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the Nothing, With Love(4)



「의식이라니」

  너무나도 초현실적인 대답을 받아 웃음이 터진다. 그래도 그녀는 침묵하고 침통한 얼굴로, 나의 눈동자에 시선을 똑바로 향했다.

  농담이 아니다.

「의미를 모르겠군. 나의 의식은 지금 여기에 있네. 이 세계를 느끼고 있어. 이런 일따위 없었다면 자네와 잤을 텐데하고 생각하고 있어. 나는 지금, 확실히 여기에 의식을 갖고 있네」

  저도 모르게 의자에서 일어나, 그렇게 큰소리를 쳤다. 캐롤라인은 울 듯한 표정으로 실룩실룩 경련을 일으키며,

「아아-- 역시 말하지 않았어야 했어. 나, 어쩌면 좋을지」

  나는 그녀의 주위를 우왕좌왕하며 왔다갔다하며

「계속해, 이 비합리적인 이야기를」

  하고는 그녀의 입술에서 20cm까지 얼굴을 가까이 한다. 그녀가 아침에 뿌렸을 향수가 목 언저리에서부터 희미하게 올라왔다. 나는 이 냄새를 느끼고 있다. 너의 루즈의 빨강을 느끼고 있다.

「계속할 수 밖에 없네. 자, 여기에 확실히 자각하고 존재하는 나에게, 의식이 없다는 헛소리를 계속해보게」
「응, 아, 저기, 리벳의 실험이라고 아나요 ...」
「전혀 모른다」
「벤자민 리벳은 미국의 신경생리학자. 리벳의 실험이란, 이런 것. 피험자에 관해서 측정된 포인트는 세 가지. 몸의 어디라도 좋지만 일단은 그곳을 움직이려는 결의한 시간. 그 때엔 손가락이었어」
「두 번째는」
「손가락을 움직이기 위해 뇌가 동작의 준비에 들어가는 그 전기적 활동이 발생한 시간. 준비전위라고 불려. 세 번째는, 실제로 손가락의 근육이 움직였던 시간. 이것들을 측정한 결과, 세계를 뒤바꿔놓은 사실이 판명되었어」
「적어도, 아직 세계는 배반하지 않은 듯하지만」
「누구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니까. 그게, 피험자가 손가락을 움직이려고 결의하기 전에, 뇌는 그를 위한 준비를 시작했어」
「... 뭐, 라고」
「말한 그대로. 손가락을 움직이려는 의사意思가 명령해서, 손가락이 움직인 게 아냐. 의식이 손가락을 움직이려고 생각한 것보다 전에, 뇌는 그 준비에 들어갔어」
「말도 안돼」
「아니. 아쉽지만 70년대부터 80년대까지 걸려 반복해서 검증한, 이미 움직일 수 없는 과학적 사실. 이 실험의 해석은 여러가지야. 인간의 자유의지를  부정하는 것. 의식은 나중에 덧붙여져, 행동을 추인追認 혹은 부정否定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 거기다, 그건 매우 좁은 견해에 지나지 않고, 실험은 의사결정이란 거대한 프로세스의 전체를 측정할 수 없다는 것」
「의식은 나중에 덧붙여져 추인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건, 무슨 의미지」
「이를 테면, 나는 당신의 볼을 꼬집으려 해, 당신은 아픔을 느끼겠지. 하지만 아픔이란 말야, 몸의 부분에 의한 것이기도 하지만, 뇌에 도달할 때까지 대체로 0.5초가 걸려. 그래도, 당신은 꼬집혀진 순간에 아픔을 느낀다고 착각해. 꼬집힌 동시에 아픔을 느끼는 것처럼 "느끼고 있어". 하지만 그건, 뇌가 자극을 받은 시간축을 편집하고 있어서야. 0.5초 늦어진 세계를, 0.5초 돌려서 의식에 보내는 걸로, 의사적인 싱크로니시티를 만들어냈어. 지금 현재, 같은 건 실은 존재하지 않아. 시각도, 미각도, 촉각도, 통각도, 그 처리속도는 따로따로. 우리들이 매일 보고, 느끼고 있는 세계의 통합된 순간순간을 뇌내에서 만들어 내려면, 컴퓨터처럼 그것나름의 처리시간이 필요해. 그것들 따로따로인 정보를 정리해서, 있지도 않은 '지금 현재'라던가 '이 순간'이라던가를 존재하듯이 착각시키는 게, 우리들이 "의식"이라 부르는 기능이 일부란 거야」
「그럼, 의식은 육체와 무의식으로 된 자동인형이 보는, 단순한 꿈에 지나지 않다는 건가」
「물론 달라. 의식은 판별하고, 행동을 조정할 수 있어. 다만, 의식이 없어도 가능한 일은 실로 많아. 인간은 어디나 의식해서 몸을 움직이지는 않잖아. 키보드를 두드리는 손가락 하나하나, 아스팔트를 밟는 한 보 한 보. 그런 건 단순한 예이지만, 그래도 음악연주를 시작해서 꽤나 광범위한 문화적인 창적 행위가, 실은 의식의 개입없이 이뤄지고 있다는 연구는 존재해」
「그럼 묻겠네만, 소련이나 KGB, 혹은 범죄조직에 침입해 내부의 이중스파이와 접촉해, 적을 속이고 중요 정보를 훔쳐내는, 그런 까다로운 일이 의식의 개입없이 가능하단 말인가」
「그래」

  캐롤라인이, 그리 미안한 듯이 읊조리자 나는 웃고 말았다.

  심히도 메마르고 혹독한 웃음을.

「당신처럼 된다면」
「나처럼 ...」
「당신은 죽어서도 전사되어, 같은 시츄에이션을 반복해 경험해 왔어. 애초에 신이 길러낸 스파이로써의 소질에 더해서, 말이야. 그 경험이 축적되면 축적될 수록 , 즉 "당신"이란 행동양식의 데이터베이스가 충실해지면 충실해질 수록, 당신의 의식은 뇌에게 있어 불필요해져. 한계가 있는 뇌에게 있어, 처리에 코스트가 드는데 비해 개체의 생존에 기여하는 정도는 낮은, 그런 존재로. 말하자면, 당신은 반복해서 살아왔기에, "당신"이기를 극한까지 밀어붙이고 말았어」
「자신이기를 극한까지 ...」
「그래, 그러니까 이미, 당신의 의식에 당신다움을 정할 필요는 없어. 당신의 의식이 결단하지 않아도, "당신"은 셰이크한 마티니를 오더할 수 있어. 그러니까 전사할 때마다, 당신의 뇌는 의식을 불필요한 것으로해서 조금씩 없애왔어. 그게 박사가 세운 가설. 돌발성 기억상실의, 그 원인이야」

  '자신'을 순화함으로써, 불필요해지는 것은 바로 '자기자신'이다.

  캐롤라인 셰퍼드가-- 아니, 닥터 그레빌 아크로이드가 낸 결론이, 그것이었다. 자기자신이기를 극한까지 도달하면, 이미 의식은 필요하지 않다고.

  세계의 뿌리가 뽑히고 있다. 내 세계의 뿌리가.

  발바닥이 기력을 잃어간다. 웃기지 마라. 너희들은 나를 세우기위해 존재하는 뼈와 근육이다. 아무리 세계의 뿌리가 붕괴하더라도, 나는 공포에 굴할 수 없다. 그리 최대한 노력해서, 나는 캐롤라인 앞에서 간신히 서있다.

「그럼 자네의 전화는」
「그것을 실증하는 데이타가 나왔다는, 그 보고. 박사에게는 이미 결과가 보였다고 생각하지만」



  항상 퇴로는 확보하라.

  묘비에 그리 새겨져있다. 과거에 친구였던 자의 해골이 잠든, 이 묘지에는.

「나는 무섭네」

  상대가 이 남자 -- 그것도 묘비 -- 가 아니었다면 이런 말을 입에 올리지 않았겠지. 남자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기에 입에 올릴 수 있다. 생전의 그와 얼굴을 맞대고 이런 말을 고백할 일은 죽어도 있을 수 없다. 언젠가 자신에게도 죽음이 찾아오리라 가정해서 한 수사다만.

「죽음은 두렵지 않네. 내가 죽어도, 대신할 건 있으니까. 내가 두려운 건, 이미 내가 내가 아니게 되는 것이네. 적어도 나는 지금 당신에게 고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텅 빈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거네. 그렇게 움직고 있을 뿐인지도 모른다는 거네」

  예전에, 나는 프랑스 첩보기관의 친구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 영국인이란 요지경 상자처럼 묘한 녀석들이라고. 그 때의 -- 원전의 -- 나는 임무를 끝내고, 끝없이 변하는 세계를 생각하며, 옳고 그름의 구분의 어려움을 생각하며, 스스로 직업에 대해 기묘하게도 내성적으로 되어있었다. 그걸 흘리자, 프랑스의 친구는 재밌어하며 들었다. 그 때, 마지막에 들은 한 마디가 지금도 기억난다. 그 프랑스 인은 이런 의미를 말했다-- 인간이 되지마라, 기계가 되어라.

  지금의 나는, 내성적이기는 커녕 내면 그 자체를 잃어가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 프랑스인 친구에게 들은 그대로다. 적어도, 기계가 내면을 갖고 있지 않았을 때 이야기지만.

  진실을 말하면-- 그 뒤에 캐롤라인 셰퍼드가 말했다. 지금 내가 대면하고 있는 당신에게 정말로 의식이 있는가 없는가, 그걸 구별할 방법은 없어. 거대한 fMRI의 터널에 당신을 밀어넣고 시종일관 모니터한다면 다르지만, 이렇게 여기나 혹은 바깥에서 당신이 완벽히 당신으로 움직이는 한은, 지금까지처럼 당신답게 행동을 육체로 출력하고 있는 한은, 우리들에게 당신의 의식의 유무를 판별할 기술은 없다고.

  철학적 좀비는, 인간과 구별할 수 있을까.

  잉글랜드의 하늘을, 차색 섞인 무거운 구름들이 모여 만든다. 낙엽 몇 개가 휘날린다. 위대한 알비온(하얀 나래)의 납색 하늘.

  철학적 좀비는, 철학적인 문제를 생각하기 위한 명제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게, 인터넷의 해설에는 쓰여져 있었다. 쓴 사람도 여기에 이런 철학적 좀비일지도 모르는 남자가 있다고 알게 되면 놀라리라.

  여기에 잠든 친구는, 2년 전에 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여왕폐하와 같은 특권을 가졌다--  원전으로부터 나에게까지 달하는 모든 '나'와 대면했던 일이 있다는, 그다지 어렵지 않은 특권을.

  여왕폐화와는 달리, 이 남자는 동료로써 -- 우리들 공작원의 무기준비담당으로써 -- 일상적으로 농담을 나누고, 웃고, 화내고, 얄궂음을 부딪혀왔다. 그 정도로, 다른 사람의 육체와 얼굴을 가진 채 반복해서 나타나는 나를, 이 남자는 어떤 주저도 보이지 않고 친구로써 받아주었다.

  이 남자는 고령이었지만, 은퇴 권유를 단호히 차버리고는, 결국은 병들어서도 노쇠해서도 아니고, 자동차사고로 이 세상을 떠났다. 실로 그답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남겨진 나는 인류 역사상 이 이상 있을 수 없는 고독으로 몰리고 있다해도 좋다. 역사의 고아여, 그대의 영원을 자각하라. 이 장소에서 신부가 관을 내릴 때, 나는 그때까지 크게 신경쓰지 앟았던 신에게, 문뜩, 그리 고해졌다고 느꼈다. 물론, 그걸 어디 교회에서 고백할 순 없지만.

  내가 여왕폐하를 위해 싸우는 일은, 그것이 나의 전부를 아는 유일의 여성이라서다. 아직, 나는 고독하지 않다는, 그런 최후의 잎새가 폐하니까. 설령, 그것이 한 번  -- 한 사본에 한 번이란 의미로 -- 배알을 받았을 뿐일지라도.

  칸트로비치풍으로 말하자면, 나는 여왕의 정치적 신체에 봉사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자연적 신체, 그러니까 그녀 자신을 섬기고 있다. 물론, 잉글랜드를 위해서 싸우고 있는 일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나는 애국심 그 자체를 영원히 순진하게 봉해두기에는 너무나 많은 작전에 참가해왔다. 서구에 있어서 애국심이란 개념 그 자체는, 그리스도교적 개념의 속세화로 나타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스콜라 철학의, 말하자면 보급판으로, 조국에의 아모르(사랑)란 단어가 여러가지 서적에 적혀져 있다. 아모르 패트리아에(조국심)의 감미로움에 대해서 '이를 위해서라면 부모의 머리를 베어서라도, 형제를 짓밟아서라도, 처의 자궁에서 태아를 검으로 꺼내어서라도 고통이 아니다'고 설레이는 형용을 한 피렌체야 말로 로마의 후계자라며, 공화제의 이상을 높이 올린 이가 피렌체 서기장관 코르시오 살투타티다. 이 적이 천박한 극론이, 그러나 한 치의 진실을 담고 있음을 나는 알고 있다. 비슷한 패거리는 산더미만큼 보아왔고, 나 자신도 많은 사람을 죽여왔다.

  그러나, 지금이 되어 생각하면, 그건 아마도 여왕이라는 단 한 사람의 여성을 위해서였을지도 모른다. 신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삼위일체로 나타나듯, 여왕은 두가지 면으로 현현한다-- 멸하지 않을 권능으로써의 정치적 신체와, 태어나, 죽고, 웃고, 우는 그녀 자신의 신체. 전자에 봉사한다면 아마도, 애국심이란 것에 봉사하는 것과 그리 다르지 않겠지. 그러나 나는 아마도, 후자에  자신의 목숨과 존엄을 바쳐왔다. 왕의 두가지 신체에 봉사하는, 의식과 무의식, 두 가지 자신.

「어머, 또 만났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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