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the Nothing, With Love(2)
닥터 그레빌 아크로이드가 살던 곳은, 런던 교외의 팡본 주택지로 최근 유행인 흔히 말하는 게이티드 커뮤니티(성채공동체)다. 보수적인 부유층들이 어깨동무하고는 울타리를 친 에리어에 집을 세우고, 경비를 배치하고, 감시 카메라를 닿는 곳마다 설치하고 바깥 쪽에서 날뛰는 범죄의 태풍이나 윤리의 저하나 테러의 공포로부터 몸을 지킬 수 있다는, 그런 환상을 보장하는 세계를 짓는다.
이것이 통상임무라면, 감시카메라나 경비원의 사각을 찾아서 이동해야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건 --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사고사 취급이니 -- 어떤 일개 의사의 불행한 죽음에 관한 추적조사에 지나지 않는다. 아쉽게도 필요한 수속서류는 전부 모였다. 국내에서 사용하는 SIS(정보국)의 신분과, 재판소의 정식 영장을 보여주자, 경비원은 어떤 의문도 없이 나를 들여보냈다. 감시카메라에 기록되든, 주민 중 누군가가 목격하든,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 임무가 아니니까.
이만큼 집착하고 있는 보안태세를 보면, 언제나 침입해지고 싶은 건 직업병일까. 커뮤니티의 메인스트리트를 여행해, 주택군과 보안군의 배치구조를 보면, 어디로부터 어떻게 침입해, 어떤 수단으로 카메라를 피해, 경비 루트나 주민의 생활동선에서 마주치는 머리들을 피할까, 그런 시뮬레이션이 계속해서 머리를 스친다. 어떠한 사전설명을 받지 않아도, 여기까지 한 번도 방문하지 않았을, 그런 토지에 이미 침입한 적이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런, 하고 실소했다. 뇌수에 물들여진 경험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파렴치랄만한 경박함으로 나를 기능한다. 여기까지 오면, 의식하든 아니든 관계가 없다. 인간의 행동 대부분은 의식이 풀려있어도 멋대로 발생한다.
일. 일을 살아가는 것. 그 안에서 나는 형성되었다.
아크로이드 가에 오자, 차고에 차가 보이지 않았기에, 거기에 그대로 애스턴 마틴을 넣었다. 닥터는 BMW로 출근 도중에, 하이웨이의 고가에서 기세 좋게 자발적으로 떨어져 사망했다. 느슨히 커브를 그리는 세개의 차선에 둘러쌓여, 아주 조금 위험한 장소에 낙하해서. 자살도 의심되었지만, 적어도 지금의 우리들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다이브한 차체는 대지와 키스해서 격렬하게 압축되었다. 박사는 그렇다치고, 이래서는 차도 차고에 돌아올 수 없었겠지. 현관으로 돌아, 경비원으로부터 정식으로 넘겨받은 열쇠를 써서, 아크로이드 저택에 발을 들였다.
그레빌 아크로이드, 외무성 SIS(비밀정보국)・군사정보제육부소속・정신분석학/대뇌생리학자・#7계획연구개발군 수석연구원.
이 악몽같이 긴 직함을 보면, 내 기억은 언제나 몬티 파이슨의 어떤 스케치(꽁트)에 접속된다. 어떤 유명의사의 진찰실에 들어가자, 닥터의 방을 끝없이 긴 직함의 팻말이 둘러쌓고 있다고 하는 얘기다. 다만, 아크로이드의 경우에 그런 농담같은 직함도, 명함에는 단순히 '외무성・정신의학고문'이라고만 적혀있다.
현재 #7계획에 얼마만큼의 사람이 관여하고 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닥터 아크로이드와 같은 인간들뿐이라면, 그다지 즐거운 직장이라곤 말 못하겠다. 아크로이드가 비교적 고참이라고 들었으나, 초기의 연구원이었던 시대에 만났던 적은 없다. 물론, 아크로이드가 계획당초부터 있지도 않았다. #7이라고 불리우는 연구 그 자체는, 처음부터 이미 반세기 가까이 지났으니까.
전쟁중, 시험관에서 아이를 태어나게 하는 기술을 나치 독일이 연구했다. 조금 옛 단어로 얘기하자면, 시험관 베이비이란 걸 말이다. 그 정보를 잡은 군사정보부는, 레지먼트(연대)를 말그대로 종전 당일, 베를린에 이송했다. 아쉽게도, 대영제국은 목적의 기술을 손에 넣을 수는 없었다. 이미 소련군이 방화약탈후 떠나버렸기 때문이다. 물론, 방화약탈은 둘 다 같다만, URAAAA하고 야만적인 함성을 높이는 로스케 놈들의 개가 사이를 살금살금 지나, 우리의 SAS는 소련군이 놓친 서류 일군을 입수했다.
아니, 러시아인은 그런 내용이기에 일부러 남겨둔 건 아닐까, 그런 추측도 있을 수 있다. 왜냐하면, 그야말로 현재에 도달할 때까지 삼십년 넘게 지속된, 나를 개별의 육체에 존재하게 한, 그 기술의 맹아가 적혀있기 때문이다. 무신론의 사회주의자들조차 공포에 몸을 떨었음에 틀림없는 기술이.
그렇지만, 기술의 씨앗은 종전일에 입수되었음에도, '나'의 최초전사까지 실행된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천박하게도 불사를 바라는 권력자가 한 명도 없었을 리가 없고, 연구자체는 계속되었지만 말이다. '무시무시하니까'. 역시 그게 이유였을까. 관계자의 발작이 계속되어서, 라는 소문도 들었다. 튜링은 이 계획에 참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독사과를 물고 자살했다는 듯 하다. 위법이었던 동성애로 유죄판결을 받아, 강제로 받은 호르몬 요법 -- 당시에는 에스트로겐을 써서 호모섹슈얼리티를 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거다 -- 의 중지와 바꾸어서, 이 계획에 참가했다는 듯하다. 아직 나라는 희생양이 나타나기 전, 애초에 계획자체가 #7이라는 이름을 갖기 전의 이야기다.
그리고 내가 선택된 이유라면, 그 우수함에 더해 -- 라기보다는 너무나 우수했다고 해야할지도 모른다. 대영제국을 흔들어 놓은 핵탄두강탈사건을 해결했을 때, 그 솜씨를 눈여겨보던 관계자 전원이 깨달았다 -- 이 남자는, 두 번 다시 얻을 수 없는 기프트(천재)라고. 이 계획에 있어서 나는, 나이스 고트(딱좋은 희생양)이었던 셈이다. 그리고 냉전 하의 강박과념이 잔혹하게도 덮쳐와, 나의 운명은 정해졌다.
영원히 스파이일 것. 영원히 살인자일 것. 그런 자기자신을 영원히 계속할 것. 오리지널(원전)은 그걸 아주 쉬이 받아들였다. 그리하여 나는 죽을 때마다, 다른 분의 뇌에 어거지로 덮어쓰여지게 되었다. 순수한 뇌 그 자체를 만들기 위한 방법이 확립될 때까지, 나는 타인의 육체에서 살아가는 약탈자이기를 계속하겠지. 타인의 뇌에 쓰여진 사본. 자신이란 것을 상실해도 다시, 영국을 지키기를 지망한 자들의 육체가 파피루스를 대신해서.
그러나, 아크로이드는 그런 계획의 수석연구원까지 오른 남자다.
현재에는 '무시무시함'을 감소할 방법도, 꽤나 진척했으리라. 보아하니, 닥터의 저택은 전혀 재미없는 인테리어로 덮여있었다. 매우 보수적인 공동체의 성질상, 포스트모던이나 디컨스트럭션은 있을 수 없지만, 그래도 재미가 너무 없다. 이 플랫함의 속됨이 광기의 징후였다면 그건 그거대로 유니크하다. 나는 계단을 올라, 닥터의 서재에 들어간다.
음울한 회색의 하늘을 은막의 스크린처럼 네모지게 잘라놓은 거대한 창. 나는 거기서부터 밖을 바라보며, 뭐 이렇게 침입하기 쉬운 서재인가 싶었다. 창가나 그 덕트는 발목을 잡을 만하지만, 곧 옆의 벽면으로부터 들어오면, 눈 앞의 커다란 나무때문에 이웃에서 딱 보이지 않게 된다. 절호조의 사각이 되는데다가, 이 주택지의 문제인 CCTV(감시카메라)도 닿지 않는다. 나는 커텐을 내리고는 창으로부터 떨어져, 조명을 켰다.
서가에는 대부분을 차지한 전문서 사이에 섞여서, 포우나 러브크래프트, 그리고 블레이크 전집이 보인다. 나는 누구도 없는 서재에서, 왠지 모르게 And did those feet과 '예루살렘'의 서두를 읊었다. '그리하여 옛 세상의 어떤 발이, 잉글랜드의 푸른 산과 산을 걸었는가. 그리고 신의 성스러운 어린양이, 잉글랜드의 기쁨의 목장에서 보였는가'하고. 블레이크의 '밀턴'으로부터 만들어진, 잉글랜드인의 유전자에 새겨진 성가. 블레이크 자체에 관해서 말하면 그 신비주의 냄새 때문에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다만, '예루살렘'은 블레이크의 시로부터 독립하여 독자의 생명을 갖고 잉글랜드 인의 유전자에 그 뿌리를 깊게 내리고 있다.
서가의 옆에는 전화가 있었다. 나는 유보선의 재생버튼에 손을 뻗었다. 전화가 담담히 일련의 날짜를 노래하며, 아크로이드의 사후, 그것도 모르고 좋아한 지인 관계의 메시지를 재생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 하나하나에 등장하는 인명을 메모했으나, 아마도 전부 사고와는 관계 없으리라. 그리고 4, 5건 정도 녹음을 들었을 때, 날짜는 닥터가 출근도중에 고속도로에서 다이브할, 그 전날 밤에 도착했다.
<닥터 아크로이드, 셰퍼드입니다>
여성의 젊은 목소리. 억양에 지성이 풍부하다.
<저번 달부터 계속 돌렸던 이른바 그 건이, 드디어 끝났습니다만-->
<잠시 기다려주게>
하고, 닥터가 전화에 나섰다. 계속해서 희미한, 아마도 박사 자신의 소리. 수화기를 손으로 감싸고, 방 안에 있는 누군가와 얘기하는 모양이다. 만, 내용은 들리지 않는다.
<미안하지만, 손님이 있어서 말이네. 내일 나도 나갈 테니, 아침이 어떻겠나>
<알겠습니다, 그럼 내일 보죠>
녹화는 이상(以上)입니다, 하는 의식이 없는 소리가 고한다.
닥터가 이 전화를 받았을 때가 20시 44분, 이 방에는 누군가가 있었다. 그 손님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주변 경찰은 둘째치고, 사태가 발생하고부터 박사의 '사고사'를 재조사했을 우리 측 사람들도.
나는 녹음을 들은 그 전화에서 게이트를 불러냈다. 곧 바로 부를 수 있던 것은, 정중하게 게이트라고 테이핑된 버튼이 있어서다. 그러자, 아까 전 게이트를 지날때 퇴역육군의 경비원이 나왔다. 닥터가 죽기 전 날, 20시 반 즈음에 손님이 있었을 텐데, 하고 묻자 상대는 곧바로 대답했다.
「그거, 전에 왔던 동료조사관에게도 대답했습니다요. 경찰 쪽 사람한테 」
「우리 나라의 관료조직의 경직 상태에 대해서는 아실 텝니다만. 우리에게는 예외가 없습니다. 여왕폐하에게 봉사하는 자는 똑같이 연대하지 않습니다 」
그렇게 자학적으로 농담을 던지자, 상대가 웃었다.
「아아. 그거 아주 고생이 많으십니다, 그려. 손님 말입니다만, FEDEX의 배달을 통과시켰습니다. 아크로이드 씨 앞으로 소포입니다. 녹화에는 20시 42분 정도구만요」
「배달인이 나온 건」
「4분후, 20시 44분입니다」
고맙습니다, 하고 돌려주었다.
자신이 수화기를 놓는 희미한 소리. 죽은 자의 저택의 적막이, 나를 감쌌다.
손님은 소포 배달부였다고, 근처 경찰도 우리의 추적조사도 판단했으리라. 기록을 남길 필요는 없다. 그러나 무언가 걸린다. FEDEX의 배달부가 44분에 부지 내에 있었다고 해도, 물건을 넘겨받아 사인을 했을 테다. 현관에서 대면하는 건 2분도 걸리지 않으리라. 그 정도로, 전화의 상대에게 대해, 내일해달라고 할 정도로 말을 할까. 잠시 기달려달라고 한 다음에 다시 받아도 전혀 문제없는 한 순간의 일이다. 혹은 손님이 있다고 표현할까. 몬티 파이슨의 가스 조리대 설치 꽁트마냥, 소포 접수 서류가 조금도 수정되지 않아, 임기응변 식의 악몽적인 관료 절차에 사로잡혀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되는 건 다른 얘기다.
나는 저택을 나와, 이층에 있는 서가의 창 아래에엤다. 자동적으로 주위로 눈을 굴리자, 거기에는 있어야 할 게 있었다.
누군가의 침입 흔적.
살며시 나무의 가지가 꺾인 흔적, 살짝 남겨진 발자국, 그러한 모든 게 점점히 이어져, 이 울타리를 둘러싼 스몰 패러다이스에 불온한 지도를 그려냈다. 프로페셔널밖에 볼 수 없는 지도. 나밖에 읽어낼 수 없는 지도.
감동했다. 팡본의 시큐리티를 생각하면, 이 이상 루트는 생각할 수 없다. 내가 침입자라도, 확실히 이 루트를 개척한다. 닥터의 죽음 직전, 여기에는 프로페셔널이 침입했다. 닥터의 서가까지. 같은 타이밍으로 FEDEX의 배달부란 기록상의 눈속임까지 정중하게 준비해서.
그러한 흔적을 따라가자, 언젠가 팡본 주택지의 울타리 바깥까지 나아간 것을 깨달았다.
나는 한숨을 쉬었다. 애스턴 마틴은 아직 닥터의 차고 안이다. 그럼, 내가 다시 밖에서부터 온 걸, 게이트의 경비원에게 뭐라 설명하면 좋단 말인가.
「스파이라기보다는 애거서 크리스티스럽구만. 일이」
그렇게 내가 어깨를 으쓱하는 것을 돌아보지도 않고, 음성분석관은 키보드를 쉬지 않고 두드렸다. 손가락이 두드리는 특별하는 트레이닝이라도 있는 걸까. 저렇게 시종일관 치고 있으면, 손가락 관절에 문제가 생겨도 이상하지 않다.
「둘 다 이 나라의 명산물이니까요」
분석관이 모니터로부터 눈도 돌리지 않고 대답한다. 유머 아는 남자다.
「권모술수 넘치는 커다란 게임, 거기에 음울한 살인 퍼즐. 기분 나쁜 명산물이군」
빅 브라더도 되듯이 벽의 북쪽에는 거대액정이 덮고있어서, 살짝 어두운 간접조명의 분위기에 각 데스크의 모니터가 물색으로 떠오르는 이 해석실에, 아크로이드 최후의 전화녹음을 내가 가져왔다. 만약을 위해 GCHQ(정부통신본부)에 확인했더니, 역시나 거기에 통화기록이 남아있지 않았다. 전화를 걸 때 셰퍼드란 여성과, 어크로이드 박사는 '우리들'의 회선으로 이야기했다. 정보부와 그 관계자가 사용하는, 도청방지용의 극비회선으로.
나는 상사의 허가를 받아, 박사가 사망하기 전 날 20시 44분의 통화기록을, 정보국의 비밀회선기록으로부터 빼내왔다. 파인우드의 R&D시설로부터 통화했다. 아크로이드의 부하인 셈이다.
그러나, 첫 대면의 상대에게는, 설령 동료가 할지라도 다시 한 번 카드를 쥐어두는 게 내 방식이다. 아크로이드 저택에서 그녀가 부하라는 눈치는 챘다만, 그 통화에는 알 수 없는 점이 있다. 아크로이드의 등 뒤에 있었을 손님. 그건 대체 누구인가, 입수할 수 있는 정보는 전부 손에 넣어두고 그녀의 곁에 가도, 늦지는 않다.
마치 의식 없는 작업이라도 하듯, 분석관의 손가락이 정체없이 움직여 간다. 어쩌면, 이 남자는 의식이 없는지도 모르겠다, 하고 멍하니 상상한다. 그래, 내가 흔적을 따라가는 동안 생각치도 못하게 팡본 밖으로 나아갔듯이. 인간의 행동 대부분은, 의식이 없어도 가능한 것뿐이라는 설도 들었다. 이 남자의 '분석'에 있어서 의식은 얼마나 작용할까.
끝났습니다, 하고 분석관이 처음으로 돌아보았다. 매우 평범한 30대 전반의 눈동자의 빛이다. 죽지는 않았지만, 정열의 번뜩임이 보이지도 않는다. 잉글랜드 인다운 우울한 눈동자. 미디어를 넘겼을 때조차 어깨너머로 받아, 이쪽을 전혀 돌아보지 않았기에 그러한 성벽의 남자인가하고 재미있게 생각했으나, 이쪽으로 얼굴을 향하자, 별로 로보토미같은 멍한 눈의 소유자는 아니었다. 나는 무엇을 기대했던가, 하고 생각치 못하고 웃어버렸다.
「박사가 손으로 수화기를 가리자 곧바로, 거기에다 멀리서 소리가 들리네요. 한순간 입니다. 후(누구)인지 왓(무엇)인지 정도, 혹은 존인가 잭인가 하는 짧은 인명, 그 정도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한순간. 1, 2 음절입니다. 아리아네라던가 헤이스팅스라던가 긴 이름은 무리에요. 한 단어. 아마도 남성의 목소리. 의문형같습니다만, 이것을 클리어하기는 무리같군요. 음질이 너무 나빠서, 에셜론에 돌아가는 성문조사소재는 되지 않습니다. 누구의 목소리인가 알 수 없단 겁니다. 음성위치는, 그러니까, 당신으로부터 넘겨받은 방의 약도를 보면, 소파 정도군요」
역시 누군가 있었다. 배달부 이외의 손님이. 박사가 배달부에게, 서재의 소파에 앉아 있게, 거기다 스콘과 홍차는 어떤가 할 정도라면 사정이 다르지만, 그 온화한 파충류같은 남자가 연금생활의 노파와 같은 영국식의 환대를 아무에게나 들이미리라곤 상상이 안된다.
「박사는」
「이쪽은 확실합니다. 수화기, 손으로 가렸습니다만, 손가락 틈 사이로 빠져나온 음이 몇개 있어서 그걸 짜냈습니다. 클리어합니다」
「부탁하네」
분석관이 리턴 키를 누르자, 모니터의 파형을 시간축이 더듬었다. 나는 어슴프레 미약한 재생을 예측해서, 귀를 돋운다. 노이즈 넘치는 세계에서 고군분투하는 분석관의 '클리어'가 얼마나 명료한가는 알 수 없다 - 그런 나의 예상을 배반하고 박사의 목소리는 이보다 좋을 수 없을 정도로 확실했다. 그 녹음으로부터 이만한 게 나올 줄이야.
<부하다. 딱 지금 이야기에 관해서다. 엄청난 우연이군>
딱 지금 이야기에 관해서다.
「지인같은 말투군요. 등 뒤에 있을 사람은 박사와 면식이 있을지도」
확실히 그렇군, 하고 나는 생각했다. 내부에 적이 있다면, 절대로 기뻐할 상황은 아니다. 첩보의 밭에서는 누구도 믿을 수 없다지만, 특히나 우리 브리튼 인은, 필비의 일건으로 몸에 배여있다. 이 세계에서는 항상 일어나는 일이긴 하지만, 거기에 익숙해질 수가 없다.
「만약을 위해, 내가 직접 상사에 보고한다」
나는 못을 박으며,
「절대로 입밖에 두지 말 것. 동료에게도, 누구에게도. 내부자의 관여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 상태는 매우 좋지 않다. 알겠나」
조용히 끄덕이는 분석관의 어깨를 두드리고, 나는 빠른 걸음으로 분석실에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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