해도 흥미의 방향이 그쪽으로 향합니다.
雀部> 우주 네타는 장래에 준비해둡시다.
 큰 네타인 '문법'말입니다만, SF팬이라면 <바벨>이라던가 모리오카씨나 야마모토 씨의 작품으로부터, 예전에도 쓰여온 네타의 연장선상에 상정한 아이디어인지라, 위화감이 없으리라 생각합니다만 일반적으론 어떻습니까. 완전히 말도 안되는 네타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습니까?
ゼラ泉> 제가 '문법'으로부터 연상한 건 윌슨 브라이언 키가 광고한 영화에 들어간 서브리미널 효과를 폭로함으로 화두가 된 <미디어 섹스>란 책입니다 이 책은 지금은 말도 안되는 책이라고 합니다만, 역자 후기에는 렘, 딕, 발라드와 같은 SF작가 서브리미널을 다루는 작가로 인용되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사사키베 씨는 일본의 작가를 말씀하셨지만, 서브리미널적인 것과 SF소설은 떨어질 수 없는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소설의 아이디어를 말도 안되는 네타라고 착각하는 건 곤란하지만, 서브리미널이란 역시 스릴있고 매력적인 네타라고 생각합니다.
伊藤> 뭐, 인간이 무의식에 의해 움직인다, 의식으로는 감지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 라는 얘기는 SF에 한하지 않고 많은 엔터테인먼트에서 다루는 소재니까요. 극론이긴 합니다만, 서브리미널 네타의 재미와 좀비 영화의 재미는, 근본적으로는 같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리벳의 실험이나 거기서부터 나온 여러가지 설들 - 이를 테면 수동의식가설과 같은 - 의 전개를 보면, 애초에 무의식과 의식이란 이분법이 붕괴되고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서브리미널의 시대는 무의식이란 통제불가능한 광대한 영역이 '나' 안에 '이분자'로 존재해서, 그게 자신을 조작한다는 공포가 있었습니다만, 현대의 뇌과학에서는 애초부터 '나'라는 건, 뇌나 육체가 한 일에 0.5초 뒤에 인지되는 것에 지나지 않으며, 주체같은 건 착각이다, 라는 가능성이 논해지고 있습니다. 거기에서는 과거에 주가 되는 '나'라는 건 뇌라는 자동기계의 서브루틴에 지나지 않습니다. 의론의 단계로서는, 과거에는 '나의 안에 내가 모르는 나'라는 게 일종의 목가적으로 보여지는 스테이지에 도달해버린거죠. 물론, 리벳의 견해(실험이 아니라)에는 이론도 다수 존재합니다만, 적어도, 의론의 단계에서 거기, 혹은 그것보다 더 멀리 있단 얘깁니다.
雀部> 사적으로는, 조금, 후기라던가 참고문헌이 있었으면 했습니다.
伊藤> 음-, 모두들 읽은 책뿐이네요. 여기저기서 말했습니다만(웃음)
 내용을 포착하는 후기는 잘 쓰지 못하기도 하고요. 이번 인터뷰에서도 아시겠지만, 말하는 건 무지 좋아합니다. 근본적으로 혀가 잘 굴러가서, 심할 정도로 해설병이라는 자각도 있습니다. 뭣보다 과거 blog에서 이런 것(こういうこと) 했고 말입니다.
 하지만 그런 건 책에는 함께 실지 않습니다. 왠지 책은 책으로서 아름다웠으면 합니다. 내용과 관계없는 인기없는 이야기라던가 바보같은 이야기를 연연히 써넣는 것도 괜찮다면 하겠습니다. 입원하고 있을 때 옆자리의 커플이 붙어다녀서, 네놈들 호르몬분비 어떻게 좀 해라 하고 마음 속으로 화냈던 이야기라던가. 하지만 그런 blog 같은 걸, 책의 후기에 읽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요.
 하지만, 얼터너티브 스토리물을 쓴다면, 아이린 건의 <디퍼런스 딕셔너리>같이 자신이 만든 책의 뒤에 붙여 넣을지도 모릅니다. 그거 무지 좋아해요. 역사가변물에는 전부 저런 게 있었으면 합니다. 사전 페튀시는 아닙니다만, 저런 걸 덤으로 주는 건 무지 즐겁고, 나도 언제가 해보고 싶다 싶어요.
ゼラ泉> 저도 질문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학살기관>에는 마니아 심을 간지럽히는 작은 네타들 뿐만 아니라, 아까 말했듯 테크놀러지나 여러 학문에 대한 생각들이 수반되어 짜여져 있습니다만, 반대로 이토 씨가 현재 주목하고 있는 과학기술, 혹은 학문 영역은 있습니까?
伊藤> 음, 글쎄요. 제가 지금 뭐에 흥미를 갖고 있는지 잘 모르겠네요. 인터넷에서 재밌어 보이는 책을 보면 산다 같은 경박한 흥미밖에 없기에, 뭔가 대단한 맥락이 있는 건 아닙니다. 어쨌거나 단순해서, 읽기 쉬운 책만 사고요.
 굳이 말한다면, 행동경제학, (벤자민) 리벳이나, 또 에피제네틱스 정도. 이렇게 나열하니 평범하네요(웃음) 한동안 루이센코에 흥미가 있어서, 거기서 영향을 받아 에피제네틱스에 주목했습니다. 또, 사이언스는 아닙니다만, 전쟁에 관한 언설의 역사를 찾아보면 예전 사람이 전쟁과 정치의 상관성을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 전쟁의 언설에 관한 언설이 되겠군요. 이건 또 읽기 어려운 책들 뿐이라 고생하고 있습니다.
雀部> 읽기 어려운 책을 기반으로 해서, 부디 명작 SF를 만드시기를.
 이번에는 공사 모두 바쁨에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다시한 번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집필중 혹은 발행예정이 있다면 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伊藤> 음, 이거저것 생각해고 있습니다만 아직 정해진 건 없습니다. 핵이 통상병기화된 세계를 쓰고 싶다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큰 네타가 짜여지지 않아 고생하고 있습니다.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뭐라해도 좌우 분간이 안가는 신인인지라 담당해주는 분과 이야기를 나누는 중입니다.
ゼラ泉> 응원하고 있겠습니다.
雀部> 큰 네타를 기대하겠습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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