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등계획에게 있어 SF란?

SF, 과학 소설Science Fiction은 거기에 등장하는 소재들이 과학적, 정확히 말하면 과학기술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기 때문에 SF라고 생각되기 쉽지만, 그렇게 말하면 SF의 일부만을 인식하고 있는 셈이 된다. 이를 테면 도대체 왜 프랑켄슈타인같은, 사자가 오컬트에 가까운 기술로 되살아난다는 작품이 SF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 때, SF의 과학이란, 일종의 방법론에 가깝다.

SF 팬들은 이것을 외삽Extrapolation이라고 부른다. '어떠한 상황에 어떤 가정을 삽입해, 다른 상황을 이끌어낸다'. 즉, 당시의 상황에서 '사자를 (불완전하게) 소생하는 기술이 있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가. 거기에 대해서 프랑켄슈타인의 저자, 메리 셸리는 첫번째 대답으로 '인간이 그를 두려워하고, 미워할 것이다'라는 다른 상황을 이끌어내고, 거기서 다시 한 번 '그렇다면 되살아난 그는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라는 다른 가정을 도입하여 작품을 서술해 나간다. 즉, 어떠한 가정이나 가설을 두고 계속해서 검증해나가는 과정이 바로 SF, 과학소설인 것이다.

여기서는 당연히 왜곡이 일어난다. 지금까지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어 왔던, 자연적으로 받아들여졌던 풍경이 단박에 변화하기 때문이다. 그 왜곡이 바로 경외감(Sense Of Wonder)을 뜻한다고도 할 수 있겠다. 이 왜곡은 허구Fiction적이지만, 동시에 유효하기도 하다. 경제학적, 수학적 모델링이 현존하지 않는 것(Fiction)이라고 해서, 그것이 유효하지 않은 것과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듯이. 여기서 좀 더 치고 들어가면, 엄연한 현실과 픽션(그것을 이론이라고 부르든 이야기라고 부르든 인지체계라고 부르든 나는 신경쓰지 않는다)은 다른 것이지만, 우리는 어떤 픽션으로만 현실을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우리의 나안으로는 가시광선만을 목격할 수 있지만, X선이라는 엄연한 현실은 존재하며, 우리는 엑스레이 사진, 그러니까 '뢴트겐 사진'이라는 왜곡된 풍경=픽션을 통해서 그 존재를 엿볼 수 있다. 바로 이런 '뢴트겐 사진'이 SF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내게 있어 SF는 if이기도 하지만, if 중에서도 겹쳐보기이다.

지금의 우리의 상황은 무엇인가. 저 밖에 존재하는 엄연한 현실이란 무엇인가. 그에 대한 가정을 세우고 검토하여 나름의 답을 제시하는 것. 현실을 가정에 겹쳐보고, 거기서 새로운 풍경을 도출해내는 것. 그것을 읽고 또 곱씹음으로써 우리의 이 현실을 더 정확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 그것이 내게 있어서의 SF다.




참고했던 글들

듀나의 <SF라는 명칭>
http://djuna.cine21.com/movies/etc_2000_08_25.html

이토 케이카쿠의 <엑스트라폴레이션 예찬>
http://www.kjp.konami.jp/gs/hideoblog/project_itoh_mgs2.html

후자는 나중에 번역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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