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the Nothing, With Love (1)




  복스홀의, 템즈강을 바라본 채로 우뚝 솟은 이 바보같은 물건은, 첼시 태생의 포스트모던 건축가 - 이 세상에서 가장 추악한 인종이다 - 에 의해 만들어졌다. CIA(아메리카 친구)로부터는 '레고랜드', '디즈니 랜드 런던'라 불리고 있다. 어린아이가 레고로 만든 성과 같이 보이기 때문이다. 건축가 본인은 그걸 죠크라고 할 생각이었겠다만, 거기에서 일하는 몸이 되고보면 받아줄 수가 없다. 아침 뉴스 방송을 제작하는 TV-am의 컴덴 타운에 있는 빌딩, 그리고 채링 크로스 역 - 그 남자의 손이 닿은 건축물들은, 어느것도 신물나는 물건들 뿐이다. 홍콩에 임무로 나갔을 때, 두 개의 다리에 거대한 반원을 올린 듯한, 말도 안되게 바보같은 건축을 목격했다만, 그 피크타워도 같은 건축가의 손이 닿았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되어 깊이 한숨을 내쉰적이 있다. 그 서있는 모습이 방사하는, 근거없는 낙천성 같은 게 나로 하여금 매우 부담스러웠다.



  템즈 강에서 본 현재 직장은 바보같음을 강물 위에 비추고 있다고 해도 좋다. 정보국의 모토인 '셈퍼 오클투스'(항상 감추어라)는, 혀에서 굴리면 라틴어의 울림이 강하게 심금을 울리지만, 외면상으로는 비밀보다는 '항상 광대짓해라'가 어울릴 지경이다. 반대편에는 테트의 별관, 크로어 갤러리가 있다. 터너가 기금한 작은 작품 전부가 전시되어있는 건물은, 이미 포스트모던 일족의 건축가인 제임스 스털링에 의한 것이지만, 그래도 나는 현재의 직장에 비하면 아주 전통적이며, 침착성을 갖고 있는 물건으로 보인다. 여기에 이사오기 전에는, 우리의 오피스는 무역회사로 위장하고 있었으나 그 때의 셋방살이 검소함이 있는 빌딩이 그립다.

  그래, 나는 공룡이다. 이런 씁슬한 생각을 하는 이유는, 내가 어떤 의미로 너무나 장생했지만 그렇다고 세상 유행의 퇴폐함에 전부 달관할 정도로 장생하지도 않은 어정쩡한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빌바오의 임무에서 위험에 쳐했을 때조차, 나는 거기서 포스트모던 건물을 눈 에 두고서 짜증이 치솟았다. 훔쳐간 알비온(대영제국)의 돈을 되찾고, 쇄도하는 경찰차들을 비껴가며 현장을 떠나는 나의 눈에 들어온 건 거대한 구조물이었다. 나중에 본부에 돌아왔을 때 보고서에 이렇게 적었다. 스페인에서도 추악한 포스트모던 건축을 보는 꼬라지가 되었다고. 그랬더니 그녀는 곧바로 이렇게 지적했다 -- 그건 구겐하임 미술관의 스페인 분관으로, 건축적으로는 포스트모던이 아니라 디컨스트럭션(탈구조건축)이라고.

    포스트모던이든 탈구조든 보기에 불쾌한 건 변하지 않는다. 거기에 있는 건 역사의 형해화, 라고 나는 생각한다. 거기서 일어나고 있는 실험의 면면은, 건축의 역사로부터 완전한 단절이 아니다. 축적되어, 시간과 함께 거기서부터 발생하는 문맥. 그러한 역사를 재해석하여, 지금 현재의 건축가의 자아로부터 거리를 목측하여, 출력한 형태다.
  거기에 있는 건 역사의 잔해다. 역사로부터 문맥과 주체를 빼낸 뒤에, 성립한 역학계다. 역사를 연기하는 무(無). 터엉 빈, 우울한 존재다. 저 편의 테트에 세워진 터너의 충실함을 떠올리며, 그 운명의 날, 나는 레고의 나라에 들어갔다.

 「칠드런(아이들)이 죽어가고 있어」

  상사가 그리 알려주며, 글라스, 그리고는 파일을 내밀었다. 나는 스카치를 입안에서 굴리고서는 파일을 넘긴다. 꽂혀진 서류에 첨부된 사진의 얼굴은, 아무리 호의적으로 봐줘도 내 나이 절반이하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애들은 안 보입니다만, 이라고 말하면 파일을 돌려준다.

  살인사건이라면 야드(수도경찰)이나 인텔리어(내무성)의 일이지 않은가.

 「전부, 서브젝트(영국국민) 같습니다만, 내가 모르는 논-오피셜-커버(비공식활동요원)입니까 ... 이런 이런, 전 SAS(연대)가 둘, CRW(대테러전담 팀), SBS(해병대), 쟁쟁하군요」

  다만, 그들이 그들 각각의 작전행동 중에 죽었다면, 나는 나를 호출한 이유를 알 수가 없다.

「해서, '선'은 뭡니까」
「그들은 전부 <프로퍼티(소유물)>야」

  그녀는 나의 눈을 바라보며 덧붙였다.
  여왕폐하의 소유물. 나와 같은.

「당신에게 만약의 경우가 있을 때, 당신을 이어주기 위한 골조가 되는 사람들이지. 그게 이번 달만 네명이나 살해당했어」

  나 후보들. 나의 이야기가 끝났을 때, 내 이야기를 잇는 자. 다음 사본. 석세서(후계자).
  나는 다시 한 번 파일을 다시 읽었다. SAS의 오웬 대위에 맥글래서 소령, SBS의 로우 중위에 CRW의 벨 소위. 그렇군, 살해당한 자들 전부 어렸을 때 양친을 잃었다. 이후의 인생은 닮은 꼴이다. 이렇게까지 잘도 나의 인생 - 이라고 해도 그건 나의 '원전'의 인생일 수밖에 없지만 - 과 닮은 이야기의 소유자를 모아왔다. 물론, 그러한 사람을 선택하는데에는 이유가 있다. 골조의 뇌가 근사치에 가까울 때, 더 '나'를 덮어쓰기 편하기 때문이다.

  리크(정보 누설)입니까, 하고 물어본다. 각각의 <소유물>이 '나'후보인 이상 최고기밀일 테다. 본인과, 아주 소수의 선정위원, 그리고 나의 상사, 수상. 그 정도인가. 지금까지는 나마저도 몰랐고, 여왕폐하에게 알릴 필요는 없다. 장래, 언젠인지 모를 시점에서 나로 덮어쓰일 지 모르는 사람 --그 이전 단계로 정신수술을 받은 사람의 리스트(일람). 그 정보를 어딘가의 정보기관이나 테러 네트워크 등등이 잡고 있다면, 그들이 없어지기 시작해도 이상하지 않다.

「현재 조사중이야. 하지만 당연히 SS(보안국)에게는 맡길 수 없어. 당신의 '운용'에 대한 모든 일은, 그게 국내사안이든 국외사안이든 공안사건이니 첩보작전이니 군사행동이니 그런 하찮은 구분을 초월해. 당신에 관한 모든 게, 우리들만의 사안이야. 당신이 정말로 누구인가, 수상도 우리들도 묘지까지 갖고갈 수 밖에 없어」

  그녀가 의도적으로 폐하의 이름을 빼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폐하도 내가 누구인가, 얼마나 그로테스크한 삶을 살아가는 작자인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찌되었거나 과거의 '나'와 각각 전부 대면하고도 건재한 건, 폐하뿐이니까.

  그리 말하는 나도, 버킹검에 계신 폐하께 배알을 청한 적이 있다, 어떤 말을 나눴는지 확실히 기억하진 않다. 폐하의 손에 입술을 맞추자, 그 위엄 넘치는 잉글랜드의 여왕이 서글프게 미소지었다. 물론, 그 권위를 해치지 않을 정도로 조심스러운 움직임이긴 했지만. 그래도, 소란스럽게 희노애락을 표하는 것이 금지된 이 위대한 여왕의, 그 날카롭고 무거운 심정이 나를 깊게 찔렀다. 그렇다, 이 40년 동안 그녀는 몇 번이고 내가 눈 앞에 나타나는 걸 견디어왔다. 그때 그때 다른 얼굴과 육체가 각각 내 이름을 입에 올리며 손을 받들어 입을 맞추는 일을 반복해서 보아온 셈이다.

  장래, '나'일 지도 모른다는, 그 가능성에 의해서 <소유물>들이 적에게 살해당하고 있다면, 영국에 순국자로서 그들의 혼에 폐하의 자비가 내려질까. 그런 일을 멍하니 생각하며, 나는 계속해서 묻는다.

「 남은 건」
「더는, 한명밖에 남지 않았어. 최후의 방위선이지. 파인우드를 경호하는 레지먼트(연대)로부터 몇 명이 호위요원이 되도록 지시해 뒀어. 새로운 인원이 있었으면 하지만, 헬리포드(SAS 본부)로부턴 '그런 여유 없다'고 찔러와서 말야」

  나는 스카치를 살짝 머금어 입을 조금 행군다. 전사(傳寫)시설은 영화 스튜디오에서 유명한 파인우드 근처에 있다. 그곳은 극비의 최중요시설이며, 지하 깊숙이 지어진 셸터에, '나'를 깊이 간직한 거대한 스토리지나, 그 미디어 - 라지만 맨몸의 인간의 육체와 뇌수이다만 - 에 기술헤더, 더해서 그 미디어를 준비하기 위한 포맷터 등등이, 대형냉각기가 뿜어내는 하얀 안개 속에서 자리잡고있다. 지하 깊숙히 있는 이유는, 경비와 기밀유지란 면도 물론 있지만 역시 일어나선 안 될 일이 일어났을 때, 무시무시한 영역이 드러나는 일을 최소한으로 막고자하는 것이 본래 목적이리라.

  그 경비를 다소 줄이더라도, 보디가드로 돌리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는, 우리들이 매우 쫓기고 있다는 증거다.
  갑자기 웃긴 느낌이 들었다. 생각치도 못하게 입가에 띠우고 말았다. 상사는 이상하다는 듯 눈썹을 올렸다.

「그 냉소적인 웃음은 무슨 의미지. SAS와 내 관계는 기본적으로 양호해. 당신이 뭘 착각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아니아니, 그런 의미는 아닙니다. 실례했습니다, 멤」
「그럼, 무슨 의미지」
「아니, 나 스스로는 호위같은 게 필요 없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당연하잖아」
「그렇죠, 당연합니다. 침대 안에서 정열적으로 움직이던 여성이, 언제 데린저를 꺼내들지 모릅니다. 해저에 가라앉은 핵탄두를 찾아내 식인 상어로부터 습격받던지, 부두 마피아의 컬트종교에 침임하든지, 자신의 몸은 자신이 지킬 수밖에 없습니다. 임무니까」
「임무 이외에 위험을 안게 될 때도 있잖아. 특히나, 여성에게 목숨을 위협받는 일은 당신의 성벽에 의할 때가 많으니까」

  상사가 질려서 말한다. 나는 당당히 웃었다.

「그것도, 직업상 안게 된 위험의 일부잖습니까. 뭐하면 직업병이라 해두고 싶군요. 그건 그렇다치고, 장래 그런 '내'가 될 지도 모르는, 그런 후보자인 그들은 물론 '지금' 경호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지금 엄중히 경호되는 대상은, 장래 테러리스트에게 둘러쌓인 끝에, 관짝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인식표를 떨어뜨릴 행운도 없이, 그 시체가 남들 모르게 세계 어디선가에서 썩어문들어질 지도 모른다. 얄궂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상사는 입을 다물었다. 화가 났는지, 내심 동조해서 웃음을 참고 있는지 알 수 없다. 뭐, 언제나의 패턴대로라면 전자겠지. 상사는 무표정하게

「당신은 시니스트(냉소가)네. 신념있는」
「그것도 직업병입니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고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그러나 어째서 네 명이 살해당하도록 아무도 알지 못했던 겁니까, 하고.

「'그 때'가 올 때까지 그들은 아주 평범한 서브젝트(신민)야. 단지 고아일 뿐, 그 외엔 어떤 공통점도 없어. 그러니 평범한 살인사건으로 처리되어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깨닫는 이가 없었어」

  그녀는 창가에 서서, 런던의 구름 낀 하늘을 비추어 납색으로 물든 템즈 강을 바라보았다. 마치 자신의 우둔함을 탓하듯이.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바보같은 이야기였지만」
「어째섭니까」
「최초의 살인이 일어나기 전 한 달전, 그레빌 아크로이드 박사가 죽었으니까. 교통사고였어, 적어도, 그 때는」

  아크로이드는 몇 번 만난 적이 있다. 그 마르고 작은 남자가, 자애 넘치는 파충류와 같은 얼굴을 한 남자가, 다음 '나'를 찾기 위해 테이블의 위에 카드를 진열한다. '나'란 이름의 바카라에 참여한 플레이어 중 한 명. 선정위원의 일원이다. 그 일러스트는 잭, 퀸, 킹과 다른 얼굴들이 그려져 있어서, 최종적으로는 '나'라는 역을 구성하는 카드만이 선택된다.

  아크로이드는 도시에, 전사(傳寫)기술을 유지, 개선하는 R&D(연구개발군)의 수석연구원이기도 하며, 전문인 정신의학이나 대뇌생리학 외에도, 무시무시한 영역의 지식에도 당연히 푹 빠져있었다. 그 엑센트릭한 눈동자는 그것이 가져온 광기의 전조인가, 하고 지금이 되서야 생각한다. 우리의 혼을 분석하는 정신의학의 술법으로, 아크로이드의 세이니티(제정신)의 정도를 수치화할 수 있을까.

「방금 리크(정보 누설)의 이야기를 했습니다만, 그럼, 어떤 이가 아크로이드를 죽여서 리스트를 빼앗았을 가능성이」
「그렇겠지, 아마도. 다만 아크로이드가 '위언'이었던 건 주변에 새어나갈 일이 없어. 누군가 그의 존재를 -- 당신이란 존재양식 그 자체를 알았는가. 그걸 찾아내지 않으면」
「아크로이드 살해는 추적조사되었습니까」
「 정말로 사고로 처리되었으니까. 여기까지 계획의 존재가 밖으로 새나간 적은 없어. 필비나 버지스가 정보국 안을 마구 들쑤시고 다닐 때조차도」
「케임브리지 파이브따위. 최초의 '전사(傳寫)'보다 십여년 전의 이야기입니다. 연구규모도 그 때는 대체로 알려져 있었고. 어떤 보장도 없지 않습니까, 그런 건」
「그래도 당시의 책임자들은, 그래도 좋다고 판단했어. 소수정예, 정숙하게 처리한다. 그로써 눈에 띠지 않게 한다. 지금까지 그렇게 계속 해왔고, 실제로 밖에 새어나가지 않았어. 그렇기에 아크로이드가 사고사를 당해도, 고의의 살인이라고 할 이유는 없다고 그 때는 생각했어. 이렇게 사태에 대한 경보 시스템이 없던 것도, 같은 이유. 그걸 돌리는 일 자체가 이 무시무시한, 거기에 더해 무엇보다 비닉해야할, 그런 이 계획에 필요 없는 주목을 모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으니까 -- 적어도 냉전시대에는. 소련의 눈을 끌지 않도록, 과도한 경계시스템은 움직일 수 없었어. 그대로 어영부영 21세기인 오늘까지 와버렸어」
「그런 땜질 상황에, 어디의 누가 눈치챈 겁니까」
「 살인사건이나 가십에 관심 많은 다른 선정위원이, 매일 체크하는 BBC에서, 자신의 기억에 있는 이름을 -- 그것도 살인사건의 피해자로서 -- 발견한 게 계기였어. 웃긴 이야기야. 사형재판의 방청이 취미라던가. 민사는 재판가발이 폐지되어서 재미없다더라고」
「위원의 악취미에 건배를」

  그리 말하며 나는 스카치의 글라스를 올렸다.

「그래서, 요점은 ...」
「국가보안상의 위협인 어떤 시리얼 킬러(연쇄살인마)를 찾아낼 것」
「스푸크(첩보원)에게 호미사이드(살인과)의 흉내를 내라, 그겁니까」
「어떤 의미로, 살이가는 스푸크(유령)를 다루니까. 피해자란 스푸크(망령)를. 그 흔적, 살아온 증거로부터 형성되는 것들을」
「그렇죠, 뭐 나라면 틀림없는 스프쿠(유령)이니」

  그리 말하며, 비싼 스카치에 예를 표하곤, 나는 상사의 오피스로부터 나오려 했다.

「어디로」
「당신이 말씀한 대로, 살인과 놈들 흉내라도 낼 작정입니다. 그러니까 연쇄살인의 제 일 현장을 가는 거죠」
「칠드런(아이들)중 누가 가장 먼저 죽었는지, 알려줬던가」
「박사입니다. 칠드런(아이들)이 아니라. 왜냐하면 그가 최초의 피해자니까」

댓글

  1. 본문에 언급된 SIS빌딩의 건축가인 테리 파렐은 건축전공의 나도 사실 좀 생소한 건축가인데, 인천국제공항 터미널의 설계자로군..;(글의 사진은 홍콩 피크타워) 빌바오 미술관으로 대표되는 건축에서의 Deconstruction은 보통 해체주의로 번역되고 탈,후기구조주의는 Post-structuralism에 해당하는 번역인데 둘의 차이를 설명할수 있는 사람은 아마 철학전공자중에도 소수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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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번역하면서도 저도 이 부분을 조사를 좀 했었습니다만, Deconstruction은 확실히 해체주의로 번역하더군요. 다만 원문의 경우에는 탈구조건축이라고 쓰고 디컨스트럭션이라고 요미가나로 적어놓아서, 그쪽을 존중해서 탈구조건축이라고 그대로 남겨두었습니다. 제가 그쪽 전공자도 아니다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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